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계열사 부진한 실적 발목 잡힌 신한·하나
리딩금융 탈환 위해선 보험 포트폴리오 강화 필수
롯데손보-동양생명에 관심

(왼쪽부터)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본사/사진=각 사 제공
(왼쪽부터)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본사/사진=각 사 제공

[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지난해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KB금융이 당기순이익 1위를 기록하며 '리딩금융' 자리를 1년 만에 탈환했다. 그 결과, 신한금융은 다시 2위로 내려왔고 하나금융은 2년 연속 3위에 머물렀다.

KB금융의 경우 보험 계열사의 약진이 두드러진 반면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모두 보험사 부진에 발목이 잡힌 것. 이에 업계 일각에선 결국 신한금융, 하나금융이 다시 한번 리딩금융에 도전하기 위해선 보험사 M&A(인수합병)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보험 계열사 약진...KB금융 '리딩금융' 탈환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작년 당기순이익 4조6319억원을 거둬 신한금융(4조3680억원), 하나금융(3조4516억원), 우리금융(2조5170억원)을 제치고 리딩금융 왕관을 차지했다. 

KB금융이 빠른 시일 내 리딩금융을 되찾아올 수 있었던 원인은 여러 측면이 있겠지만 비은행 계열사, 그 중에서도 파이가 가장 큰 '보험사'들의 선전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보험사는 금융지주 비은행 계열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맡을 수 있어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KB손해보험, KB라이프생명은 지난해 KB금융 순이익에 21.8%를 기여한 바 있다.

KB손해보험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7529억원으로 전년 대비 35.1% 증가했다. KB라이프생명도 당기순이익 256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88.7% 늘었다. 두 회사의 실적을 모두 합친 보험 부문 당기순이익은 1조91억원으로 전년 대비 45.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진한 보험 계열사에 발목 잡힌 신한·하나

반면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보험 계열사들은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했다. 

그나마 신한라이프가 작년 당기순이익 4724억원으로 전년 대비 5.1% 증가하며 선방했지만 신한EZ손해보험은 같은 기간 78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신한EZ손해보험은 2022년 디지털보험사로 야심차게 업계에 등장했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손보, 생보 가릴 것 없이 보험 계열사가 모두 부진한 탓이다. 하나손해보험은 지난 2020년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직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적자 폭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작년 3분기 누적 순손실은 369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손해보험에 비해선 양호하지만 하나생명의 부진도 만만치 않다. 하나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5억원에 머물렀다. 적자는 면했지만 전년 대비 61.99% 줄어든 수치다. 

하나은행이 작년 당기순이익 3조4766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리딩뱅크'를 차지한 것은 감안했을때 하나은행을 제외한 비은행 계열사들이 얼마나 부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리딩금융' 도약 위해선 보험사 M&A가 필수?

이같은 실적 희비에 업계 내에선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보험사 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KB금융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 역시 모두 인수를 통해 금융지주에 흡수된 경우다. KB금융은 2015년 KB손해보험의 전신인 LIG손해보험의 지분 19.47%를 약 6400억원에 인수했고 2020년엔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해 KB생명과 합병, 현재 KB라이프생명으로 재탄생시켰다.

롯데손해보험 본사/사진=롯데손해보험 제공
롯데손해보험 본사/사진=롯데손해보험 제공

먼저 손해보험 포트폴리오 강화를 노리는 신한금융의 M&A 후보로는 롯데손해보험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작년에도 신한금융의 롯데손해보험 인수설이 업계에서 유력하게 돌았다. 

결국 신한금융이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 최종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는 손해보험 강화 없이는 리딩금융에 도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올해도 KB금융 보험 계열사들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 M&A를 차일피일 미룰 경우 만년 2위에 만족해야 하는 신세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3024억원을 시현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정도로 상승세에 있는 손해보험사이기도 하다.

신한금융과 달리 하나금융은 생명보험 포트폴리오 강화를 원하고 있다. 은행의 실적이 워낙 좋기에 비은행 계열사 중 한곳만 탄탄하게 지탱해줄 경우 리딩금융에 도전해볼 수 있다. 하나손해보험보다는 하나생명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 향후 생명보험에 집중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동양생명 본사/사진=동양생명 제공
동양생명 본사/사진=동양생명 제공

하나금융은 작년 KDB생명을 인수하려고 시도했지만 최종적으로 뜻을 접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 재도전 대신 동양생명으로 눈길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중이다. 

KDB생명이 지난해 179억원의 적자를 낸 반면 동양생명은 당기순이익 1966억원을 기록하는등 호실적을 기록했다. 실제 업계 10위권 밖에 처져있는 하나생명이 7위 동양생명과 합병할 경우 단숨에 업계 8~9위권까지 도약하게 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하나금융이 KB금융의 사례처럼 중견 생명보험사를 인수해 하나생명과 합병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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