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지 못한 후보에서 회장까지
포스코 환골탈태 중심… 기업가치↑
정작 정계, 원로들로부터는 외면
스톡그랜트·호화 이사회 논란도

지난 2023년 7월 3일 포항제철소 1기설비 종합준공 기념식에서 최정우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축사를 진행중인 모습. /사진=포스코홀딩스
지난 2023년 7월 3일 포항제철소 1기설비 종합준공 기념식에서 최정우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축사를 진행중인 모습. /사진=포스코홀딩스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최정우 전 포스코그룹 회장의 시대가 마무리됐다. 그는 지주사 전환을 통해 이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자리잡게끔 이끌었으며, 정권 교체 이슈에도 굴하지 않고 연임을 성공하고 임기를 꽉 채운 포스코 최초의 최고경영자(CEO)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과도한 '내부자 챙기기'나 호화출장, 포항 지역과의 충돌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며 상반된 평가를 받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그에게 등을 돌린 만큼 그 누구보다 오래도록, 그 누구보다 외로운 길을 걸어야 했다. ‘가장 외로웠던 포스코 회장’이란 수식어가 붙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 전 회장은 최근 포스코그룹 회장직을 내려놓고 고문직으로 물러났다.

1957년 경상남도 고성에서 태어난 최 전 회장은 부산 동래고,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종합제철에 입사하며 철강맨으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2006년 포스코 재무실장, 포스코건설 경영전략실장, 포스코 정도경영실장,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 기획재무본부장, 대우인터내셔널 대표이사, 포스코 가치경영실장, 포스코 CFO, 포스코켐택(현 포스코퓨처엠)을 거쳐 2018년 7월 27일 포스코 회장으로 취임했다.

최 전 회장의 임기는 후보 당시부터 순탄치 않았다. 우선 2000년대 포스코그룹의 역대 회장들처럼 서울대 출신, 엔지니어가 아니었고, 그룹 핵심인 포스코가 아닌 포스코켐텍(현 포스코퓨처엠) 대표라는 점에서 '유력후보'로 분류되지 못했다.

하지만 포스코켐택을 비롯해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건설 등 계열사를 두루 거친 ‘재무통’으로 그룹 전반의 실상을 잘 파악하고 있었던 만큼 이를 기반으로 그룹을 이끌어갈 청사진을 효과적으로 제시하며 지지율을 높였고, 결국 회장 자리에 올랐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당시를 회상하며 “(최 전 회장에 대한) 여론이 안 좋진 않았으나 아주 유력하다고 보이지도 않았던 것 같다”라며 “기업시민, 이차전지 소재 부분으로 청사진과 비전을 제시했던 것이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전했다.

지난 2022년 3월 2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에서 최정우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사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지난 2022년 3월 2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에서 최정우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사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포스코그룹 새길 연 장본인이나... 정계·원로들로터는 ‘외면’

취임 이후 최 전 회장은 지주사 전환과 이차전지소재 등 신사업 다각화에 주력해 포스코그룹을 ‘친환경 미래소재 기업집단’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미 철강을 중심으로 한 ‘굴뚝산업’의 핵심이기는 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화·탈탄소화가 빨라짐에 따라 성장 동력을 잃고 있던 포스코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준 것이다.

실제로 포스코그룹 시총은 지난 2022년 42조9000억원에서 2023년 93조9000억원으로 51조원 증가했다.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경우에도 주가가 1년 동안 80.65% 상승했으며 시총은 23조4000억원에서 42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유가증권시장 시총 순위도 11위에서 6위로 5계단 상승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롯데그룹을 제치고 재계 순위 5위로 도약하기도 했다.

또한 취임 당시 내걸었던 경영이념 ‘더불어 발전하는 기업시민’을 바탕으로 강화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덕분에 포스코그룹의 친환경 행보 역시 탄력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기업이 경제활동의 주체 역할 뿐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해 소비자 및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발전하자는 의미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과거 주가가 20만원 언저리에서 오갈 뿐이었던 포스코를 지난해만 해도 최대 70만원을 넘기고 재계순위를 5위까지 끌어올렸다”라며 “철강 하나만으로는 이렇게 끌고 가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최 전 회장의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경영 능력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그에게 등돌리는 이들이 많았다.

우선 문재인 전 정권 시절 회장 자리에 올랐다는 이유로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는 해외 경제사절단 명단에도 연이어 이름을 올리지 못한 데다, 매년 열리는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도 2년 연속 빠지는 등 정계로부터 철저히 ‘패싱(Passing)’ 당하며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다.

지주사 전환 이후에는 포스코홀딩스의 서울 이전 문제를 놓고 경남 포항 민심이 아예 돌아서기도 했다. 그간 포항제철소를 기반으로 돌아가던 포스코그룹의 중심축이 서울로 옮겨가며 지역 쇠락을 우려했던 여론이 그에게서 등을 돌린 것.

심지어 내부 여론마저 오롯이 그의 것이 아니었다. 지난 2022년 6월 포스코홀딩스 고위 임원들, 주요 계열사 사장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한 이후 포스코그룹 원로들이 들고 일어난 것. 정치권 및 지역사회 등에서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는 차원에서 나온 진정성있는 소신발언이었으나, ‘제철보국’(철을 만드는 것이 나라를 구하는 길)이란 숭고한 기치로 성장해 온 포스코의 정체성을 부정했다는 이유로 과도하게 몰매를 맞아야 했다.

지난 2022년 10월 4일 2022년도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증언대에 올라와 발언을 진행중인 모습. /사진=MBC NEWS 유튜브 영상 갈무리
지난 2022년 10월 4일 2022년도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증언대에 올라와 발언을 진행중인 모습. /사진=MBC NEWS 유튜브 영상 갈무리

빛만큼이나 진한 그림자, 그가 외로울 수 밖에 없던 이유

정치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지만, 최 전 회장이 외로운 CEO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다소 명백하다. ‘공’만큼이나 ‘과’도 크게 평가받는 인물이기 때문.

대표적인 것이 ‘스톡 그랜트’ 사건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2022년 연말 해당 명목으로 포스코홀딩스를 중심으로 주요 임원들에게 약 150억원가량에 달하는 주식을 무상으로 나눠줬다. 배분된 주식만 4만3814주로, 최 회장 본인도 약 6억6000만원에 달하는 1812주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톡 그랜트(Stock Grant)는 본디 우수 인력 스카웃을 위해 회사 주식을 무상으로 주는 인센티브로 스톡옵션과 달리 의무 보유기간이 없어 받은 즉시 매도해 현금화가 가능하다. 또 이사회 결의를 거쳐 배분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같은 절차를 지키지 않고 이사회 결의 등 법적절차 없이 무상으로 나눠준 것은 물론 이에 반대한 사장급 임원을 업무에서 배제한 뒤 지난 2023년 3월 정기인사에서 퇴출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사내 익명 게시판에는 “은밀히 ‘돈잔치’ 벌인 최정우 회장 물러가라”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고.

캐나다와 중국서 열린 두 차례의 ‘호화 이사회’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23년 8월 6~12일 캐나다에서 총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 포스코홀딩스 이사회의 경우 7일 단 하루만 이사회가 열렸을 뿐, 나머지 일정은 시찰·관광에 할애됐으며 최 회장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당시 사규에 의해 포스코홀딩스가 단독으로 집행한 이사회 비용 약 6억8000만원을 포스칸(포스코-캐나다, Posco-Canada)과 나눠 냈다는 의혹도 있다. 경찰에서는 비용 출처에 불법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 올해 초 본격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외에도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창사 이래 초유의 제철소 침수 및 조업 중단 사태를 겪었던 것 역시 일정 부분 최 전 회장의 책임이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비록 천재지변에 의한 불가항력적 사태였다고는 하나, 그가 태풍이 오기 며칠 전 골프 라운딩을 가거나 미술 전시회를 관람했으며, 태풍이 불어닥치기 전 단 한 번도 태풍 대응 회의를 주재하지 않았기 때문.

이렇게 다양한 논란이 겹치며 3연임을 준비하고 있던 최 전 회장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당시 CEO후보추천위원회(현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대부분이 최 전 회장 재임 중 선임·연임된 인물로 구성된 데다, 회장 선출 방법 및 절차 역시 최 전 회장 체제서 구성된 것에 대해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 이후 일주일 만에 최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군에서 제외된 것이다.

최정우 전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포스코홀딩스
최정우 전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포스코홀딩스

최 전 회장 “모두 내려놓고... 애정만 품고 떠난다”

최 전 회장이 떠난 자리는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이 메웠다.

최 전 회장은 이임사를 통해 “포스코그룹에 몸담았던 지난 41년간 회사가 눈부신 성공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과정에 동행할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영광”이라며 “부족함은 있었을지언정 늘 진심이었고, 아쉬움이 분명 남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라며 소회를 밝혔다.

업계에서는 장 회장이 최 전 회장과는 달리 엔지니어 출신인 만큼 업계에서는 많은 부분 경영 스타일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회장 교체로 경영방식이 달라지기는 할 것”이라며 “(최 전 회장이) 그동안 잘했고, 잘 마무리 지었다. 또 (장 회장이) 잘 이어받아서 잘 됐다고 본다. 내부에서도 기대된다는 여론도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앞으로 최 전 회장은 어떻게 기억될까. 업계에서는 벌써 ‘3연임에 실패한 비운의 인물’ 혹은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2연임에 성공한 유일무이한 포스코그룹 회장’ 등 다소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그 누구보다 외로운 길을 걸으며 임기 내내 ‘버티는 힘’을 보여준 '강한 CEO'라는 걸 부정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최 전 회장은 “이제 걱정과 짐을 여기에 모두 내려놓고 여러분을 향한 굳은 신뢰, 그리고 모두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애정만 품고 떠난다”라며 “길거리에서 ‘포스코’ 세 글자만 스쳐도 저는 언제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보고 싶을 것”이라며 포스코에 대한 진한 애정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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