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LG 미니멀 디자인 내년 출시
색감 강조 인테리어에서 선회…모노톤에 간결함 강조
세계적 수요 둔화로 재고 급증…유망주 빌트인가전 집중

삼성전자가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을 세계 시장에 본격 출시한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을 세계 시장에 본격 출시한다. 사진. 삼성전자. 

[데일리임펙트 변윤재 기자] 삼성전자 및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계 선두주자들은 오는 2023년 신제품에서 절제미를 강조할 전망이다. 

양사는 올해 공간 인테리어에 힘을 줬다. 비스포크와 오브제컬렉션은 모두 기존 주방가전에선 잘 쓰이지 않는 색감을 강조한 브랜드였다. 공간 인테리어 가전 원조를 놓고 신경전을 벌일 정도로 각 사의 주력군이었다. 그랬던 양사가 색깔을 빼기로 한 것이다.

26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을, LG전자는 미니멀 디자인을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은 조화를 강조한다. 고급스러운 절제미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3D 정밀 가공을 적용한 타임리스 알루미늄, 100% 천연 소재 질감의 세라믹, 럭스 메탈 등 내구성과 디자인을 강화했고, 전체적으로 통일감을 주도록 빌트인 룩을 구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오븐·인덕션 쿡탑 등 일부제품을 인피니트 라인으로 유럽에 선보였다. 올 2월에는 국내에 인피니트 라인을 정식 출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인피니트 라인은 세련된 디자인과 기능 덕분에 매년 평균 판매량이 77% 늘어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일단 해외 현지 선호도가 높은 디자인을 중심으로 인피니트 라인을 공개한다. 1도어 냉장고·냉동고·와인냉장고를 추가했으며, 앞으로 오븐·인덕션·후드를 추가하기로 했다. CES2023에서 소개한 뒤 프랑스·독일·영국을 포함한 유럽 시장에 내년 1분기 먼저 선보인다. 이후 내년 중 미국·멕시코·태국·호주 등으로 출시 국가를 확대할 예정이다. 

LG전자도 CES2023에서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을 강조한 미니멀 디자인 5종을 공개한다. 냉장고·오븐·식기세척기·세탁기·건조기 등 주방 가전의 주력 품목에 입힌다. LG전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단순함이 사용자 삶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해 이 같은 라인업을 추가했다“며 “단순함의 미학을 구현한 제품“이라고 밝혔다. 

미니멀 디자인은 간결함이 핵심이다. 기본 색상은 무채색 계열이다. 외관도 물리적 버튼, 장식적 요소, 손잡이 등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사용자 경험(UX)과 사용자 환경(UI) 역시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변했다. 

제품 내외부 역시 미니멀리즘을 강조한다. 제품에 사용되는 부품 수와 기능·상태를 표시하는 인쇄를 줄이고 제조공정을 간소화 했다. 대신 제품 내외장재부터 포장재, 완충재까지 재활용 소재를 적용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측면을 부각시켰다. 미니멀 디자인은 내년 상반기 순차적으로 출시되며 UP가전 라인업에 포함시켜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LG전자가 미니멀 디자인의 가전을 CES2023에서 공개한다. 사진. LG전자.
LG전자가 미니멀 디자인의 가전을 CES2023에서 공개한다. 사진. LG전자.

그동안 국내 가전업계는 인테리어 효과를 강조해왔다. 취향을 드러내고자 하는 MZ세대 소비층을 공략하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전략을 적중했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키친 패키지는 올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배 이상 성장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프렌치 도어 냉장고는 출시 이래 매출이 두 자리 수 성장을 이어갔다. 

그러나 공간 인테리어 가전은 ‘개성’을 살리다 보니 전체 수요층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전자를 담당하는 마케팅 업체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가전제품은 이사와 함께 바꾸는, 생애주기가 긴 제품“이라면서 “전체제품을 구입하는 신혼부부는 관계없지만, 중간에 제품을 추가로 구매하는 4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집안 전체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아 (색상이 있는 가전) 구매를 꺼리는 경우가 있었다. 게다가 첫 구매고객도 주기적으로 바꿀 걸 고려해 컬러감이 적은 무난한 제품을 고르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LG전자가 색을 빼고 빌트인에 최적화된 제품군을 확충하는 건 수익성에 고민을 방증한다. 삼성전자, LG전자는 프리미엄을 내세워 실적을 방어해왔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고, 코로나 특수마저 끝나자 두 회사의 가전사업 매출을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삼성전자는 영상디스플레이·가전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7.1%나 줄면서 2500억원에 그쳤다. LG전자 H&A 사업본부도 54.5% 감소한 2283억원에 머물렀다. 가전제품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기간 보조금을 받았던 소비자들이 가전제품을 이미 교체한 데다, 경기 침체로 가계소득이 줄면서 고가의 소비를 지양하기 시작했다. 

수요 둔화를 재고 증가로 이어졌다. 3분기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57조319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1.6% 급증했다. LG전자도 12% 늘어난 11조2071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두 회사의 재고자산회전율은 각각 4.5회, 6.5회였는데 3분기 말 3.8회, 5.8회로 내려갔다. 재고자산이 매출로 빠르게 연결될수록 재고자산회전율이 높다. 재고자산회전율이 낮아졌다는 건 재고가 쌓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총 자산 대비 재고자산 비중은 9.7%에서 12.2%로 올라갔고, LG전자도 18.2%에서 18.3%로 소폭 상승했다 .    

문제는 재고를 털어낼 방도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해외 매출도 빠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11월 4억9737만7000달러였던 가전제품 수출액은 12월 들어 3억5800만달러로 더 떨어졌다. 1월(11억7687만6000달러)과 비교하면 69.6%나 하락했다. 물가 상승과 세계 각 국의 긴축 재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이 지속된 결과,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 등 연말 성수기에도 구매력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는 신가전을 통해 숨은 수요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을 구사했지만 신통치 않다. 품절사태를 불렀던 LG스탠바이미 가격은 100만원대에서 인터넷TV 결합상품에 가입할 경우 40만원대면 구매할 수 있다. 삼성전자 더 프리스타일 역시 100만원대에서 50만원대까지 몸값이 낮아졌다. 

이에 삼성전자, LG전자가 빌트인 가전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삼성과 LG의 라인업은 빌트인을 염두에 두고 통일감을 강조한 게 특징“이라며 “빌트인 가전은 기본 단가가 높고, 부동산 등 B2B 시장으로 진출하기에도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시장을 넓히기 보다, 매출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는 검증된 분야에 집중 공략해야 할 때“라면서 “그런 면에서 수요가 꾸준한 빌트인 라인업을 확충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빌트인 가전 시장은 성장세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전 세계 빌트인 가전 시장 규모는 2016년 472억3200만달러(약 59조7500억원)에서 지난해 592억2940만달러(약 74조9300억원)로 성장했다. 지난해 전체 가전시장의 30%가 빌트인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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