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최초로 매출 301조7700억원 달성
연말로 갈수록 수익성 악화…시장 전망 하회

지난해 삼성전자의 분기별 실적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지난해 삼성전자의 분기별 실적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 2022년 상반기 호실적에 힘입어 연매출 300조원 달성에 성공했으나, 하반기 경기침체 여파로 수익성 하락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분간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올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줄어드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6일 잠정실적 집계 결과 지난해 매출 301조7700억원, 영업이익 43조37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간 매출 300조원은 삼성전자 창립 이후 처음이자, 국내 기업으로서도 사상 최초다. 2년 연속으로 최대 매출을 경신했음에도 삼성전자의 분위기는 밝지 않다. 연말로 갈수록 실적 부진이 두드러진 탓이다. 

지난해 4분기로 좁혔을 때, 삼성전자는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8.58% 줄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69%나 급감했다. 전 분기 대비로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83%, 60.37% 줄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연간과 분기 실적 모두 시장의 전망치를 밑돌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취합한 증권사 전망치(컨센서스)를 보면 연간 매출 304조7210억원, 영업이익 45조9811억원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전년 대비 매출은 7.93%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16% 감소하면서 매출은 3조원, 영업이익은 2조원 이상 낮았다. 

분기 실적은 더 저조했다. 에프앤가이드는 컨센서스로 매출 72조7226억원, 영업이익 6조8737억원을 제시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조원 이상 빠졌다. 통상 4분기는 성수기다. 중국의 광군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대규모 할인행사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판촉비용이 늘긴 하지만 그만큼 매출도 뛴다. 4분기 실적이 후퇴했다는 건 시장의 전망보다 소비심리가 더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업별 세부 실적은 이달 말에나 발표된다. 다만 증권가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생활가전·TV 영업이익이 최소 절반을 빠졌을 것으로 추정하는 분위기다. 수익을 내는 삼각 축이 전멸한 셈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가전제품에도 팬데믹 버블이 형성돼 조정이 진행 중“이라며 “블랙 프라이데이와 월드컵 특수가 겹쳤음에도 TV와 가전 수요는 의미 있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 가량을 책임지는 반도체 사업은 경기 침체와 물가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반도체는 경기를 타는데 데이터센터와 같은 대규모 투자가 원활하지 못했다. 거기다 소비자들의 전자·IT기기 구매마저 줄었다”면서 “수요 위축과 재고 증가, 반도체 가격 하락이 이어짐에 따라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PC용 D램(DDR4 8Gb)과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128Gb) 고정거래가격은 각각 2.21달러, 4.14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D램과 낸드 가격은 40%, 14% 하락했다. 고정거래가격은 기업 간 거래 가격이다. 고정거래가격이 떨어졌다는 건 완제품이나 데이터센터와 같은 IT 투자가 줄고 반도체 재고는 누적됐음을 의미한다. 

실제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3분기 말 57조31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6% 급증했다. 총 자산 대비 재고자산 비중도 9.7%에서 12.2%로 올라갔다.    

반도체 부진을 다른 사업부에서 일부 상쇄했던 3분기와 달리, 4분기에는 생활가전·TV와 스마트폰 사업도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수요는 줄어든 반면, 물류비와 원재료 가격, 에너지 가격처럼 원가 부담이 커저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지난해 전 세계 TV 출하량이 2억452만대에 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또다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을 12억4000만대로 잡았다. 전년 대비 11% 적은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시장의 동요를 의식한 듯 이례적으로 참고자료를 냈다. 삼성전자는 “고객사들이 긴축재정 기조를 강화함에 따라 메모리 구매 수요가 예상보다 크게 줄었다. 재고 소진 압박 심화로 메모리 하락 폭도 전망보다 컸다”면서 “스마트폰과 생활가전도 수요 약세로 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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