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한화건설·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9개 계열사 인사

김동관 부회장 승진…그룹 전략 및 우주항공·에너지·방산 두루 총괄

60~70년대생 전략통 전진 배치…안정적 수익 창출-인적 쇄신 염두

한화그룹이 9개 계열사 인사를 단행했다.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동관 ㈜한화 신임 부회장, 김승모 한화건설 대표(사장),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사장), 류두형 ㈜한화 모멘텀 부분 및 한화정밀기계 대표(사장), 정상철 한화솔루션 Q에너지 대표(전무), 양기원 ㈜한화 글로벌 부분 대표(부사장), 손영창 한화H2에너지 대표(부사장), 김인환 한화솔루션 첨단소재 부문 대표(부사장). 사진. 한화.
한화그룹이 9개 계열사 인사를 단행했다.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동관 ㈜한화 신임 부회장, 김승모 한화건설 대표(사장),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사장), 류두형 ㈜한화 모멘텀 부분 및 한화정밀기계 대표(사장), 정상철 한화솔루션 Q에너지 대표(전무), 양기원 ㈜한화 글로벌 부분 대표(부사장), 손영창 한화H2에너지 대표(부사장), 김인환 한화솔루션 첨단소재 부문 대표(부사장). 사진. 한화.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로써 ‘김동관’ 체제가 강화된 모습이다. 

한화그룹은 29일 계열사 대표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에 인사를 단행한 계열사는 ㈜한화 전략·글로벌·모멘텀부문과 한화정밀기계, 한화건설,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 한화솔루션 Q에너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H2에너지 등 9곳이다. 이번에 내정된 대표들은 주주총회와 이사회 등을 거쳐 최종 선임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대내외적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 지속적인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시장 선점을 위해 사업구조 재편이 진행 중인 회사를 중심으로 인사를 단행했다”며 ”경영 전략과 전문성에서 검증된 인물들을 재배치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실제 해당 계열사들은 현재 사업 재편이 진행되는 곳들로, 체질 개선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다만 이번 인사는 그룹의 혁신이라는 명분 외에 실질적으로는 후계자 김동관의 영향력 강화가 주 목적으로 분석된다. 김 부회장은 ㈜한화 전략부문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로 내정됐다. 

한화그룹은 사업재편과 중장기 전략사업 추진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김 부회장의 보폭을 넓혀주기 위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은 방산사업을 한데 모으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사업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김 부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을 이끌게 되면서 한국판 록히드마틴을 목표로 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업 확대와 해외 진출이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김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입증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업경쟁력 강화, 미래 전략사업 발굴과 투자에서 김 부회장의 전문성이 검증된 데다, 글로벌 역량을 바탕으로 사업전략 추진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창출한 인재라는 것이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이 미국·유럽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김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했다. 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해 현지 태양광 사업을 확대했고, 유럽에서 친환경에너지사업을 활발히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이 지역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해 사업 역량을 집중한 김 부회장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친환경 정책 강화로 미국·유럽사업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김 부회장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그룹은 보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그룹이 미래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그린에너지와 우주항공사업의 중장기 전략 추진과 전략적 투자 등에 있어 김 부회장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해외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방산사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안정적 수익구조를 만드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며 ”그룹의 미래사업 추진에 있어 김승연 회장의 경영 구상을 구현해 나가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주요주주로서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한화그룹은 이번 인사가 경영승계의 일환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재계의 시각은 다르다. 후계 승계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김 부회장은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한화솔루션 외에 ㈜한화 전략부문 부문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스페이스허브 팀장 직함을 달고 있었는데, 이번 인사로 그룹의 핵심사업을 두루 총괄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미 한화그룹은 에너지와 우주항공·방산, 수소를 중심 축으로 삼아 사업 재편에 돌입한 상태다.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고 사업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화그룹은 강조했지만, 김 부회장이 핵심 사업을 책임지는 한편 승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김 부회장은 사장 승진 2년 만에 부회장 직함을 달면서 그룹 내 존재감도 한층 뚜렷해졌다. 앞서 김 부회장은 2015년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4년 만에 부사장, 다시 9개월여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부인인 서영민 여사가 별세한 뒤, 재계에서는 장남 김 부회장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김 부회장이 삼형제 중 가장 먼저 부회장 직함을 달면서 김 부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것임을 공식화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그룹 승계를 위한 구체적 움직임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데일리임팩트에 “지난번 사업재편은 김 부회장으로 가는 배당을 늘려 궁극적으로는 승계 재원을 마련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며 “이번에 김 부회장이 그룹 차기 총수라는 점을 선언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지분 매입 등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과 더불어 승진한 인물들의 면면도 눈에 띈다. 

김승모 ㈜한화 방산부문 사장이 한화건설 신임 대표를 맡는다. 김승모 사장은 ㈜한화 기획담당, 한화큐셀코리아, ㈜한화 방산부문 대표 등을 역임한 인물로, 방산 및 제조 분야 전략통으로 꼽힌다. 김 사장은 향후 ㈜한화와 합병되는 한화건설 조직 안정화와 미래 동력 발굴을 책임지게 된다. 그린 인프라 디벨로퍼로서 도약을 준비 중인 한화건설의 중장기 전략사업 고도화,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사업, 국내외 주요 개발사업 추진 등을 공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손재일 한화디펜스 대표(사장)는 김 부회장과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각자대표로 내정됐다. ㈜한화 기획·인사, 한화지상방산, 한화디펜스 대표를 거친 방산전문가인 손 사장은 한화디펜스의 자주포 수출 등 해외 사업에서 성과를 냈다. 세계적 종합방산기업으로 도약하려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업 포트폴리오 정비와 조직 안정화를 이끌 계획이다. 

류두형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 대표(사장)는 ㈜한화 모멘텀과 한화정밀기계 신임 대표로 자리를 옮긴다. 류 사장은 한화에너지,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을 이끈 전자소재분야 전문가다. ㈜한화 모멘텀부문과 한화정밀기계는 반도체 장비와 이차전지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류 사장은 양사 통합 후 사업 시너지 제고하고, 신규사업 확대를 주도할 방침이다. 

김인환 한화토탈에너지스 수지사업부문장(부사장)은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 신임 대표로 내정됐다. 엔지니어 출신인 김 부사장은 한화케미칼 PO 연구개발, 한화토탈에너지스 수지사업부문장 등 소재관련 분야 제품 개발에서부터 사업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무를 거쳐 사업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소재분야 기술 전문성과 경험을 통해 첨단소재부문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포트폴리오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손영창 한화파워시스템 대표(부사장)는 한화H2에너지와 한화파워시스템을 함께 이끌게 된다. 손 부사장은 산업용 장비 분야에 대한 기술 이해가 높은 인물로, 연구개발부터 신규사업 발굴까지 수소 사업 경험이 풍부하다. 수소혼소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 인수에 기여하고 한화임팩트 수소사업부장을 역임한 만큼, 두 회사간 사업 시너지 강화와 신규사업 검토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7월 ㈜한화 글로벌부문 대표로 내정된 양기원 전무는 부사장으로 영전했다. 양 부사장은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에서 사업개발과 전략기획 등을 맡아 제품생산, 기술기획, 해외 사업개발 경험 등을 갖춘 인물로 꼽힌다. 무기화학 분야 밸류체인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양 부사장이 키를 잡게 되면서 ㈜한화 글로벌부문의 무기화학 전문업체으로의 전환이 한층 빨라진 전망이다. 

한화솔루션 Q에너지 대표를 맡고 있는 정상철 상무도 전무로 승진했다. Q에너지는 한화솔루션 유럽에너지사업을 총괄하는 회사다. 다년 간 유럽 그린에너지솔루션사업 경험을 통해 EPC와 태양광 개발사업 전문성,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한 정 전무는 재생에너지 개발사업에서 성장 기반을 구축한 성과를 인정 받아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그룹은 2년째 조기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난 2020년부터 재계 주요그룹 중 가장 빨리 인사를 실시해왔다. 석유화학·건설 등 중후장대 중심이었던 한화그룹은 최근 항공우주와 첨단소재,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등으로 무게 축을 옮기며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산업계 재편이 가팔라졌지만, 한화그룹은 변화의 속도가 더뎠다. 이로 인해 경영 전략을 조기에 수립·달성하고자 인적 쇄신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이번 승진자들을 살며보면 후계 승계에 대한 구상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사업 전문성과 전략 실행력을 갖춘 60년대에서 70년대생 전략통들이 전진 배치됐다. 이들은 해당 사업에 대한 이해가 높아 사업 재편과 동시에 수익성 개선을 책임질 만한 역량을 갖췄다. 83년생인 김 부회장을 고려해 조직에 역동성과 안정감을 더하고, 안정적 현금 창출로 배당을 확대할 기반을 강화한 것으로 여겨진다.

한화그룹은 각 사별로 내년도 경영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하고 사업계획을 실행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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