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케이뱅크 등 중금리 대출 목표치 사실상 달성

금융당국 대출 규제 부작용 차주 전가 가능성 예의주시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국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올해 중금리 대출 공급 목표치 달성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규제 기조와 엇박자를 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업계 내부에서도 신용대출 규제와 완화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금융당국 정책의 부작용이 인뱅의 중금리 대출 차주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뱅)들은 올해 금융당국이 제시한 중금리대출 공급량 목표치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선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 7월 말 기준 전체 신용대출 가운데 중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2.6%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9.6%) 대비 무려 23%p 증가한 수치다.

중금리 대출 목표치 달성 ‘눈앞’

금융당국은 올 초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9월 출범 예정) 등 국내 인뱅 업계에 올해 전체 신용대출 가운데 신용평가 점수(KCB기준) 820점 이하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20.8%로 끌어올리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말 카카오뱅크의 중금리대출 비중이 10%대 초반이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다소 무리한 요구로 보일 수 있지만, 당시 인뱅 업계에서는 오히려 금융당국이 제시한 수준보다 더 높은 목표치를 내세웠다.

사실 인뱅은 중·저신용자의 원활한 금융 활동을 위한 중금리대출 확대를 목적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초창기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고신용자 대상의 대출 확대를 통한 자산 건전성 및 수익성, 규모의 성장에 집중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인뱅 측에 중금리 대출 확대를 지시하며,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향후 신사업 진출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카카오뱅크는 연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전체 신용대출의 20.8%, 케이뱅크의 경우 21.5% 수준까지 늘리겠다는 목표치를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이후 인뱅 업계에서는 중‧저신용자 고객 확대 전략을 강도 높게 펼쳐왔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자체 신용 기반의 중신용 대출 상품인 ‘중신용플러스대출’과 ‘중신용비상금 대출’을 출시하고, 첫 달 이자 감면 등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중신용플러스대출’은 KCB 820점 이하의 직장인 급여 소득자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으로 최대한도는 5000만원이다. ‘중신용비상금 대출’은 직장 소득과 무관하게 서류 제출 없이 최대 300만원까지 약정 가능한 마이너스 방식의 대출상품으로 최대한도는 300만원이다. 두 상품 모두 최저금리는 연 4%대 초반 수준이다.

케이뱅크도 최근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으로 중‧저신용자에게 제공하는 중금리대출 상품 ‘사잇돌 대출’을 출시했다. 대출한도는 2000만원, 최저금리는 연 4.63%인 이 상품은 케이뱅크 앱에서 100% 비대면 신청 가능한 모바일 상품이다. 3개월 이상 재직한 연 소득 1500만원 이상의 직장인 또는 6개월 이상 사업체를 운영 중인 연 소득 1000만원 이상의 개인사업자이면 신청 가능하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100% 비대면 기반의 은행플랫폼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그동안 보여준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방식은 기존 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그런 의미에서 최근 보여주고 있는 공격적인 중금리대출 확대 전략은 나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서호성 케이뱅크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사진. 각사.
(왼쪽부터)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서호성 케이뱅크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사진. 각사.

‘나 홀로 대출 강화’ 기조에 우려도

이처럼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중금리대출을 강화하고 있는 인뱅 업계 내부에서도 나름의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거의 모든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규제 기조에 맞춰 ‘대출 조이기’에 나선 상황에서, 인뱅 업계만이 유일하게 ‘대출 강화’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금융당국은 1금융권 내 주요 시중은행뿐 아니라 제2금융권으로 분류되는 저축은행과도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의 연봉 수준으로 맞추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폭증하는 신용대출 증가추이와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조만간 이같은 조치가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여전하지만 적어도 올해 연말까지는 대출 문턱이 꾸준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영끌‧빚투 등 투자 목적이 아닌 용도의 대출에는 은행권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물론, 중금리 대출 확대는 금융당국이 인뱅 업계에 권고한 지시사항이다. 이번 대출 규제 대상에도 인뱅 업계는 포함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뱅 업계 내부에서는 전반적인 대출 축소 기조 속에서 ‘나 홀로 대출 확대’를 외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연내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이전보다 더 커지게 된다. 고신용 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가 책정된 중금리대출의 차주들이 받는 부담은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차주들의 불만이 자칫 인뱅 업계로 쏠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인뱅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의 요인으로 차주들의 고충이 커지면, 이에 대한 불똥이 인뱅 업계로 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시중 은행과)대출 상품의 타깃 고객층 자체가 다른 데다, 중금리 대출 확대가 금융당국의 지시사항인 만큼 일단 앞으로도 공격적인 전략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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