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5000만원’ 자산형성 기대…은행권-당국 간 갈등 지속
최종금리 공시 당초 12일서 14일로 이틀 미뤄져
금리요건 개선 요구에 은행권, “절반만 수용 가능”입장 견지
계좌담보대출 가산금리 인하 등 일부 개선 여지는 열어놔

국내 5대 은행 사옥/사진=각 사 제공
국내 5대 은행 사옥/사진=각 사 제공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한 윤석열표 청년 금융 정책상품인 ‘청년도약계좌’의 최종 금리 공개가 공개된 가운데 정식 출시를 앞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우대금리 조건이 금융당국 주도로 출시된 정책금융이라는 상품의 특성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더해, 기존 은행권에서 운용 중인 적금 상품 금리와의 역차별 논란에 따른 후폭풍 또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단 은행권과 금융당국은 청년도약계좌 정식 출시 이전까지 논의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인데, 현재 연 3.5% 수준에 형성된 기본금리 인상 등 일부 요건 완화 부분에서는 접점을 찾기 쉽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12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날 오전 국내 주요 시중은행과 청년도약계좌 출시를 앞두고 취급협약을 맺었다. 청년도약계좌의 최종금리는 당초 이날 발표될 예정이었어나 14일로 이틀 미뤄졌다. 

이를 통해 11개 시중은행은 오는 15일 오전 9시부터 23일까지 비대면으로 가입 신청을 받는다. 가입자가 몰릴 것을 염두해 15일부터 21일까지는 출생 연도 끝자리에 따라 5부제로 신청을 받는다. 이후 22일과 23일에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1차 접수가 끝난 다음 달부터는 2주 간격으로 신청할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청년도약계좌가 출범하게 됐지만, 이를 지켜보는 은행권의 속내는 다소 복잡하다. 금융시장의 상황, 긴축 완화 기조 등 요인을 감안하면 은행권의 입장에선 청년도약계좌 운영을 통한 긍정적 효과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 때문이다.

청년도약계좌 정부 기여금 지급구조 / 자료=금융위원회
청년도약계좌 정부 기여금 지급구조 / 자료=금융위원회

우대금리부터 삐걱대는 청년도약계좌

은행연합회가 공개한 청년도약계좌 참여 은행이 공시한 1차 평균 금리는 3.59% 수준이다. 11개 은행 중, 가장 높은 기본금리(연 4.5%) 적용을 발표한 IBK기업은행을 제외한 10곳이 모두 연 3.5%의 기본금리를 책정했다.

기본금리에 우대금리, 소득 우대금리까지 모두 포함한 평균 최고금리는 연 5.94%로 집계됐다. 기업은행이 기본금리에 이어 가장 높은 최고금리(연 6.5%)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지방은행 4곳(대구‧부산‧광주‧전북‧경남)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은 모두 연 6.0% 금리 적용을 결정했다.

사실상 금융당국이 제시한 ‘연 6%대’ 금리의 가이드라인을 이행한 셈인데, 이는 청년도약계좌의 목표인 ‘5000만원 목돈 마련’을 위해서는 최소 연 6%대 금리가 적용돼야 한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연 6%대’ 고금리가 적용된 청년도약계좌이지만, 정식 출시를 앞두고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우대받기 어려운 우대금리’다.

표면적으로 청년도약계좌의 우대금리 요건은 기존 은행권에서 운용 중인 적금과 동일하게 △자동이체 △급여통장 △카드 사용 실적 △첫 거래 우대 △마케팅 동의 등이 포함돼있다.

하지만 일부 조건은 다소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A은행의 경우, 50개월 이상 급여이체를 한 청년 가입자에게 1%p(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또 B은행은 자사가 운영하는 알뜰폰 요금제를 최소 36개월 이상 자동이체해야 0.2%p 수준의 우대금리를 지원한다.

또 상당수 은행은 자사 또는 카드 계열사의 카드 상품을 최소 2년 이상, 월평균 20만~30만원을 사용해야 0.3%p~0.5%p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청년도약계좌 납입 기간 중 최소 500만원, 최대 1000만원까지 카드를 사용해야 5000만원 목돈 달성이 가능한 셈이다.

특히, 차주들이 가입 직후 곧바로 체감할 수 있는 우대금리는 사실상 ‘마케팅 활용 동의’와 같은 일부 항목에 특정돼있다는 점도 불만 요소로 거론된다.

금융당국 또한 이같은 우려를 시중은행에 전달하며 우대금리 요건 완화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은행권 또한 이같은 요청을 받아들여 최종금리 공시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1차 금리 공시 당시, 타행 대비 금리가 낮게 책정된 곳, 또는 현재 최고 금리(연 6.5%)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대형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막판까지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역마진과 같은 수익성 부분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대금리를 활용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청년도약계좌 시중은행 금리 / 자료=은행연합회
청년도약계좌 시중은행 금리 / 자료=은행연합회

연 6%가 마지노선…‘추가 인상은 어려워’

다만,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의 또 다른 권고안인 ‘기본금리 인상’에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우대금리 요건 완화와 함께, 현재 연 3.5% 수준에 산정된 기본금리를 높이는 방안 또한 검토할 것을 은행권에 주문한 상태다.

현재 은행업계 내부에서는 고금리 기조가 한풀 꺾이면서 상당수 은행 적금 금리가 연 3~4%(최고금리 기준)에 형성돼 있는 만큼 청년도약계좌 금리 또한 지나치게 높은 수준을 책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시장금리의 두 배 수준인 청년도약계좌가 현실적으로 운영할수록 적자인 ‘역마진’ 구조가 될 가능성도 높다는 주장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했다.

긴축 완화 기조가 지속될수록 일반 적금 상품의 금리는 이에 따라 하락하지만, 청년도약계좌의 기본금리는 향후 3년간 사실상 고정되기 때문이다. 

청년도약계좌는 가입기간 5년 중, 초기 3년은 고정금리, 이후 2년은 변동금리가 적용된다. 변동금리가 적용될 경우, 해당 시점의 기준금리와 고정금리 기간 중 적용됐던 가산금리를 반영해 금리가 책정된다.

반면 금융당국은 이전 정부에서 운영했던 ‘청년희망적금’이 우대금리는 최소화 하면서 높은 수준의 기본금리(연 5%)를 적용했다는 점을 예로 들며, 청년도약계좌 또한 이와 유사한 수준의 금리가 책정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청년도약계좌 참여 은행 가운데 기업은행이 가장 높은 수준의 금리(연 5%)를 지원하는 점 또한 정부의 입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정책금융기관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정책금융기관보다는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시중은행의 입장에선 이미 팔수록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상품의 금리를 더 높이면서까지 수익성을 깎아내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미국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의 폐쇄 조치 등과 관련한 금융시장 동향 및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 / 사진=금융위원회
미국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의 폐쇄 조치 등과 관련한 금융시장 동향 및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 / 사진=금융위원회

가산금리 조정 가능성은 열어놔

그럼에도 시중은행들은 청년도약계좌를 미래 고객 선점을 위한 수단으로써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장의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이들을 고객으로 묶어둘 수 있다면 추후 여수신 확대 전략의 중심이 될 것이란 기대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 적금담보대출 가산금리를 연 1%대로 비교적 낮은 수준에 형성해 놓은 점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적금담보대출은 말 그대로 수신 상품, 즉 청년도약계좌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상품을 의미한다. 이는 과거 목돈 마련을 골자로 한 정책금융상품의 해지율이 높았다는 점을 참고해 급한 자금이 필요한 가입자들에게 계좌를 담보로 대출을 지원, 중도 해지율을 낮추기 위한 복안인 것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청년희망적금의 경우, 가입 1년 내 해지 비중이 전체의 약 20%에 육박하기도 했다.

적금담보대출의 가산금리는 은행 간 차이가 뚜렷하게 감지된다. 계좌를 담보로 한 대출의 금리를 의미하는 적금담보대출의 경우, 최저 0.6%(기업)에서 최고 1.3%(농협·부산·광주·전북)사이에서 고르게 분포돼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청년도약계좌 운영 과정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이자 수익이 발생하는 창구가 적금담보대출”이라면서도 “공식 출시, 또는 출시 이후에도 적금담보대출 가산금리가 추가적으로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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