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대출잔액 701조 수준…연간 관리 목표치 임박

차주별 DSR, 2금융권 규제 유력... 10월 초 추가안 나올 듯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 DB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 DB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 수요가 한계치에 임박하면서, 고강도 대출 규제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입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고 위원장이 추석 연휴 이후, 추가 대출 규제 조치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늦어도 10월 초에는 구체화된 방안이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조기 시행과 제2금융권 대출 규제가 유력하게 고려되는 가운데, 대출 실수요자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방안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5대은행 대출관리 임계치 8조원 남아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늦어도 10월 초까지 추가 대출 규제 조치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금융위 또는 한국은행이 분기, 월별로 발표하는 가계대출 동향·소비자물가 지수 등을 근거로 정책이 마련된다. 이를 반영하면 추가 대출 규제안 역시 9월 가계대출 자료가 나오는 10월 초쯤 나올 가능성이 높다.

고승범 위원장 역시 지난 15일 진행된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신속하면서도 강력한 추가 대출 규제 조치가 필요하다”며 “9월 한 달간의 대출 현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추가 대책을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다음 주 중 국내 4대 금융기관(기획재정부·한국은행·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수장이 각종 금융 현안 논의를 위한 회동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자리에서 가계대출 관리 방안에 대해 부처 간 조율이 진행된 이후 추가 규제안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업계에서는 추가 대출 규제안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대출 한도 축소, 신규 대출 중단 등 다양한 조치가 시행됐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현재 국내 시중 은행권의 대출 규모는 한계치에 임박한 상황이다. 데일리임팩트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출 현황을 종합해본 결과, 추석 연휴 시작 직전(17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대출 잔액은 약 701조5700억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말(2020년 12월)대비 약 31조원 증가한 수치다. 특히 금융당국이 설정한 연간 대출 관리 목표액인 710조3631억원(6% 기준)에는 불과 8조8000억원 가량 남은 상황이다. 지난 8월 한 달간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약 6조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산술적으로 11월에는 연간 목표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일부 상품의 신규 대출을 중단했고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도 금리 인상·한도 축소 등의 조치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금과 같은 대출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5대 시중은행 모두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마이너스 통장, 신용대출 등 일부 상품에 대한 규제에는 공감하지만, 전세자금대출과 같은 대출 실수요자들도 고려해야 한다”며 “일단 실수요자 대상의 대출 상품은 연말까지 중단 없이 신규 대출이 가능하도록 대출 총량 관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승범 위원장과 국내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10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고승범 금융위원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병환 NH농협 회장. 사진. 금융위원회.
고승범 위원장과 국내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10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고승범 금융위원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병환 NH농협 회장. 사진. 금융위원회.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이 관건

금융당국 역시 가계부채 관리의 핵심을 속도전으로 보고, 가급적 이른 시점에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언급했듯 추가 규제안은 늦어도 10월 둘째 주 이전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 전이라도 시장에 추가 규제에 대한 시그널을 보낼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특히, 현시점에서 새로운 규제 조치 카드를 꺼내 드는 것은 시기적으로나 정황상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런 까닭에 기존에 예정된 규제안의 시행 시점을 앞당기거나, 기존 규제안의 적용 범위를 금융권 전체로 확장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당장 차주별 DSR의 단계별 적용 시점이 기존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부터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규제지역의 6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또는 1억원 넘는 신용대출에 대해 40%의 DSR을 적용하고 있다. 아울러 내년 7월에는 총대출액 2억원 초과, 오는 2023년 7월에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 대출자로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내년 또는 내후년 시행 예정이었던 DSR 규제 2~3단계가 올해 중 실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고 위원장 역시 “현시점에서 DSR 규제의 단계적 확대가 적절한 방안인지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며 조기 실행에 힘을 싣기도 했다.

특히 현재 제1금융권에 비해 DSR 규제가 다소 느슨한 제2금융권도 1금융권과 유사한 수준의 규제가 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제2금융권은 DSR 60%까지 대출이 된다. 1금융권에 비해 20%p나 높다. 이에 신용상의 문제로 1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대출 수요자들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몰리고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저축은행 대출 규모는 전년 말 대비 13.8% 수준으로 늘어났다. 이는 5대 시중은행의 대출 증가율 목표치인 5~6%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계열 저축은행의 총대출 규모는 7조810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277억원) 대비 40.8%나 급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근거를 앞세워 제2금융권이 가계부채 문제의 가장 위험한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하고 있다.

다만, 추가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은 유지될 전망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가계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규제도 일정 부분 필요하다”라면서도 “실수요자 보호가 최우선 과제인 만큼 은행들에게 보다 깐깐한 대출 심사를 요구하는 수준의 규제로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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