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금융 지원 재연장에 양측 원칙적 동의

고승범, "금리‧수수료‧배당 등에 간섭 않겠다" 밝혀

고승범 위원장과 국내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10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고승범 금융위원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병환 NH농협 회장. 사진. 금융위원회.
고승범 위원장과 국내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10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고승범 금융위원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병환 NH농협 회장. 사진. 금융위원회.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국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회장단과 취임 후 첫 상견례를 가졌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코로나19 금융 지원 재연장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어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향후 금융위와 금융업계가 내놓을 가계대출 관리 해법에도 관심이 쏠린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날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국내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고 위원장과 5개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코로나19 금융지원 재연장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대출 상환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는 오는 9월 말 종료 예정이다.

당초 금융위는 계획대로 오는 9월 말 해당 조치를 종료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길어지자,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금융지원 조치를 재연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상생을 위한 경제주체 간 협력과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인 만큼, 합리적 방안 도출을 위해 금융당국과 금융권 모두가 뜻을 모아야 한다는데 동의했다”며 “금융지주 회장들 역시 실물 부문 금융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이와 연계해 만기 연장 등 조치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고 위원장은 지난 9일 진행된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 간담회에 참석해 “방역상황, 실물경제 여건과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충분히 감안해 대출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 연장 여부를 빠른 시일 내 결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금융업계가 여전히 이자 상환 유예 조치의 재연장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이를 재연장하기 위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고 위원장은 지주사 회장들에게 가계부채 관리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가 자산시장 과열과 상호상승 작용을 유발하는 등 이미 그 부작용이 위험 수준에 가까워졌다”며 “기준금리 인상과 미국의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 등 향후 경제‧금융환경 불확실성까지 고려한다면, 가계부채 관리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이자 최우선 과제다”라고 강조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오른쪽)이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과 지난 2일 면담을 갖고 금융현안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고승범 금융위원장(오른쪽)이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과 지난 2일 면담을 갖고 금융현안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이에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한 목소리로 “실수요와 무관하거나 자산 버블을 부추기는 가계대출은 없는지 직접 책임지고 점검하겠다”라며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5~6%) 내에서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라고 답했다.

또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디지털 금융과 관련한 규제 체계 개선을 고승범 위원장에게 요청했다. 금융 환경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변화된 환경에 맞춰 금융사들이 창의와 혁신을 꾀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같은 제안에 고 위원장은 “ 빅테크 등 IT기술 발전과 저성장‧저금리‧저출산‧고령화 등 환경변화에 대응한 우리 금융산업의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지주사 회장들의 의견에 공감했다.

이어 “이를 위해 규제개선 사항 뿐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금융권은 물론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지속해나가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그동안 ‘친(親) 금융시장’을 공언해온 고승범 위원장은 이날 지주사 회장들에게 “금리‧수수료‧배당 등 경영판단사항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금융회사의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발언은 재정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강제해왔던 ‘배당성향 20%’의 가이드라인을 사실상 없애겠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금융위가 사실상 배당성향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연내 추가 배당 또는 내년 배당성향 상승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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