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위, 1차 심사 통해 차기 회장 후보 8명 선정
정부 퇴진 압박에 내부 추전 명단서 최 회장 제외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포스코그룹이 용단을 내렸다. 지난해 포스코의 이차전지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을 이끌었던 최정우 회장을 차기 수장 후보 명단에 올리지 않기도 했다. 이로써 최 회장의 3연임은 좌절됐다.
3일 포스코홀딩스는 제4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지원서를 제출한 내부 후보에 대한 1차 심사를 통해 ‘평판 조회대상자’ 8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심사 대상자 리스트에 최 회장은 없다.
이번 심사에서는 경영 역량, 산업 전문성, 글로벌 역량, 리더쉽, 정직성·윤리 등 5가지 기본자격요건에 따라 후보를 평가했다. 특히 지난 30년간의 개인 이력, 최근 5년간의 사내 평판과 평가 기록, 미래 리더십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후추위의 결정을 그대로 전했을 뿐, 따로 설명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후추위 소속 위원들 만장일치로 결정됐음을 포스코 측은 강조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전 정부 인사’에 속하는 최 회장이 경제인 관련 행사나 해외 순방 등에서 배제됐지만, 그룹의 수장으로서는 성과를 냈던 까닭이다. 최 회장 또한 연임 의지를 밝히며 셀프 연임이 가능하도록 차기 회장 심사절차를 바꾼 터다. 후추위 위원이기도 한 포스코 사외이사들은 최 회장 재임 기간에 선임된 인물들로, 공정성 시비가 일었다.
그러나 포스코는 내부추전명단에서 최 회장을 뺐다. KT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신중함이 엿보인다. 포스코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인 KT가 공정성 논란으로 결국 대표 선임 절차를 3차례나 반복하며 8개월 가량 경영 공백을 겪어야 했다.
게다가 최 회장의 사법 리스크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업무상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3차례 고발당한 상태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측근들에게 수백억대의 주식을 스톡 그랜트 형태로 나눠줘 사내에서도 반발 여론이 들끓었다. 스톡 그랜트(Stock Grant)는 우수 인력 스카웃을 위해 회사 주식을 무상으로 주는 인센티브다. 스톡옵션과는 달리 의무 보유 기간이 없어 지급받은 즉시 매도, 현금화가 가능하다. 당시 포스코는 비상경영체제였던 상황, 직원들에게는 희생을 강요하면서 임원들은 돈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이 불거졌다.
이에 재계에서는 최근 최 회장의 3연임 불발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실제 최 회장 패싱은 올해에도 계속됐다. 전날 있었던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최 회장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주요그룹 수장이 총출동했던 점을 고려하면 최 회장의 불참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포스코의 총수이자 재계 주요 인사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압박에 포스코가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내부추천 8인은 외부 전문기관의 평판 조회를 거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심사해 오는 10일 후보추천자문단에 올릴 대상자를 정하게 된다.
이후 17일까지 외부 후보의 평판 조회를 끝낸 뒤 내외부 추천을 받은 롱리스트를 확정해 후보추천자문단에 넘길 예정이다.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을 비롯해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등을 포함한 포스코 현직 임원들이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임원들도 유력 후보자로 거론된다. 그룹의 사업 방향성과 궤를 같이하는 이력을 지닌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도 유력 후보로 꼽힌다.
박희재 후보 추천위원장은 “포스코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새 그룹 회장을 선발하는 중차대한 임무 앞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며, 끝까지 공정하고 엄정한 선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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