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전문가들 올해 기술주 급반등 원인 중 하나로 '포모' 지적
1월 근 11% 급등한 나스닥, 2월에도 이틀간 5% 이상 랠리
기술 기업들 실적은 대체로 부진...전문가들 "펀더멘털 따져봐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실적이 고무적이지 않거나 부진했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들이 과도하리만큼 급등한 데는 ‘포모(FOMO)’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전 세계 주가가 폭락한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풀자 증시와 암호화폐가 폭등했을 당시 랠리를 부추겼던 포모가 이번 기술주 급반등 과정에 다시 나타났다는 것이다.

밀러타박의 매트 메일리 수석시장전략가는 최근 블룸버그에 “연초 포모와 함께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2020년과 2021년과 유사한 투자 환경을 조성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기술주 랠리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 기회를 놓칠까 봐 느끼는 두려움

포모는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정보나 사건이나 경험이나 인생 결정을 모르거나 놓치고 있는 것 같을 때 느끼는 두려움’을 뜻하는 영문 Fear of Missing Out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다. 사회적 관계나 특별한 경험이나 기억할 만한 사건은 물론이고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기회’를 놓쳐서 ‘후회할까 봐 느끼는 두려움’도 의미한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번 기술주 급등에 포모가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근 인베스팅닷컴 나스닥 게시판에는 “매수 세력이 포모에 홀렸다(아이디: Youngsub Ryu)”거나 “(나스닥 급등 원인은) 포모다(아이디: 올가닉)” 식으로 포모 랠리를 지적하는 글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1월 근 11% 급등한 나스닥, 2월에도 이틀간 5% 이상 랠리

지난해 32% 넘게 하락했던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은 올해 1월에 2001년 이후 최고인 10.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2일(현지시간)에도 3.25% 오르며 9월 이후 최고치인 12,200.82로 마감되면서 2월 이틀간의 누적 상승률을 5.3%로 늘렸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지난해 나스닥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준 재료로 평가됐던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멈출 수 있다는 기대감이 최근의 기술주 급등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28% 이상 하락했던 S&P500의 정보·기술(IT) 분야 역시 올해에만 14% 이상이 올랐다.

1월 나스닥 움직임. 그래프=구글 파이낸스 캡처 
1월 나스닥 움직임. 그래프=구글 파이낸스 캡처 

전문가들 “실적 뒷받침돼야” 지적

기술주가 연초 이처럼 강하게 오르고 있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랠리에 거품이 끼어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포모에 휩싸여 ‘묻지마’ 매수에 나서서는 안 되고 펀더멘털을 잘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자산운용의 리자 샬렛 최고투자책임자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물이 절반 들어있는 유리 컵을 보고 ‘절반이나 차있네’라고 간주하고 싶은 투자자들이 주도하는 시장”이라면서 “투자자들이 나쁜 소식은 거르고 좋은 소식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나온 주요 기술기업들의 4분기 실적이나 향후 실적 전망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핵심 사업인 애저(Azure)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의 매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경고했고, 인텔 역시 4분기 매출이 3분의 1 정도 감소했다고 밝히면서 암울한 전망을 제시했다. IBM도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경고했다.

전일 장 마감 후 발표된 메타의 실적은 전망치를 웃돌았지만, 한국시간 금일 새벽 발표된 애플과 아마존 및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등 빅테크 기업들의 4분기 실적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이 세 기업의 주가는 장 마감 후 모두 3% 이상 하락했다. 애플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4분기 매출 감소를 발표했고, 아마존의 4분기 매출은 전년동월비로 월가 전망치보다 많은 9% 늘어났지만 1분기 매출이 전문가들 전망치를 하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도 4분기 순익이 3분의 1 급감했다.

모건스탠리의 샬렛은 “시장이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은 과도한 과매수 상태에 진입했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지금 시점에서 투자하는 건 모두가 최악의 상황은 끝났다고 했는데 그게 시작에 불과했던 2000년 1월과 흡사한 또 다른 베어마켓에 투자하는 격”이라고 경고했다.

▶코리아헤럴드 기자 ▶기획재정부 해외 경제홍보 담당관 ▶로이터통신 국제·금융 뉴스 번역팀장 ▶ MIT 테크놀로지 리뷰 수석 에디터 ▶에디터JW 대표 (jinwonlee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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