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주요 식당 30%에서 계란 많이 들어간 메뉴 사라져
도쿄 계란값 1년전보다 70% 오른 개당 3500원까지 폭등
조류독감과 사료값 폭등 등으로 일본 등 주요국 계란파동
전문가들 “계란파동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사상 최악의 조류독감이 덮치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진 계란 가격이 폭등하자 일본의 주요 식당들이 메뉴에서 계란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아예 빼기 시작했다.

8일 마이니치 신문 등 일본의 주요 언론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인 제국데이터(Teikoku Databank)가 증시에 상장한 외식 기업 100곳의 메뉴를 조사한 결과 약 30%에 달하는 28개 기업이 올해부터 계란이 많이 필요한 팬케이크와 계란찜 등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3월 같은 조사에서 100곳 중 10곳이 이런 결정을 내렸던 걸 감안하면 일본의 계란파동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식당들은 모두 ‘심각한 계란 부족’과 ‘계란가격 폭등’을 계란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메뉴에서 뺀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네덜란드 투자은행인 라보뱅크(Rabobank)에 따르면 일본의 계란 개당 가격 평균은 3월 10년 만에 가장 높은 235엔(약 2,350원)까지 치솟았다. 수도 도쿄 지역에서 판매되는 계란 가격은 최근 전년 대비로 70%나 뛴 350엔(약 3,500원) 부근까지 거래됐다. 

조류독감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일본 내 닭 살처분 규모가 사상 최대에 이르면서 계란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NHK는 지난 4일 일본에서 살처분한 닭이 너무 많이 매장해야 할 토지가 부족한 실태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 내 26개 현 중에서 16개 현에 살처분한 닭을 적절히 매장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26개 현 모두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한 가운데 작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조류독감으로 인해 살처분된 닭은 약 1,740만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살처분된 닭 중 계란 생산을 위해 사육된 닭은 9%로 확인됐다.

계란 가격 속등은 전 세계적 현상 

문제는 일본뿐만이 아니다. 현재 태국, 필리핀, 이스라엘, 뉴질랜드, 나이지리아, 케냐,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에서도 계란 가격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도 작년 초부터 올해 초 사이에 계란 가격이 각각 155%와 62%가 급등했다.

전 세계적으로 계란 가격이 이처럼 오르다 보니 라보뱅크가 집계하는 ‘계란 가격 지수’는 올해 1분기에 250을 넘어서면서 신고점을 찍었다. 이는 기준 연도인 2007년에 비해서 가격이 2.5배가 뛰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조류독감이 계란 가격을 밀어 올리는 가장 큰 원인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사료가격 폭등,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닭 사육 축소로 인한 공급부족, 저렴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계란의 부상, 규제 변화 등 다양한 이유가 계란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직접 닭을 사서 키우기도 

최근 계란 가격이 이처럼 오르다 보니 직접 닭을 사서 기르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에 따르면 1인당 계란 소비량이 세계 최대인 뉴질랜드에서는 계란 가격이 급등하자 직접 암탉을 기르기 위해서 온라인에서 암탉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뉴질랜드의 경우 2012년 뉴질랜드 정부가 '양계 동물복지법'을 공표하면서 암탉의 복지를 위해서 2022년까지 마트에 판매되는 가둬 키운 계란(Caged Eggs)을 방목 계란(Free-ranged Eggs)으로 바꾸겠다고 하자 이를 위한 시설투자에 거금을 써야 하는 농가들의 폐업이 늘어난 것도 계란 가격 상승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양계 동물복지법'은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전 세계적인 계란 가격 상승 현상은 당분간 크게 개선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라보뱅크의 난-더크 멀더 동물 단백질 수석 애널리스트는 “일본과 미국 같은 나라들에서는 계란 가격이 이미 고점을 찍었을 수 있으나 조류독감, 고비용, 규제 변화 등으로 큰 영향을 받는 시장 중심으로 올해 내내 계란 가격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진원 객원기자 주요 이력>

▶코리아헤럴드 기자 ▶기획재정부 해외 경제홍보 담당관 ▶로이터통신 국제·금융 뉴스 번역팀장 ▶ MIT 테크놀로지 리뷰 수석 에디터 ▶에디터JW 대표 (jinwonlee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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