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국내 재생에너지 부족에 목표 수립·조달방법 고민 깊어져

ESG 공시·탄소국경세 등 스코프3 요구만..."기업 대부분 재생E 압박 커"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국내 주요 기업이 녹색 전쟁에서 목표를 잃고 방황하고 있다. 탄소중립에 나서자니 재생에너지가 부족하고 세부 전략을 수립하자니 ‘그린워싱’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해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시민단체는 구체적인 연도를 내놓으라 성토하고 있고 투자자의 자료 요구는 끊임 없다. 일부 기업은 1% 미만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에게도 별도 ESG 정보를 제공하며 대응하고 있으나 탄소중립 세부 목표가 없냐는 회신이 돌아온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LG, SK 등 주요 그룹은 구체적인 환경 목표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5일 신환경경영을 선언했으나 모바일, 가전 부문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국제 사회가 합의한 한계 연도인 2050년을 탄소중립 달성하는 연도로 설정했다.

삼성은 이날 발표에서 조급히 세부 목표를 수립하면 그린워싱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견해를 더했다. 탄소중립 목표 설정의 어려움을 대외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재생에너지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정부 에너지 정책에 대해 간접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같은 토로는 삼성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모두 재생에너지 인프라 부족으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용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모두 전환하는 RE100에 참여한 주요 기업들도 세부 계획은 밝히지 못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와 LG생활건강도 재생에너지 수급 불안정을 이유로 RE100 이행 시점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국내 주요 기업 ESG 총괄은 데일리임팩트에 “국내 재생에너지도 충분치 않고, 정부도 재생에너지 줄이겠다고 하는데 비용 부담이 큰 재생에너지 전환 시점을 못 박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엄청난 리스크”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투자자와 고객사는 기다려주지 않고 있다. 글로벌 고객사와 투자자들의 요구로 탄소중립 달성 연도를 앞당기려는 기업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일부 기업은 고객사로부터 초기 단계부터 제품 생산시 재생에너지 의무 사용과 특정 시점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높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형적으로 RE100 참여 기업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이달 기준 국내에서는 삼성전자를 포함해 23개 기업이 참여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태부족은  RE100 추진 중인  모든 기업에게 고민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전체 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7.5%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국내 주요 5대 기업 전력 사용량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해외서도 한국을 재생에너지 전환이 어려운 국가로 꼽기도 했다. 'RE100 2020' 연례보고서에서는 재생에너지 전환이 어려운 10개국에 한국을 포함했다. 

'RE100 2021' 연례보고서에서는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 중인 국내외 RE100 가입 기업 53개사 중 27개사, 약 51%가 한국을 '재생에너지 조달에 장벽이 있는 국가'로 지목했다.

재생에너지 부족 현상으로 기업들이 세부적인 목표조차 수립 못하고 있는 가운데 탄소중립과 관련한 제도는 더욱 빠르게 안착하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3월 21일 제안한 기후 공시 규칙안은 각 기업의 탄소중립 세부 목표 수립을 압박하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SEC가 산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해당 규칙안을 하반기 통과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해당 공시 규칙안은 기업 활동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담긴 스코프3를 포함하고 있다. 

이 같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부족에 대해 호소에 가까운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현 정부는 친 원자력 발전을 외치며 재생에너지 예산을 오히려 줄이고 있다. 

산업부 2023년 예산안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자금 지원 예산은 올해 9700억원에서 내년도에 6500억원으로 줄어든다.

또한  한국수력원자력 등 한전 산하 6개 발전 자회사들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5년간 최소 2조 1000억 원에 이르는 국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회·매각할 전망이다. 

정부에서는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고 있으며, RE100 달성은 2040~50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부족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지난달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2030년까지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비중에 3배 수준(21.5%)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이전 9차 계획 때보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ESG 업계에서는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의무화 추진 중인 스코프3 공시와 재생에너지 가격 경쟁력을 고려했을 때 공급 비중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공급망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미하는 스코프 3에는 협력업체 배출량도 포함된다. 예컨데 즉 유럽에서 삼성전자에 스코프 3를 공시를 요구 할 경우, 반도체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에도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반도체, 배터리 등 제조업과 미래산업 중심이라 전력 사용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기에 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해외 스코프3 공시 뿐 아니라, 넷제로 목표달성에도 스코프3가 들어가 있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결국 스코프3 관리를 요구하는 만큼 재생에너지 수요가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로 확장된다고 봐야한다"며 “제품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 공급을 더욱 늘려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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