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제품사용 배출량...ESG 공시·공급망 실사법서 관리 요구 늘어

구체적 기준 없어 동종업계서도 공개 범위 달라..."구체적 기준 필요해"

2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ISSB 최종 기준 및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엠마뉴엘 파베르 ISSB 위원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박민석 기자
지난 2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ISSB 최종 기준 및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엠마뉴엘 파베르 ISSB 위원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박민석 기자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직접적인 제품 생산 외에도 협력업체와 물류, 제품 사용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뜻하는 스코프3가 환경 공시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투자자와 글로벌 규제기관, 금융기관들이 스코프3 공시를 두고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어, 업종별로 통일된 공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탄소중립과 함께 환경 정보공시 중요성이 커지면서 스코프3를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공개하는 기업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ESG 컨설팅 업체인 더씨에스알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153개 상장사 가운데, 70개사(45.7%)가 온실가스(GHG) 스코프 3(공급망을 포함한 총 외부 배출량)의 정량 성과를 산출해 보고했다.

ESG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난해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스코프3 배출량을 공개 기업이 압도적으로 늘었다"며 "글로벌 ESG 공시기준과 공급망 실사 대응 차원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스코프3는 기업의 공급망과 제품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부 온실가스 배출량을 말한다. 가령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생산할 때 공장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직접 배출량(스코프1)이며, 사용된 전력은 간접배출량(스코프2), 끝으로 협력업체와 물류, 출장, 공급망 및 제품 사용 등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은 스코프3에 포함된다.

스코프3는 투자 의사결정 시 필요한 중요한 정보로도 인정받고 있다. 이에 해외 중심으로 최근 제정되고 있는 ESG 공시 기준에서도 강조하고 있다.

내년 초 공개될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은 IFRS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에서도 스코프3 공개를 포함하고 있다. 

파베르 ISSB 위원장은 최근 ISSB 세미나에서 "IFRS 초안 관련 전 세계로부터 받은 의견서에서 스코프 3 공개에 대한 기업들이 많은 애로사항을 토로했다"며 "(스코프3 공개시점이) 유예는 될 수 있으나 공개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2024년부터 적용되는 유럽연합의 기업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에서도 스코프3 공개를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 SEC가 지난 3월 공개한 기후 관련 공시에서는 현재 스코프3 공개 여부를 두고 논의 중에 있다. 

내년도 독일이 시행하는 공급망 실사법에서도 스코프3 관리가 강조된다. 공급망 실사법은 수출 기업이 공급망에 연결된 협력사들의 인권 침해, 환경 오염 여부를 조사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시정하며 해당 시정 조치와 결과를 공시해야 한다. 

이는 곧 공급망 내 전체 공급망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스코프3 공시와 함께 협력사 ESG 평가, 컨설팅도 추진 중이다. 

동종업계서도 스코프3 공시 범위 달라...’구체적인 기준 필요’

이처럼 스코프3의 중요성은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공시 방식에 있어서는 기업별로 혼선을 겪고 있다. 측정 자체가 쉽지 않아 온실가스 프로토콜(GHG PROTOCOL) 등 스코프 3 공시를 안내해주는 방법론을 활용해 부분적으로 공시하는 경우가 다수다.

실제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스코프3 배출량 가운데 구매한 제품 및 서비스, 투자 배출량 등 3가지만 공개했으나 LG화학은 두 정보에 더해 자본재(업스트림), 업스트림 수송 및 분배, 연료 및 에너지 관련 활동 등 총 9가지로 상세하게 공개했다.

LG화학 2021년 Scope3 배출량 자료. 2021년 LG화학 ESG 성과 데이터 보고서

업계에서는 기업 자금 조달을 위한 투자자들의 의사결정를 위해서라도 스코프3 공시가 구체화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코프3 공개 범위가 다를 경우 업종별 비교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투자 자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측정이나 스마트폰 등 제품 사용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업종별로 동일한 방식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취지다.

ESG 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ESG 정보 의무공시, 기후 공시, 공급망 실사 등 규제와 기준에서 요구하는 것은 ‘스코프3’ 정보에 대한 관리와 공시”라며 “가장 시급한 것은 업종별 스코프3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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