만기 도래하는 홍콩ELS, 이달만 2000억원 이상 손실
상반기 6조원 손실 예상...불완전판매 결론 가능성도
건전성 우려 낮지만 CEO 대상 중징계 리스크는 '우려'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홍콩 항생중국기업지수(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상품(ELS) ‘홍콩ELS’ 상품 손실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은행권이 예상치 못한 ‘징계 리스크’ 가능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수조원대의 손실에 따른 보상 가능성이 유력하지만 그간 축적된 충당금이 넉넉한 만큼 예상보다 건전성 우려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융당국이 사실상 이번 사태를 불완전판매로 규정한 것은 은행권의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은행권 내부에선 벌써부터 과거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에 동반했던 CEO(최고경영자) 징계 리스크로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홍콩증권거래소 내부 모습 / 사진=이미지투데이
홍콩증권거래소 내부 모습 / 사진=이미지투데이

홍콩ELS, 이달만 2300여억원 손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중 이달 8일부터 19일 사이 만기가 도래한 상품의 손실율은 절반을 넘긴 52.8%로 집계됐다. 만기가 도래한 총 4353억원 중 2296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한 것.

각 사별로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부 은행의 경우 지난 17일 하루에만 당일 만기가 도래한 원금의 약 57%가 손실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손실이 이미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한때 1만2000선에 육박했던 홍콩H지수가 현재 5000대까지 내려앉은 상황에서 최근 경기를 고려하면 당장의 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ELS상품의 경우,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그 과정에서 6개월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 조기상환 기회를 주고 만기 시에는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65~70%)을 밑돌면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지금의 추세가 이어질 경우, 홍콩ELS상품의 손실 규모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 홍콩H지수는 5127선에서 마감,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1월 2일(5672)와 비교하면 보름여 만에 10%가량 하락했다. 중국 경기 침체와 미중 갈등, 그리고 복잡한 국내외 정세로 인해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홍콩ELS상품 투자자들이 원금을 온전히 보장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홍콩H지수가 첫 판매 시점인 지난 2021년 상반기 평균인 1만2000선의 65~70% 수준인 7800~8400까지 회복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홍콩H지수가 7000대를 기록한 건 지난해 4월 중순(7002‧4월 18일 기준)이 마지막이다.

5대 시중은행에서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ELS상품 규모는 10조2000억원에 달하며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상반기 원금 손실 규모는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사진 = 이미지투데이

은행권, “건전성 영향은 제한적” 한 목소리

이같은 홍콩ELS상품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은행권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사태와 맞물려 올해 은행권 내 건전성 리스크가 다시 화두로 거론되는 가운데, 이번 홍콩 ELS사태가 가져올 건전성 후폭풍도 고려하는 모습이다.

일단 은행업계에서는 홍콩ELS사태가 각 은행 내 건전성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향후 배상 규모 및 비율에 따라 실적 감소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지만, 그간 쌓아놓은 충당금 규모가 상당한 만큼 당장의 건전성 악화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10조2298억원으로 전년 동기(8조665억원) 대비27%(2조1633억원)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가장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은 곳은 NH농협은행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농협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2조777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8986억원) 대비 8785억원 확대됐다.

이어 KB국민은행이 전년 동기 대비 4600억원 가량 늘어난 2조2519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고 하나은행(1조4010억원→1조8039억원), 신한은행(1조5591억원→1조7782억원), 우리은행(1조4160억원→1조6187억원)도 일제히 대손충당금을 늘렸다.

지난 2019년 불거진 DLF(파생결합펀드) 불완전판매 사태 당시, 법원은 은행권에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 가운데 약 55~60%를 배상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후 당시 은행권에서는 투자자들과의 분쟁조정 협의를 통해 손실분의 약 40%~80%를 배상했는데, 이를 이번 홍콩ELS 상품에 반영할 경우 올해 상반기 배상규모는 단순 계산상으로 약 2조4000억원~4조8000억원 수준이다.

다만 현재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이후 관련 매뉴얼이 강화되고, 상당수 가입자가 ‘재가입자’라는 점에서 불완전판매로 분류될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하면 실제 배상이 확정된다 하더라도 전체 손실액의 10% 수준에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배상이 확정되면 당기순이익 등 전반적인 수익성 지표는 다소 악화될 수 있다”면서도 “일각에서 우려하는 건전성 부문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유튜브 캡쳐.
국회 정무위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유튜브 캡쳐.

제2의 사모펀드? 업계 ‘CEO징계 우려’

다만, 은행권에서 실적 및 건전성보다 더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징계 리스크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홍콩ELS 상품을 판매한 주요 금융사를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다. 여기서 내부통제 관련 미흡한 부분이 확인될 경우 기관제재를 넘어 CEO 제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12월 진행한 판매사 대상 현장 및 서면조사 과정에서 일부 관리체계에 문제를 확인했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ELS판매 한도관리, 계약서류 미보관, 성과지표(KPI)에 따른 고위험 상품군의 무리한 판매 등의 부분을 관리체계의 미흡으로 본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당시 언급된 ‘관리체계 미흡’이 사실상 금융당국이 이번 사태를 ‘불완전판매’로 규정짓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최근 이와 관련 “일부 판매사에서 관리체계 상 전반적인 문제점이 확인됐다”며 “자기책임투자가 기본이지만, 투자자 보호에 소홀히 했다면 처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홍콩ELS 사태가 불완전판매로 사실상 가닥이 잡힐 경우, 금융당국이 또 한번 CEO 대상 중징계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지난 라임‧옵티머스 사태 당시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당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이후 징계 무효 소송서 승소해 취소)’를 받았고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은 경징계 수준인 ‘주의’를 받기도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