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상승에 수익성 떨어지는 혜자 카드 연이어 사라져

비판 여론에 다양한 자구책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

사진. 이미지 투데이.
사진. 이미지 투데이.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혜택이 좋아서 추천했지만 없어졌다는 말에 아쉬웠어요."
"재발급이나 갱신이 되지 않아 새 카드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요."

신용카드 143종·체크카드 49종. 지난해 7개 전업카드사(신한·KB·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가 단종한 카드 개수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뒀던 카드사들은 최근 부가 혜택을 줄이고 알짜카드는 단종하는 추세다.

단종됐거나 예정인 카드 중에는 혜택이 많아 소비자에겐 유리하지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혜자' 카드도 있다. 각종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에서 고객들은 '먹튀'가 아니냐며 카드 업계를 향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수수료 재산정·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을 이유로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란 입장이다.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카드사들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비용 절감을 위해 고객 혜택이 많은 혜자 카드를 단종해나가고 있다. 최근 KB국민카드는 KB로블(ROVL) 카드의 운영 종료 공지를 올렸다.

이미 5년 전 개인 고객 대상 신규 발급을 중단한 KB로블 카드는 오는 20일부터 개인사업자 및 법인카드 신규 발급은 물론 개인카드의 재발급과 갱신도 중단된다.

KB로블 카드는 연회비가 30만원으로 비싸지만 국내외 항공권 하나를 결제하면 동반자 1인에 대한 왕복항공권을 제공해주는 혜택 덕에 각종 여행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탔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KB로블 카드는 포인트 또는 마일리지 적립이 강화된 '베브 파이브(BeV V) 카드'로 대체됐다"고 설명했다. '베브 파이브' 카드는 포인트와 마일리지를 쌓아주는 혜택이 있지만 항공권 원 플러스 원(1+1) 혜택은 없어졌다.

결국 해당 카드의 혜택을 바라던 고객들은 이번 결정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카드는 신규발급이 안 되지만 갱신이 가능해 항공권 예매 혜택을 기대하는 고객들이 많았다.

현대카드도 지난달 26일 DIGITAL LOVER(디지털 러버) 카드와 Chameleon(카멜레온) 카드를 발급 중단했다.

디지털 러버 카드는 디지털 생활비 관련 특화 카드로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 청구 할인 혜택은 물론 온라인 가맹점에서 간편결제 서비스로 결제 시 5% 청구 할인 혜택도 제공해 카드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카멜레온 카드 역시 해당 카드 하나로 여러 장의 현대카드를 다양하게 이용하고 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았다.

신한카드도 대표적인 '혜자' 카드로 꼽혔던 'The More' 카드를 포함, 49종의 신규 카드 발급을 중단했고 NH농협카드 역시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을 제공하던 다수의 자가 카드에 대해 갱신 및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현대카드 디지털 러버 카드. 사진. 현대카드.
현대카드 디지털 러버 카드. 사진. 현대카드.

싸늘한 고객 반응에도 카드사 "어쩔 수 없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뒀던 주요 카드사들이 혜택을 줄이고 알짜카드를 단종하면서 고객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혜택이 줄어 아쉽다는 댓글이 상당수 올라오고 있다.

카드사들은 이러한 반응에도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카드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등으로 경영악화가 가시화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카드 정리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피력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포스트 코로나 상황이 오면서 변동성이 커졌고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주력사업인 신용카드 매출은 적자라는 점도 카드사의 소극적 운영에 한몫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19~2020년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부문 영업이익은 2013~2015년 5000억원에서 2016~2018년 245억원으로 떨어졌다. 2019~2020년에는 이보다 못한 131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카드사들은 최근 형성되는 여론에 대해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도 조심스럽게 전했다. 종료되는 카드나 혜택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유효기간 만료로 인한 자연스러운 퇴장이란 측면도 있다는 것.

더불어 카드사들은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더 이상의 혜택 축소를 진행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자동차 관련 사업을 늘리거나 할부금융, 리스 등 그간 선전했던 사업구조 다변화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신규 발급이 종료되는 카드들은 유효기간을 다 채운 카드가 대부분"이라며 "기존 약관만 봐도 갑자기 없애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전했다. 이어 "다양한 방법을 통해 혜택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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