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매출 4788억영업익 816억원…전년 동기 대비 67% 급감
리니지W 부진에 실적 '휘청'…리니지 IP 의존도 경감에 집중
TL 등 신작 5종 연내 순차 출시…글로벌 마케팅·지스타 참가
MMORPG 지배력 확인…대규모 업데이트로 수익성 개선

리니지W 공성전 관련 이미지. 사진. 엔씨소프트
리니지W./사진=엔씨소프트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국내 대표 게임사인 엔씨소프트가 1분기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올렸던 1년 전과 달리, 매출은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영업이익도 70% 가까이 빠졌다. 실적을 견인했던 리니지W의 매출이 하향 안정화 됐고, 추가로 실적 반등을 꾀할만한 신작도 없었다. 리니지M이 충성 사용자 덕분에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고, 길드워2가 중국에서의 역주행 덕분에 분기 최고 매출을 기록한 덕분에 체면치레를 했다. 이마저도 마케팅비를 비롯한 영업비용을 극도로 줄인 효과가 컸다. 

이번에도 엔씨는 '편중된 사업 구조'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전체 매출에서 리니지 지적재산권(IP)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리니지 모바일 게임의 성적이 저조하면 전사 실적이 영향을 받는 구조인 셈이다.

'리니지 라이크'로 불리는 올해 경쟁사들의 MMORPG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엔씨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리니지 모바일 게임의 콘텐츠 업데이트를 실시, 수익 기반을 다지는 한편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작으로 '포스트 리니지'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역대급 실적' 1년 만에 영업익 67% 급감

10일 엔씨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4787억7000만원, 영업이익 816억2800만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9.4%, 66.6% 감소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2.6% 줄어든 반면, 영업이익은 72.1% 증가했다. 

3개월 사이 엔씨의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영업이익이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비용 효율화 덕분이다. 엔씨의 영업비용은 전 분기보다 21% 줄어든 3971억4200만원으로 집계됐다. 리니지W 인센티브가 사라져 인건비가 9% 감소한 데다, 대형 업데이트가 없었던 까닭에 마케팅비를 무려 90% 가량 절감했다. 이에 전년 대비 32.2% 감소했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1141억78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시장의 예측보다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취합한 전망치 평균(컨센서스)는 매출 5060억원, 영업이익 472억원, 당기순이익 431억원이다.

엔시소프트 1분기 게임별 매출 구성./자료=엔씨소프트.

수익성은 방어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아쉽다. 게임별 매출을 보면, 모바일 게임에서 3308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48%, 전분기 대비로도 13% 적다. 리니지W의 매출이 67.1% 하락한 와중에 리니지2M, 블레이드&소울 2의 매출도 떨어졌다. 이들의 매출은 각각 리니지W 1226억원, 리니지2M 731억원, 블레이드&소울 2 50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출시 7년차인 리니지M은 견조한 이용자 지표를 유지, 전분기보다 15.3% 늘어난 1301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PC온라인 게임 매출은 9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단 1.7%, 전분기 대비로는 12% 줄었다. 리니지와 리니지2에서 245억원, 215억원을 올려 실적을 떠받쳤고 아이온(176억원), 블레이드&소울(73억원)이 힘을 보탰다. 특히 길드워2는 2014년 중국 출시 이후 최대 분기 실적을 올리며 204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한국(3037억원)과 아시아(994억원), 북미·유럽(333억원) 매출이 함께 주춤했다. 다만 길드워2로 인해 로열티 매출이 전분기 대비 9% 늘어나 해외와 로열티 매출이 전체의 37%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40.1%)보다 3% 적다.

2분기부터 '탈리니지' 승부수 

엔씨는 2분기부터는 신작을 순차적으로 출시해 실적 반등을 노릴 계획이다. 이미 주주총회에서 김택진 대표가 "TL을 필두로 플랫폼 다변화를 이루고, 비(非) MMORPG 신작 4종을 통해 포트폴리오 다각화, 장르 다변화를 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엔씨의 플랫폼 다변화를 이끌 선봉장은 TL이다. 개발 단계부터 AAA급 MMORPG라는 이야기가 나온 TL은 PC·콘솔게임이다. 날씨·지형 등에 따라 변화하는 플레이, 대규모 전투, 선택에 따라 역할이 달라히는 프리 클래스, 서사성을 강조한 스토리 등이 특징이다. 대규모 파이널테스트를 진행한 데 이어,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의 북미·유럽 퍼블리싱을 맡았던 아마존게임즈에 글로벌 서비스를 맡길 정도로 공들이고 있다. 

엔씨는 이용자간전투(PvP)과 이용자대환경(PvE)이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하는 한편, 내러티브 콘텐츠를 강화한 만큼, 서구권 이용자를 끌어들일 계획이다.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공성전 외에도 개인형 던전, 길드 레이드, 월드 탐험 콘텐츠 같은 다양한 플레이 콘텐츠를 제공한다"면서 "개인 간 경쟁보다는 커뮤니티에 기반한 콘텐츠가 많기에 라이프사이클을 길게 가져갈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TL이 장기 흥행이 가능한 조건을 갖췄다는 얘기다. 

특히 뉴월드, 로스트아크 등 MMORPG가 흥행, 관련 시장이 커졌기에 TL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엔씨의 입장이다. 홍 CFO는 "TL로 한국에서 출시된 MMORPG 중 서구권 최고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엔씨소프트가 아마존게임즈와 쓰론 앤 리버티(TL)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 엔씨.
쓰론 앤 리버티(TL)./사진=엔씨.

TL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엔씨는 리니지와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BM)을 도입하려던 계획을 수정했다. 아이템 등을 구매하는 만큼 능력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P2W(Pay to Win) 모델을 유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홍 CFO는 "기존에 출시된 게임의 경우, 한국과 서구권 BM이 같음에도 매출이 양쪽에서 비슷하게 일어났다"면서 "보편성을 감안해 수익 창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모션 등을 통해 기존 BM에 대한 이용자의 거부감을 누그러뜨린 뒤 유료 콘텐츠를 늘리는 방안이 예상된다.

BM에 대한 최종 점검도 진행된다.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1만명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비공개 베타테스트(CBT)를 실시한다. 이용자들에게 유료 화폐를 지급하고, 정식 서비스 준하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BM에 대한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아마존게임즈는 글로벌 테스트를 준비 중이다. 하반기로 출시를 연기한 만큼, TL의 완성도와 BM 고도화를 높인 뒤 쇼케이스와 같은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롱런의 기반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연내 난투형 대전액션게임 '배틀 크러쉬'와 ' 블레이드앤소울S', 캐주얼 퍼즐게임 '퍼즈업: 아미토이', 실시간 전략게임(RTS) '프로젝트G'를 선보여 리니지 IP와 특정 장르 의존도를 낮춘다. 해당 게임은 지스타를 통해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홍 CFO는 "엔씽을 통해 온라인상으로 신작을 공개해왔는데, 올해는 지스타를 통해 직접 소통하고자 한다"며 "어떤 작품을 출품할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절대적 지배력" MMORPG 사랑은 지속

다만 엔씨는 MMORPG의 매력은 유효하며, 회사가 강점을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용자 반응과 사뭇 다른 진단이다. 위메이드의 MMORPG '나이트크로우'는 엔씨의 리니지 시리즈를 밀어내고 구글플레이 매출 1위에 올랐다.  자리를 내줬다. 넥슨 '프라시아 전기',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 등의 약진으로 리니지W와 리니지2M도 8, 9위로 떨어졌다. 

홍 CFO는 "MMORPG 경쟁이 심화하는 걸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 (MMORPG가) 절대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쟁사의 진출로) 회사의 매출과 트래픽 잠식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며 "2분기에도 안정적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엔씨는 2분기 리니지M·리니지W 등 주요 게임들의 대규모 업데이트를 순차적으로 진행해, 규모가 커진 MMORPG 이용자 층을 흡수할 방침이다. 

블록체인 게임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홍 CFO는 "시장 환경과 기술 변화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고, 최근 수이 토큰으로 유명한 미국 블록체인 기업 미스틴랩스에 투자했다"며 "블록체인 기술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엔 변함없지만 P2E 차원에서 접근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 게임 내 경제와 밸런스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다"면서 "(현재로선) 대외적으로 게임에 적용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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