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역대급 실적에도 ‘사회적 책무’ 상생금융은 감소
기술신용대출 반년 새 10조원↓, 사회공헌비도 감소 추이
‘꼼수’ 추계 가능성도…당국 관리방침에 업계도 ‘분주’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최근 몇 년간 역대급 실적 기록을 이어온 국내 은행업계가 정작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상생‧포용금융에는 다소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한 바 있지만 실질적으로 취약층이 체감할 수 있는 전략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시중은행이 촉망받는 기술 기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기술신용대출’이 뚜렷한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자아낸다. 지난해 금리인상 기조의 여파로 막대한 이자 이익을 거두며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던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정작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상생 금융에는 소홀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실질적인 사회공헌비용 또한 감소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조만간 공개될 지난해 금융사별 사회 공헌 비용에 당국 주도의 정책금융 참여분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사실상의 착시효과 가능성과 함께 일정 부분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선 지난해 이어졌던 기술신용대출의 감소세가 올해 연초부터 다시 반등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도 국내 은행권에 서민금융뿐 아니라 중기 대출 비중을 확대할 것을 권고한 만큼 올해 기술신용대출 또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은행권 자체로도 추가적인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등 사회공헌에 고삐를 당기겠다는 입장인 만큼 ESG 바람을 타고 올해 사회공헌이 다소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권 전반의 역대급 실적 기조가 이어진 가운데 ‘사회적 책임’에 기반한 상생‧포용금융에는 다소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해 40조원에 육박하는 이자수익을 거두는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가 20조원을 넘어선 당기순이익 실적을 기록했지만 사회적 책임 이행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권 사회공헌비용 추이. 자료. 은행연합회.
시중은행권 사회공헌비용 추이. 자료. 은행연합회.

“코로나19 탓?” 감소세 보인 사회공헌비용

실제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업계의 사회공헌 실적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 2017년 7417억원을 시작으로 △2018년(9905억원) △2019년(1조1359억원)의 사회공헌비용을 지출했던 은행권은 2020년 기준, 전년 대비 400억원 가량 감소한 1조929억원을 집행했다.

그리고 지난 2021년에는 또 한 번 전년 대비 약 300억원 줄어든 1조617억원을 사회공헌에 지출했다. 지역사회 및 공익 부문 비중은 전년(30.6%)에서 39.5%로 늘어났지만, 금융권 본연의 역할인 서민금융 부문은 오히려 2020년 53.5%(5849억원)에서 2021년 42.7%(4528억원)으로 비중과 규모 모두 감소했다.

이같은 감소세에 대해 은행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면 사회공헌활동의 감소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은행업계가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공격적으로 강화해온 상황에서 대면 여부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대출 공급 규모가 감소한 부분은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일각의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단 데일리임팩트가 만난 대다수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사회공헌비용은 전반적으로 전년 대비 늘어났을 것으로 전망한다.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서민금융(햇살론 등) 상품 취급이 대폭 확대된데다 교육‧기부 등 전통적인 사회공헌 영역에서의 활동도 전년 대비 다소 늘어났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데일리임팩트가 취재한 바를 종합하면 현재 일부 시중은행은 지난해 사회공헌비용에 정부주도의 취약계층 대상 금융지원을 포함시킬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현재 은행업계는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이자감면 △원금 일부 탕감 등의 조치를 시행중이다.

만약, 해당 논의가 현실화될 경우 사회공헌비용 총량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질적인 자금지원은 아닌데다 이자 장사 논란과 직결된 요소인 만큼 일종의 ‘착시효과’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서민금융뿐 아니라 환경, 학술, 교육, 글로벌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꾸준히 사회공헌활동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은행의 경우 사회공헌비용 항목 중 '메세나'와 '체육' 부문에 자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농구, 축구 등 프로스포츠팀 운영비용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인기 종목 지원이 아닌, 수익이 창출되는 프로구단 운영을 사회공헌항목에 넣는 것 자체가 과연 바람직 한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줄어든 상생금융, 다시 늘어날까

하지만 실제 공개되는 지표들은 은행권의 설명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경기침체의 여파로 실질적 지원이 필요한 중소기업 대상의 금융지원은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기술신용대출’의 감소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유망한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기술신용대출’이 지난해 완연한 감소추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신용대출이란 일반적으로 부동산‧토지 등 유형자산을 담보로 삼는 기업대출과는 달리 기술력은 보유하고 있지만, 담보나 신용이 떨어지는 혁신·중소기업에 기술력 또는 지식재산권(IP) 등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대출 상품을 의미한다. 일반 신용대출 또는 중소기업 대출보다 금리도 낮아 성장잠재력은 높게 평가받지만 아직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혁신 중소기업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특히 기술신용대출은 단순한 대출 상품의 의미를 넘어, 일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상생금융의 측면에서도 주목받았다. 유형의 담보 없이 오로지 ‘가능성’만을 평가해 대출을 공급하는 상품의 특성상, 채무의 부실화 우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취약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지원하는 대출이라는 점에서 금융권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상품’으로도 분류된다.

실제로 주요 시중은행, 특히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그간 공격적으로 기술신용대출을 늘려왔다. 포용금융의 차원에서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는 데다, 실제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생존이 어려워진 혁신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술신용대출 니즈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72조925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1월(172조3383억원) 대비 8900억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표면적으로는 1조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의 대출 증가가 이뤄졌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썩 좋지 못하다. 특히 금리 인상세가 가팔라지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기술신용대출 공급량은 오히려 감소세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규제혁신회의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금융규제혁신회의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지난해 7월 179조9635억원을 기록했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8월(182조2307억원) △9월(182조2001억원) △10월(182조1737억원) 수준을 기록하며 매월 200억~3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이후 지난해 11월에는 182조5027억원) 다시 상승전환하는 듯한 흐름을 보였지만, 앞서 언급했듯 12월 기준 172조원대로 내려가며 전월 대비 10조원 가량 큰 폭으로 감소했다.

물론, 올해 1월 기준 173조원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소폭 늘어나긴 했지만, 지난해 상반기 수준으로의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기술신용대출을 포함한 전반적인 사회공헌비용이 예년 대비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경기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은행권에 대한 사회적 책임 요구가 거센 데다 금융당국이 사회공헌 활동 내역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직‧간접적 개입까지 예고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최근 현재 판매 중인 금융상품 가운데 사회 취약계층과의 고통 분담 또는 이익 나눔 성격이 있는 우수 사례를 선정, 분기마다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취약계층에 다양한 상생‧포용금융 상품을 알리겠다는 의도지만, 이면에는 금융사의 더욱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