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다각화·장르 다변화 추진…해외 공략 집중
디지털 휴먼 등 AI 기술 개발…글로벌 기업과 협업 강화
가족경영 비판에 "AI 기술·해외 매출 증대 등 회사에 기여"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 엔씨소프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 엔씨소프트.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엔씨소프트가 올해 청사진으로 '글로벌 종합게임사로의 도약'을 제시했다. 

엔씨는 특정 장르의 게임과 지식재산권(IP)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해외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올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장르 다변화를 통해 해외에서도 게임사로 입지를 다지겠다는 각오다. 

29일 김택진 대표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R&D 센터에서 열린 제2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해 리니지W, 길드워2 등 선전에 힘입어 해외 매출 비중이 30%를 넘는 등 글로벌시장 공략의 중요한 분기점을 맞이했다"며 "올해는 TL을 필두로 플랫폼 다변화를 이루고, 비(非)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신작 4종을 통해 포트폴리오 다각화, 장르 다변화로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개발 단계부터 AAA급 MMORPG라는 이야기가 나온 TL은 PC·콘솔게임이다. 날씨·지형 등에 따라 변화하는 플레이, 대규모 전투, 선택에 따라 역할이 달라히는 프리 클래스, 서사성을 강조한 스토리 등이 특징이다. 엔씨는 대규모 파이널테스트를 진행한 데 이어,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의 북미·유럽 퍼블리싱을 맡았던 아마존게임즈에 글로벌 서비스를 맡길 정도로 공들이고 있다. 올 상반기 출시를 예고한 TL 외에도 난투형 대전액션게임 '배틀 크러쉬', 퍼즐게임 '퍼즈업: 아미토이', 실시간 전략게임(RTS) '프로젝트G' 등을 연내 선보일 계획이다.  

김 대표는 "기술 혁신을 위한 도전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전 세계 기업들과 다양한 형태의 파트너십으로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더욱 견고하게 구성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 투자를 통해 시장의 변화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생존과 미래를 동시에 대비하며 핵심 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AI 기술을 게임 개발에 적용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 '프로젝트M'을 통해 AI 기술, 비주얼 기술의 핵심 집약체인 '디지털 휴먼'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엔씨는 지난 2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게임개발자컨퍼런스(GDC) 2023에서 프로젝트M 트레일러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김 대표가 디지털 휴먼이 등장했다.

김 대표는 생성형 AI에 대해 "기업 환경을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고, 게임 산업에서의 변화는 더 크다"며 "10년 넘게 AI를 준비해왔고, 나름의 챗GPT 같은 AI를 학습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또 다른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왔다"며 "미래 시장의 리더십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해 글로벌 종합게임사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엔씨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주주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단기적인 매출을 올리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앱마켓 1위에 오른 '원신'같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캐릭터에 애정을 쏟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김 대표는 "저도 '원신'을 좋아한다. 저희에게 생각할 계기를 만들어 준 좋은 게임"이라며 "(엔씨도) 세계 시장에 맞춰 수익모델(BM) 면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브랜드를 쌓고 잠재력이 있는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게임 퍼블리싱 회사가 아니라 제약이 있지만, 좋은 IP를 사 와서 활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엔씨의 가족 경영을 문제삼았다. 

김 대표의 배우자인 윤송이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엔씨의 북미사업을 총괄하는 엔씨웨스트를 이끌고 있다. 동생인 김택헌 수석부사장(최고퍼블리싱책임자·CPO)은 엔씨의 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클랩에 이어 엔씨 아메리카 LCC를 지휘한다. 북미 시장 확대에 대한 엔씨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북미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윤 CSO가 2012년부터 북미 사업을 이끄는 동안, 엔씨웨스트는 6년 연속 적자를 냈다. 매출 규모도 아쉽다. 지난해 북미·유럽 매출은 1650억원으로, 아시아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윤 CSO는 오랫동안 AI 기술 조직을 이끌어 왔고, 최근 미국서 열린 GDC에서 디지털 휴먼 기술을 발표하는 등 회사에 기여했다"며 "김 CPO 역시 모바일 시장을 기반으로 해외 매출 증대를 주도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CSO와 CPO 등 모든 경영인은 똑같이 평가받고 보상받는다"면서 "제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에서 결정한다"고 말했다.

엔씨는 이날 최영주 포항공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고,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정교화 넷플릭스코리아 정책·법무 총괄을 각각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했다. 이사 보수 한도는 200억원으로 동결했다. 또 배당금은 주당 6680원으로 확정했다. 엔씨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당기순이익의 30%를 배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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