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확대·기술력 향상·사세 확장 등 M&A 효과 기대

불안정한 재무구조·노조리스크로 경영 부담도 상당

불법파업 등 잡음 발생 시 김동관 체제 구축 악영향

한화그룹 CI. 사진. 데일리임팩트.
한화그룹 CI. 사진. 데일리임팩트.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승부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라는 대규모 빅딜에 나선 가운데 글로벌 사세 확장이 기대되지만, 과정이 순탄지만도 않을 전망이다.

경쟁당국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데다, 대우조선 내부의 문제도 만만치 않다.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것은 물론, 노조리스크까지 안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후계자 자질 논란이 불거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물론 최종적으로 대우조선 인수에 성공만 하면 꽃길이 펼쳐져 있다. 한화그룹이 최근 사업 재편을 추진 중인 점을 고려하면 교통정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의 덩치가 커지는 것은 물론 방산·에너지 분야에서 입지가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김동관 체제를 구축한 이후 처음 단행된 빅딜인 만큼, 경영승계와 향후 계열 분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번에는 품는다” 한화, 대우조선 지분 인수 

한화그룹은 지난 26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 지분 49.3%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 입찰과 실사, 해지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산은)과는 향후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기본합의서에 함께 서명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번 인수는 방위산업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시너지를 고려했다. 글로벌 톱티어인 대우조선의 설계·생산 능력과 그룹의 핵심 역량이 결합되면, 조기 흑자 전환은 물론이고, 방산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글로벌 메이저로 성장할 수 있다”며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투자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으로 적극적으로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한 차례 대우조선 인수에 실패한 전적이 있다. 2008년 10월 공개경쟁 입찰에 응한 한화그룹은 6조원이 넘는 가격을 제시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인수가 무산된 뒤에도 한화그룹은 긴 법적 다툼을 벌여야 했다. 산은과 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두고 7년간 소송을 벌인 것이다. 2016년에야 1260억원과 지연이자를 돌려받으면서 소송전이 막을 내렸지만, 산은과 한화그룹 모두 신뢰가 무너진 상태였다. 

때문에 산은은 이번에 대우조선이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한화그룹이 사들이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대신, 스토킹 호스라는 조건을 달았다. 스토킹 호스를 할 경우, 우선 매수권을 가진 의향자가 경쟁 입찰에 참여하게 된다. 입찰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인수자가 있으면 입찰 의향자에게 인수 의사를 물어본 뒤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산은이 한화그룹에 매각 의향을 밝힌 만큼, 딜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한화그룹이 경쟁자의 입찰 조건이라는 변수를 감수한다는 점에서 대우조선 인수에 대한 의지가 드러난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 자료. 한화그룹.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 자료. 한화그룹.

한국형 록히드마틴 위한 신의 한 수 

김승연 회장은 대우조선의 매력이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룹 주력인 방산 분야에서도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김 회장은 한국형 록히드마틴을 목표로 방산사업의 외형 성장을 가속화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방산사업 재편을 진행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 방산부문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 한화디펜스를 흡수해 경영 효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키로 했다. 지상과 우주에 치중돼 있고, 기업 규모 면에서도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게 문제였다. 방산업계 특성상 기업 규모가 클수록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 호환되는 제품끼리 묶음 판매를 하려면 폭넓은 제품군도 갖춰야 한다. ‘지상에서부터 항공우주에 이르는’ 종합방산기업으로 거듭나려면 해양쪽 포트폴리오를 보완해야 했다. 

대우조선은 매출의 85%가 상선에서, 나머지는 특수선(군함 잠수함)에서 나온다. 특히 특수선 건조 역량은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인 3000톤급 잠수함을 비롯해 차세대 호위함, 잠수함 구조함 등 다양한 특수선을 건조했다. 국내 방산업체 중 유일하게 장보고 사업을 수행했을 정도다. 대우조선을 품으면 육해공을 아우를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사업 간 시너지도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고 유지보수(MRO)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 중동·유럽·아시아에서의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무기체계, 대우조선의 특수선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 

대우조선의 경쟁력 역시 한층 강화된다. 한화시스템은 함정의 두뇌라 불리는 함정 전투체계(CMS)를 우리 해군 함정에 사실상 100% 공급하고 있다. 이 같은 해양첨단시스템 기술을 대우조선의 상선에 적용한다면 자율운항 선박 양산도 가능해진다. 잠수함에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탑재한 한화디펜스를 활용하면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주도권을 노려볼 수 있다. 

지난 7월 23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30만톤급 초대형원유운반선이 성공적으로 진수 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지난 7월 23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30만톤급 초대형원유운반선이 성공적으로 진수 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친환경 에너지 사업 시너지 확대

친환경 에너지 또한 대우조선 인수 효과가 기대되는 분야다. 대우조선은 액화천연가스(LNG) 해상 생산 기술(FLNG)과 운반, 연안에서 재기화 설비(FSRU)까지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LNG 시장은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 이슈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미국에서 수입한 LNG를 통영에코파워가 발전하는 사업을 운영 중이라는 점에서 LNG 시장 전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기회를 잡게 된다. 

무엇보다 수소·태양광 등 미래 에너지 사업에서의 잠재력이 더 커진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생산·발전 사업과 한화임팩트의 수소 혼소 발전 기술, ㈜한화의 에너지 저장 수단으로서의 암모니아 사업 등에서  대우조선의 에너지 운송 사업과 연결하면 생산-운송-발전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다. 대우조선이 경쟁력을 갖춘 해상풍력설치선(WTIV)을 활용해 한화솔루션과 한화건설이 각각 미국·유럽과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해상풍력 발전시장 진출을 꾀할 수도 있다. 

현재 한화그룹은 한화솔루션의 사업 구조를 다시 짜고 있다. 백화점 사업 담당인 갤러리아 부문을 인적분할하고, 자동차 경량 소재와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 시트 등 첨단소재 부문 일부 사업을 물적 분할했다. 한화솔루션 사업구조를 단순화하고 친환경 에너지 사업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 첨단소재 부문 지분을 일부 매각해 미국 태양광 제조 시설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설비 투자에 벨류체인 구축, 기술력까지 더해진다면 세계적 그린에너지 사업자로의 도약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게 김 회장의 계산이다. 

결정적으로 인수가 대비 효용성이 높다는 점이 김 회장을 움직이게 했다는 분석이다. 14년 전과 비교하면 인수가는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수 이후 턴어라운드의 부담도 덜하다. 노후 선박 교체 수요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로 조선업은 ‘빅 사이클’ 초입에 진입했다. 대우조선의 저가 수주 물량을 상당 부분 해소했고, 자산가치 재평가로 적자 구조도 개선되고 있다는 게 한화그룹의 설명. 288억달러(약 41조원)의 수주 잔고를 기록, 3년 반 이상 일감까지 확보해 둔 상태다. 환율 상승 효과로 수익성이 높아진 가운데 신사업 진출로 조기 흑자전환도 기대해 봄 직 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과 김동관 ㈜한화 전략부분장·한화솔루션 대표(사장). 사진. 한화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과 김동관 ㈜한화 부회장. 사진. 한화그룹.

후계 승계 작업 기반 마련에도 유용 

일단 인수대금은 수월하게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계열사 6곳이 공동 투자하는 방식을 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조원을,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각 1000억원)을 투자한다. 올 상반기 연결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각각 2조1043억9600만원, 1조1867억9620만9856원에 달한다. 

한화그룹의 목표대로 11월 말까지 본계약 체결이 완료되면 한화그룹의 존재감이 달라질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2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분석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그룹의 계열사 수는 총 91개, 자산총액은 80조3880억원이었다. 대우조선의 자산총액이 12조224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인수 이후 한화의 자산총액은 92조원 수준으로 뛴다. 재계 6위 포스코(96조원)와의 격차가 확 좁혀지는 것이다. 

사세 확장을 계기로 한화그룹이 후계 승계 작업이 속도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된다. 방산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총괄하는 이가 김동관 부회장이라서다. 김 부회장은 지난달 한화솔루션 대표에 이어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까지 맡았다. 실질적 지주사인 ㈜한화와 핵심 사업에 김 부회장이 깊숙히 관여하는 구조를 만든 건 김동관 체제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부회장의 ㈜한화 지분율은 4.44%에 불과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경영 환경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 때문에 김 부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을 확대해 승계 명분을 만들고, 배당 둥을 통해 승계 재원 고민을 함께 해결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와 동시에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과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각각 금융, 호텔·리조트·유통 사업을 맡는 구도로 계열 분리 밑작업에 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월 20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직원 4000여명이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불법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 대회를 가졌다. 사진.대우조선해양
독 불법 점거사태 이후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벌어진 불법 파업 중단 촉구 결의대회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대규모 적자에 노조 리스크는 위험 요인

시장에서는 재무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대우조선의 부채는 10조4741억원, 자기자본은 1조5483억원에 불과하다. 부채 비율이 무려 676.5%에 이른다. 누적 손실 규모도 크다. 2012년부터 최근 10년 간 누적 순손실은 7조원 이상이다.   

경쟁당국의 심사가 까다로워진 점도 변수다. 기업결합 신고회사와 상대회사의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 규모가 각각 3000억원 이상, 300억원 이상인 경우 독과점 등에 대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한국과 유럽연합(EU)을 포함해 총 10개국에서 기업결합 심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과거 현대중공업은 LNG 선박 시장에서의 독점을 우려한 EU 반대로 결국 인수를 접었다. 전문가들은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의 사례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동종업계에 있지 않고, 방산 분야 역시 사업 영역이 중복되지 않기 떄문이다. 기업법 전문가는 데일리임팩트에 “한화그룹이 조선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장 경쟁을 저해할 요인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경쟁당국의 심사를 무사히 통과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로 인해 가장 큰 변수는 노조 리스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대우조선 노조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매각을 추진한다면 한화가 어떻게 회사에 기여할지에 대한 내용이 먼저 발표돼야 한다”면서 ”밀실·특혜 매각 작업이 계속된다면 모든 물리력을 동원해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오는 29, 30일 쟁의 돌입 찬반투표를 예고한 상태다. 인수 과정에서 불법 파업 같은 잡음이 지속될 경우, 경영 승계 작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허나 노조와 원만한 대화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독 불법 점거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과거에도 강경한 태도로 일관, 매각을 무산시켰다. 2008년에는 조선소 출입문과 헬기장 등을 봉쇄, 현장 실사를 하지 못했다. 2019년에도 매각 반대 서명을 벌이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무리수로 빈축을 샀다. 경영 정상화가 요원한 상황에서도 노조는 매각에 따른 개인별 보상 및 위로금 지급, 우리사주조합 지원 등을 요구하거나 협력사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반대서명을 받았다. 이미 두 차례 투쟁의 맛을 본 노조가 이번에도 강경 일변도로 대응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다행스러운 것은 독 불법 점거로 인해 강경 투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졌다는 점“이라면서도 “노조가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대화의 통로를 열어두되,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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