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선스 지급했지만 대부분 카드사는 관련 투자에 소홀

VC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면 투자 지속되어야…

사진. 각 사.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중소기업·스타트업 등 벤처투자 시장에 대한 금융권의 투자가 점차 늘고 있다. 은행·증권사 등은 투자를 통해 이익을 거두고 새 기술을 쌓는 반면 카드사의 경우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투자를 늘리기 위해 규제도 풀었지만 오히려 카드사의 투자는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벤처투자를 전문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벤처캐피탈(VC)사와 달리 카드사의 경우 전문 투자 심사역을 구축할 수 있는 요건 마련이 어려워 신기술금융 투자 확대에 한계를 보이는 모습이다. 이에 지난해 주요 카드사 가운데 절반 이상은 벤처투자에 단 한 푼도 쓰지 않았다. 전문가들도 효율적인 방안을 통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VC와의 경쟁력 싸움에서 카드사가 밀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1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주요 8개 카드사 신기술금융 관련 자산은 총 883억24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763억원이 늘었다.

얼핏 보면 카드사들이 관련 투자를 크게 늘린 것 같지만 통계를 뜯어보면 전체 자산 가운데 92%에 해당하는 816억원이 신한카드 투자분이다. 나머지 8%는 KB국민카드(46억원)와 롯데카드(21억원)가 나눠 가졌다.

신기술금융은 새 기술을 개발하거나 응용해서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스타트업(신기술사업자)에 투자·융자를 해주는 사업이다. 쉽게 말해 성장성이 높은 신기술사업에 주식 등으로 자금을 지원해 사업의 성장에 따라 높은 투자이익을 실현하는 '벤처투자'에 가깝다.

실제 신기술금융회사로부터 발행 주식 총수 대비 10% 이상을 투자받은 기업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인정하는 '벤처기업'으로 지정된다. 지난해 기준 총 132개사가 신기술금융회사로 등록되어 있다.

벤처기업에 대한 금융권은 투자는 그간 꾸준히 이뤄져 왔다.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 등 증권사의 직접 투자는 물론 산업은행 등 은행권의 투자도 점점 늘고 있다. 다만 카드사의 경우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롯데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네 카드사는 지난해 말 기준 신기술금융 관련 자산을 전혀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는 지난해 신기술금융 부문에서 2억94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신한카드가 지난해 1분기 9억5700만원가량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연간 2억95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신한카드를 제외하고 KB국민카드가 순이익 100만원을 기록했으며 다른 카드사들은 0에 가까운 수익을 거뒀다.

적극적인 투자를 장려하며 금융당국이 라이선스까지 지급했지만 카드사들은 해당 라이선스를 갖고 투자는 한 건도 집행하지 않았다.

삼성카드는 그룹 내 삼성벤처투자라는 전문 투자사를 이유로 신기술금융 라이선스를 따지 않았다. 하나카드는 문화공연사업을 중심으로 신기술금융 투자를 하다 코로나19로 공연 유치가 어려워지자 2020년 5월 이후 현재까지 투자를 중지했다.

신한카드는 8개 카드사들 가운데 신기술금융에 수백억원대 투자를 진행했다. 신한카드는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들이 처음부터 전략적 투자펀드(SI)를 조성해 신기술금융을 새 먹거리로 삼았다.

여신금융회사 대표이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회사 대표이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여신금융협회.

최대 실적에도 벤처투자 미비

카드사는 지난해 전반적으로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신기술금융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대내외적 여건 마련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카드 판매가 본업인 카드사와 달리 신기술금융업을 본업으로 하는 전문회사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카드사에서 투자 심사역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코로나19 시국을 핑계로 벤처투자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카드사 전체 순익만 봤을 땐 실적은 챙기고 투자는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카드사 전체 순익은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2020년 대비 34%(1조5638억원)가 늘었지만 벤처투자에 대해 카드사의 관심이 줄면서 전체 벤처투자 금액에서 카드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1.1%까지 줄었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코로나19 사태로 대손충당금 적립이 중요해졌고 이전보다 직접 투자를 하기가 더 어려웠다"며 "금융 그룹 내 계열사들의 투자가 활발한 만큼 카드사가 직접 투자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 긴축이 시작되면 대규모 투자는 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기술·이익을 이뤄내기 위해선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신금융업권에서도 신기술금융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규제 완화가 더욱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장과 주요 회원사 대표이사들은 지난 9일 윤재옥 국회 정무위원장을 만나 여신금융업의 미래와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며 신기술금융사의 투자범위 확대 등을 건의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자금력이 부족한 카드사들이 거대 VC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벤처투자업계에 거품이 빠지고 난 후 알짜기업 기업을 찾아 실속적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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