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예대율 규제 완화에 '자금 숨통' 트인 은행권 '미소'

줄어든 충당금에 리스크 관리 우려도…선제적 대비책 필요

2050억원 규모의 채무 불이행 사태가 발생한 레고랜드. 사진. 레고랜드 인스타그램.
2050억원 규모의 채무 불이행 사태가 발생한 레고랜드. 사진. 레고랜드 인스타그램.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채권시장의 경색,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3고(高) 현상’이 지속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국내 시중은행권이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미 지난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계대출 감소세로 인한 이자 이익 감소가 우려됐지만, 실제로는 금리 이상으로 오히려 매 분기 역대급 이자 이익 기록을 경신했는데, 향후 추가 금리 인상이 예정된 만큼 이러한 추세가 올해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정부가 채권시장 경색에 따른 자금유동성 확보를 위해 은행 예대율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거나,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는 등의 조치도 은행권에 향후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향후 은행권의 건전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충당금 확보 등을 통한 리스크 관리 강화도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가 또 한번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금융시장의 경색 속에서도 이러한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레고랜드發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에 따른 채권시장의 경색, 이미 3%에 도달한 기준금리, 부동산 시장을 포함한 국내외 불확실성 등에 대비하기 위한 정부와 금융당국 차원의 주요 정책이 은행권의 향후 실적 제고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예측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역대급 실적 기록을 또 한번 경신했다. 당초 시장에서 제기한 가계대출 감소세로 인한 이자 이익 감소 가능성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자이익과 순이자마진(NIM)은 오히려 개선된 수치를 보였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물음표를 느낌표로’…실적 성장 이어간 은행권

최근 공개된 국내 4대 시중은행의 3분기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이들이 연초부터 지난 3분기까지 벌어들인 누적 이자 이익 합계는 23조3000억원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이 6조8432억원의 누적 이자이익으로 가장 많은 이자 이익을 거뒀고 신한은행(6조299억원), 하나은행(5조5006억원), 우리은행(5조4020억원)이 뒤를 이었다.

이같은 이자 이익도 유의미한 수준이지만 더욱 주목해볼 부분은 매 분기 이자 이익의 증감세다. 강도 높은 긴축정책으로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며 가계대출이 감소세에 접어들었지만, 오히려 매 분기 거둬들이는 이자 이익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국내 4대 시중은행이 거둬들인 이자 이익은 7조2319억원으로 집계됐고, 2분기 이자이익 또한 전분기 대비 5900억원 이상 늘어난 7조8284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최근 발표된 3분기 이자이익 또한 전분기 대비 4000억원 이상 증가한 8조260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오히려 이자 이익은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권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순이자마진(NIM)또한 매 분기 개선된 수치를 보였다. 실제로 공시자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3분기 NIM은 1.76%로 전분기(1.73%) 대비 0.03%p 높아졌다.

신한은행도 1.61%의 NIM을 보이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또한 각각 1.62%, 1.61%를 기록하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NIM 개선세를 유지했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금리인상으로 대출 규모 자체는 감소했지만, 오히려 이자 이익은 늘어나면서 NIM의 개선이라는 효과로도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같은 흐름은 올해 4분기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금융시장 합동점검회의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김금융시장 합동점검회의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쏟아지는 당국 대응책, 은행에는 ‘호재?’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일련의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정부와 금융당국이 내놓고 있는 각종 정책이 사실상 은행권의 실적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채권시장 경색으로 인한 유동성 확대를 위해 내놓은 주요 정책이 은행권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금융당국은 은행채를 적격담보증권에 포함시켜달라는 은행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시적으로 이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은행권의 입장에서는 적격담보증권으로 은행채를 활용해지면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비율 관리를 위한 현금 확보가 한층 용이해질 수 있다.

한은도 이번 조치 시행 발표 직후 “이번 조치가 회사채를 포함한 채권 시장 수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은행들 또한 지금보다 자금 운용이 더 쉬워 질 것”이라고 말하며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은행과 저축은행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도록 예대율 규제를 6개월 이상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예대율 규제 비율은 은행이 기존 100%에서 105%로, 저축은행은 기존 100%에서 110%로 완화된다.

이를 통해 금융당국은 예대율 완화로 기업에 대한 은행권의 추가 대출 여력을 확보해주겠다는 방침인데, 이미 가계대출 감소분을 기업대출로 메우는 전략을 시행 중인 은행권의 입장에선 충분히 이자 이익 증가를 위한 긍정적 시그널이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발표된 부동산 대출 정상화 방안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최근 금융당국은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담대를 허용하고, 규제지역 1주택자·무주택자의 LTV(담보인정비율) 규제 상한을 50%로 풀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침체된 부동산 시장의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와 연 8%를 목전에 둔 주담대 금리를 감안하면 급격한 대출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이전 대비 다소 완화된 대출 한도를 이용하려는 신규 차주들이 전반적 대출 규모 증가를 견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4대 금융지주 충당금 전입액. 디자인. 김민영 기자.
4대 금융지주 충당금 전입액. 디자인. 김민영 기자.

리스크 대비 역량 제고 필요해

이같은 정부의 각종 대비책이 은행권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변수는 역시 불어나는 부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리스크 역량이 될 전망이다.

물론 시중은행들은 여전히 리스크 관리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1조원에 육박하는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있는 데다, 여전히 0.1%~0.2%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연체율 그리고 전년 동기 대비 0.03%p 개선된 3분기 고정이하여신(NPL) 비율(0.33%) 등 수치가 이를 입증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리스크 관리를 위한 충당금 추가 적립을 압박하고 있다. 또 한번 연장된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잠재적 부실 리스크가 여전한데다,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충당금 적립 규모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데일리임팩트에 4대 금융지주 공시 자료를 확인한 결과 지난 3분기 이들이 적립한 대손충당금은 8560억원으로 전분기(1조2160억원) 대비 3600억원 가량 감소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대출 시장의 위험노출(익스포저) 규모를 수시로 감시해 리스크에 대응할 방침”이라며 “대손충당금을 비롯한 각종 지표는 비교적 안정된 수치로 유지되고 있지만 시장을 모니터링해 추가 부실 위험을 감안한 선제적 대비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