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파월 '디스인플레이션 시작' 발언 주목
파월 기자회견 도중 美 증시와 국채 랠리, 달러 하락
시장은 하반기 50bp 금리 인하 기대감 반영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매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고 있다는 그의 말에 더 주목했다.

연준은 이날 올해 첫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4.25~4.50%인 연방기금금리 목표치 범위를 4.50~4.7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7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로써 연준은 2002년 3월부터 지금까지 총 8차례에 걸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연준은 FOMC 이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다소 완화하고 있다’는 표현을 추가했고 향후 금리 인상 ‘속도(pace)’라는 표현을 ‘정도(extent)’로 변경했다. 다만 ‘지속적인 금리 인상(ongoing increases)’이라는 표현은 그대로 유지했다.

파월 의장 기자회견 진행될수록 강해진 美 증시

시장에서는 연준이 조만간 금리 인상을 끝마칠 수 있다는 신호를 언급해주길 바랐지만, 성명서에 그러한 언급이 없자 성명서가 나온 한국시간 새벽 4시 직후 미국 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00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등 증시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곧이어 한국시간 새벽 4시 반부터 열린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시장은 강하게 반응했다. 그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45분 동안 미국 증시의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1%와 2% 수준으로 급등했고, 국채 시장에선 연준의 금리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국채 수익률이 10bp 이상 빠지는 랠리(가격 상승·수익률 하락)를 펼쳤다. 암호화폐도 상승폭을 키웠다. 반면 달러는 주요 통화 대비 낙폭을 확대했다.

파월 의장의 ‘디스인플레이션’과 ‘금융여건 긴축’ 언급에 더 주목

파월 의장이 시장의 기대와 달리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했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그보다는 그가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과정(disinflationary process)’이 시작됐다는 걸 인정하는 한편 최근의 위험자산 랠리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인 데 더 주목한 것으로 분석된다. 파월 의장은 이날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만 13회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아직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하기는 시기상조지만 “처음으로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과정이 시작했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1년 동안의 금리 인상으로 금융여건이 ‘상당히’ 긴축됐다고도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시장은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를 목격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1월 증시 랠리에 특별히 개의치 않는 것 같은 연준 의장의 말을 들었다”고 분석했다.

블랙록의 제프리 로젠버그 수석 전략가도 이날 블룸버그TV에 출연해서 “파월 의장이 했고, 또 하고 싶었던 말과 성명서 내용과 시장이 들은 내용이 실제로 서로 달랐다”고 평했다.

파월 의장이 과거에 그래왔던 것처럼 최근 위험자산 투자 열기를 식히는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낼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던 투자자들은 결국 안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반기 50bp 금리 인하 기대감 커졌지만 지나친 낙관에 ‘경계’ 목소리도

이런 안도감이 퍼지면서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2분기 5% 아래에서 고점을 찍고 연말까지 50bp 내려갈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다만 시장이 파월 의장은 다소 ‘시장 친화적’ 성격의 발언에 환호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의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향후 인플레이션이 실망스럽게 나오고 그로 인해 연준이 추가 긴축에 나설 경우 자본시장이 충격에 빠질 수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토비아스 아드리안 통화 및 자본시장 이사의 경고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뱅크레이트의 그레그 맥브라이드 수석금융분석가 역시 로이터에 “연준이 향후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란 분명한 신호가 나오길 기대한다면 기대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연준은 성명서에서 ‘지속적인 인상’이라는 문구를 유지하면서 향후 경제지표에 따른 옵션을 열어놓았다”고 진단했다.

연준이 지나치게 서둘러 승리를 선언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르네상스매크로리서치의 네일 두타 미국 리서치 수석은 “미국의 금융 여건이 상당히 완화됐는데도 불구하고 파월 의장은 ‘금융 여건이 상당히 긴축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면서 “그가 나름 ‘도비시’하게 말했지만, 연준이 지나치게 일찍 승리를 선언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계했다.

<이진원 객원기자 주요 이력>

▶코리아헤럴드 기자 ▶기획재정부 해외 경제홍보 담당관 ▶로이터통신 국제·금융 뉴스 번역팀장 ▶ MIT 테크놀로지 리뷰 수석 에디터 ▶에디터JW 대표 (jinwonlee88@nav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