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특별사면 명단 발표…이재용·신동빈 복권, 장세주·강덕수 사면

재계 “시의적절한 결정” 환영…기업인들도 ”위기 극복에 힘 보태겠다”

정부가 12일 8.15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이 명단에 포함되면서 경영 족쇄가 풀렸다. 미증유의 경제 위기 속에 민간 경제 활성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정부가 12일 8.15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이 명단에 포함되면서 경영 족쇄가 풀렸다. 미증유의 경제 위기 속에 민간 경제 활성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의 ‘경영 족쇄’가 풀렸다. 이들에게 내려진 툭명은 ‘경제 활성화를 통한 경제 위기 극복’. 지난 5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만큼, 기업들이 투자를 통해 미증유의 경제 위기를 뚫고 한국 경제의 활력을 더하는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법무부는 8.15 광복절을 맞아 주요 기업인과 서민생계형 형사범, 노사관계자, 특별배려 수형자 등 1693명을 특별사면·감형·복권조치 했다. 이에 따라 형 집행이 만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집행유예 기간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이 복권됐으며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사면은 윤석열 정부 첫 사면으로,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기업인들이 포함될지 관심이 쏠렸었다. 사면은 대통령 고유권한인데다, 역대 대통령들이 첫 사면을 통해 국정운영 철학을 드러내왔기 때문이다. 대선 공약을 지킬 것인지, 국정 최고운영자로서 ‘대의’를 택할 것인지에 따라 사면의 폭이 달라지곤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과거부터 사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범위로 한다든지 등을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을 아끼며 심사숙고 했지만, 미증유의 경제 위기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로 어려운 서민들의 민생을 안정시키고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을 비롯해 서민과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기회와 희망을 드리고자 한다”며 “사면의 대상과 범위는 어려운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각계의 의견을 넓게 수렴해 신중하게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도 윤 대통령은 “(이번 사면은) 민생과 경제회복에 중점을 뒀다”며 “제일 중요한 것이 민생이고 민생은 정부도 챙겨야 하지만 경제가 활발히 돌아갈 때 거기에서 숨통이 트이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경제인 사면에) 방점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법무부는 민간 경제에 활력을 더할 수 있는 기업인에게 기회를 주되, 회사운영 관련 범행으로 복역했지만 집행유예가 확정됐거나, 피해회복·회사성장의 공로 등에서 역할할 수 있는 경우에 복권·사면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특사 명단에 포함됐지만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은 명단에서 빠졌다. 

이번 사면으로 경영 족쇄가 풀린 기업인들에 향한 재계의 기대는 남다르다.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6년째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아왔다. 이 부회장은 징역 2년 6개월 형을 확정받고 복역하다가 지난해 8월 가석방됐다. 형기는 지난달 종료됐지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년간 취업이 제한된 상태였다. 신 회장도 업무상 배임으로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삼성은 재계 1위, 롯데는 재계 5위의 그룹으로 두 그룹의 총수가 전면에 나서지 못하면서 투자가 지연되고, 그룹의 대외 신임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총수의 강력한 리더십이 성장 동력이 됐다는 점에서 ‘총수의 귀환’은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국 경제는 빨간불이 켜졌다.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상승하고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미·중 패권경쟁에 끼여 사면초가에 처했다. 정부는 부산세계박람회 등 국제 행사를 유치해 반등의 전기를 만들겠다는 복안을 세웠지만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의 몸값이 치솟으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다. 

수차례에 걸쳐 기업인 사면을 요청해 온 재계는 정부의 결정에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심상치 않은 거시경제 흐름으로 민간 분야에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사면으로 경제 위기를 타개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주요 기업인의 사면·복권이 이뤄진 것을 환영한다”며 “이번에 사면된 분들이 경제위기를 타개하고 국가의 미래 번영을 이어가기 위해 기업인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해 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글로벌 경제 복합 위기와 주요국들의 패권 경쟁 격화로 인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기업인들이 경영일선에 복귀해 국민경제에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대통령의 특별사면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면서 “이번 사면이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한 기업 투자 활성화라는 기업인 사면 본래의 취지뿐만 아니라, 범국가적 과제인 국민통합을 이루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경제인들이 경영현장에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을 크게 환영한다”며 “이번 사면이 우리 경제의 위기극복 및 재도약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반영된 것인 만큼 경제계는 사업보국의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함으로써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또한 “기업인의 역량을 결집해 침체 기로에 놓인 경기를 회복시키는데 필요했던 시의적절한 결정”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고조되는 미중 갈등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 현상까지 맞물려 무역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인들은 리더십을 발휘해 수출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하반기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진보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은 ‘재벌 특혜’를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금융정의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민주노총·참여연대·한국노총 등 시민단체들은 “경제살리기라는 미명 하에 재벌 총수 경제 범죄에 대한 특혜가 또 다시 자행됐다”면서 “윤 대통령은 2016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수사를 이끌었으나 이번 사면으로 자신의 검사 시절 결정을 뒤집고 재벌의 편에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서 법과 원칙, 법치주의 확립을 내세우더니 재벌총수들에겐 무딘 잣대를 들이대는 윤석열 정부의 선택적 공정과 심각한 현실 인식을 규탄한다”며 “지금이라도 재벌 아닌 민생을 살피는 자세로 국정에 힘쓸 것을 강력히 주문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경제 활성화’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기업인들은 ‘위기 돌파를 위한 돌격대’를 자청하며 의지를 다졌다. 이 부회장은 “저의 부족함 때문에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어서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면서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신 회장 역시 “사면을 결정해 준 정부와 국민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글로벌 복합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겠다”면서 “국내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 회장은 “바이오, 수소에너지, 전지소재 등 혁신사업을 육성해 국가 경쟁력 제고에도 적극 기여하겠다”며 국가 전략산업 핵심 역량을 높이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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