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등지에 법인 설립 등 이어지며 해외 투자로 돌파구 마련

높은 초기 투자 비용과 미얀마 내전 등의 변수는 항상 대비해야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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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코로나19로 닫혀있던 빗장이 서서히 풀리면서 금융권의 해외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은행 등 금융사들은 지난 2년간 위축됐던 글로벌 사업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늘리는 상황이다. 특히 금융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동남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 포화로 국내에선 더 이상 확장이 어렵다고 느낀 카드사 역시 해외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대출 규제, 조달금리 상승 등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자 해외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31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최근 인도네시아의 여신전문금융회사인 '바타비야 프로스페린도 파이낸스'의 지분 85%를 인수했다. 인수 자금은 총 1175억원에 달한다.

앞서 '투투파이낸스미얀마'를 2016년에 인수했던 우리카드는 두 번째 해외법인까지 인수하며 동남아 시장 집중 공략에 돌입했다. 우리카드는 3분기 중 인수 작업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현지 영업을 펼칠 계획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에서 자동차 할부금융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오고 있는 우리카드는 이번 인도네시아 금융회사 인수를 통해 현지에서도 자동차 할부금융에 진출할 예정이다. 바타비야 프로스테린도 파이낸스는 현지에서 중고차 할부와 중장비 리스 사업을 주로 영위하고 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바타비야 프로스테린도 파이낸스가 우리카드에 인수되면서 이에 따른 신용등급 상승으로 조달 비용을 줄이고 영업 확대를 통해 올해 말 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영국 푸르덴셜 Plc 금융그룹의 베트남 소비자금융 회사인 PVFC 지분 100%를 인수하고 다음 해인 2019년 7월 '신한파이낸스'라는 이름으로 현지 영업을 시작한 신한카드 역시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베트남에 이어 카자흐스탄 현지법인에 자금 조달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베트남에 집중돼 있던 해외 수익을 다변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신한카드는 자산이 1000억원대가 넘는 인도네시아(1101억원)와 베트남(4702억원) 법인을 제외하고 순이익이 발생하는 카자흐스탄에 추가 자금을 지원하는 모양새다. 신한카드 카자흐스탄 법인은 새로 조달한 자금을 현지에서 영위 중인 자동차 대출 사업 활성화에 쓸 예정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카자흐스탄의 코로나19 상황이 안정세로 접어들었고 지난 3월 이후 자동차 판매량이 증가하는 등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 신규 차입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는 올해 초 글로벌사업본부를 신설하는 등 해외 사업 전략을 더욱 강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캄보디아, 태국,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의 영업력과 정보통신(IT)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지난해 초 프놈펜 '츠바암퍼지점'을 신설하고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당카오에 3호점을 내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왔다. 또 지난해 국내 여신전문금융회사 최초로 진출한 태국 시장에서의 영업 활성화를 위해 최근 태국법인에 대한 지급보증 규모를 500억원 증액했다.

KB국민카드의 해외법인 세 곳은 지난해 159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전년 대비 흑자 전환했다. 캄보디아법인 'KB대한 특수은행'은 84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인도네시아법인 'KB파이낸시아 멀티파이낸스'는 6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자회사로 편입된 태국법인 'KB제이캐피탈' 역시 인수 첫해 1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롯데카드는 2017년 현지 법인인 '테크콤 파이낸스'와 지분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2009년 대표사무소를 통해 베트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본 것이다. 이후 2018년 베트남에서 '롯데 파이낸스'라는 이름으로 첫 삽을 떴다. 롯데파이낸스는 지난해까지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사업에 정착하는 시기이며 점진적으로 운영 효율성 등에 집중해 향후 2~3년 내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카드 또한 신남방 국가 등 성장성이 높은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카드는 과거 베트남 진출이 좌절된 뒤 지난 2020년 말부터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현대카드 지사를 개소하고 시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KB국민카드의 캄보디아 프놈펜 지점 출범식. 사진. KB국민카드.
KB국민카드의 캄보디아 프놈펜 지점 출범식. 사진. KB국민카드.

해외 진출 필수지만 변수 많아 신중해야…

카드사들이 이처럼 해외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다. 실제 카드 수수료 인하와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규제 강화, 조달금리 상승 등으로 카드업계 업황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빅테크(대형IT기업)의 본격적인 금융시장 진출까지 더해져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또 해외 시장의 높은 금리 역시 카드사의 진출을 부추기고 있다. 동남아의 경우 대금상환 능력이 떨어져 금리가 높게 책정된다. 금리가 높은 만큼 회수율이 떨어지지만 같은 비용 대비 수익률이 높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무궁무진한 잠재성 역시 카드사의 해외 진출 구미를 자극했다"며 "잠재 성장률이 높은 동남아시아에 발 빠르게 진입해 장기적으로 수익을 노리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미얀마 내전 등 변수가 많아 신중한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 2016년부터 미얀마 현지법인의 영업을 시작했지만 2021년부터 이어진 미얀마 민주화 운동으로 인해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주로 진출하고 있는 동남아는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 등의 영향으로 단기간 내 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다만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카드사들로선 장기적 관점에서 해외 영업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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