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GDP 선방 불구 주요 소비 지표는 부진
핵심 내수 지표는 2년 반 만에 가장 낮아
올해 美 경제 성장 모멘텀 약화 가능성 커져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 주요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자 26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4분기 미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요소인 소비가 둔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된 점에 주목하면서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올해 소비 위축에 따른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을 늦추지 않았다.

GDP는 선방...소비 둔화 역력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4분기 GDP 증가율이 연율 2.9%를 기록하며 2.6% 증가했을 거란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상회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연간 GDP도 2021년도의 5.9%보다는 낮았지만 2.1% 플러스 성장을 지켜냈다.

이러한 지표 호조에다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긍정적인 수요 전망에 힘입어 이날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3대 지수인 다우존스산업평균, S&P500, 나스닥 지수는 각각 0.61%, 1.10%, 1.76%씩 상승 마감했다.

하지만 소비 지표는 전반적으로 신통치 않아 지난해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4분기부터 소비가 위축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줬다. 이런 점에서 4분기 GDP가 미국 경제의 건전성을 과장해서 보여준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핵심 내수 지표, 2년 반 만에 가장 부진 

엘리자 윙어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4분기 서비스 부문의 소비지출이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을 이끌었지만, 희소식은 그걸로 끝”이라면서 “무역, 재고, 정부지출 등 변동성이 큰 요소들을 제외한 소비 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상당히 약하게 성장했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GDP의 68%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은 4분기 2.1% 증가했지만 3분기 때의 2.3%나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모두 하회했다. 또 4분기 GDP의 견조한 성장에 기여한 무역, 재고, 정부지출을 제외한 내수 역시 2020년 2분기 이후 가장 부진한 0.2% 증가에 그쳤다. 이는 3분기 때의 1.1%에 비해서도 크게 악화한 수치다.

11월과 12월 소매판매 지표 부진을 통해서 확인됐듯이 미국의 소비는 4분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눈에 띄게 약화하고 있다. 미국의 11월과 12월 소매판매는 전월대비로 각각 0.6%와 1.1% 감소하면서 감소폭이 확대되는 추세다.

일부 전문가들 "美 경제, 성장 모멘텀 상실" 

스타이펠 니콜라우스의 린지 피그자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블룸버그TV에 출연해서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 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봤을 때 경제가 성장 모멘텀을 잃었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행복하고 건강하지 않는다면 4분기 GDP처럼 견조한 성장은 고사하고 플러스 성장도 기대하기 힘들 수 있어 우리는 경기침체 쪽으로 불안정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토론토에 소재한 BMO 캐피탈마켓스의 살 구아티에리 선임 이코노미스트 역시 로이터에 “미국 경제가 벼랑 끝에서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활력을 잃고 있어 연초 마이너스 성장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 둔화 심화 시 연준, 추후 공격적 금리 인상 힘들 수도 

연준의 금리 인상이 시차를 두고 소비 등 주요 경제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경우 연준이 공언한 대로 5% 위로 기준금리를 올리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실제로 소비뿐 아니라 미국 경제의 많은 부문에서 경기침체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건축허가건수와 착공건수가 전년대비 각각 30%와 22% 급감했듯이 주택 부문의 상황이 특히 더 좋지 않다. 4분기 미국 기업의 실적도 부진하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현재까지 S&P500 기업들 20% 가까이가 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매출은 평균 4.1% 증가했지만 순익은 3% 감소했다.

언스트앤영의 그레고리 다코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소비 둔화가 다른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연준의 공격적인 통화정책과 그것이 경제 활동에 시차를 두고 미칠 영향을 감안했을 때 연준이 정책 실기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우리는 연말 몇 차례의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구아티에리 이코노미스트 역시 “소비 둔화로 미국이 마이너스 성장할 경우 연준은 향후 수개월 내에 두 차례만 더 금리를 25bp 인상하고 말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예상대로 라면 연준의 최종 금리 목표치는 4.75~5.0%가 된다.

연준 최종금리 5% 위로 올라가기 힘들 수도 

연준은 1월 31일과 2월 1일 사이에 올해 첫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하는데, 이번 회의서는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다. 연준은 지난해 기준금리 목표치를 2007년 말 이후 가장 높은 4.25~4.50% 범위로 425bp나 인상했고, 다수의 연준 위원들은 최근 최종 금리가 5% 위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해 왔다.

인디펜던트어드바이저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4분기 매우 탄력적인 모습을 이어갔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향후 많은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증시의 랠리가 인상적이고 무시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불행하게도 연준이 이르면 내주 회의에서 시장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말을 하기 시작할 수 있으므로 변동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허리케인의 눈에 들어있지 숲을 완전히 벗어난 게 아닐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진원 객원기자 주요 이력>

▶코리아헤럴드 기자 ▶기획재정부 해외 경제홍보 담당관 ▶로이터통신 국제·금융 뉴스 번역팀장 ▶ MIT 테크놀로지 리뷰 수석 에디터 ▶에디터JW 대표 (jinwonlee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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