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조직 안정' 긍정적 평가에도 실적 등은 아쉬워
리딩금융 탈환-비은행 M&A 등 올해 진정한 평가무대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오른쪽) / 사진=각 사.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오른쪽) / 사진=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올해가 진정한 리더십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진 회장과 임 회장 모두  지난 1년간 각 그룹사의 체질개선, 조직쇄신 등을 통해 향후 성장 기틀을 다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비은행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전반적인 경쟁력 강화, 리딩금융 탈환 등 지주사별로 맞닥뜨린 개별 과제의 성공 여부는 첫번째 시험장이 될 전망이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신한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의 신임 회장에 각각 오른 진 회장과 임 회장의 임기 1년이 마무리된 가운데 두 사람 모두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 회장과 임 회장 모두 금융지주사 회장의 연임을 문제 삼는 금융당국의 소위 ‘관치 인사’ 압박 기조 속에서 적잖은 부담을 떠안은 채 임기를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같은 부담감을 소기의 실적과 성과로 이겨내면서 모두 비교적 순탄한 임기 첫해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시 중구 우리금융지주 본점. /사진=우리은행
서울시 중구 우리금융지주 본점. /사진=우리은행

지난해 실적 약세 직면한 신한-우리금융

다만, 여전히 양 사의 핵심 과제 부문에서는 결과물이 다소 아쉽다는 지적이다.

우선 실적 측면에서는 모두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신한금융은 지난 2022년 거머쥐었던 ‘리딩금융’ 타이틀을 1년 만에 반납했고,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실적 감소를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다.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6.4% 감소한 4조368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당기순이익 또한 549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3.9% 감소했다.

이같은 4분기 실적 감소는 상생금융 지원 비용, 대체투자자산 평가손실, 선제적 충당금 적립 등 거액의 일회성 비용에 따른 것이라는 게 신한금융 측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대다수 은행 또한 4분기 실적이 전분기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한 바 있다.

이처럼 악조건 속에서도 나름의 실적 선방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연간 실적이 전년 대비 개선된 KB금융의 벽은 넘어서지 못했다.

다만, 이자익과 비이자익 모두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했다는 점은 위안거리였다. 지난 4분기 당기 기준으로는 상생금융 관련 비용 인식과 대체투자자산 평가 손실 등의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47% 감소한 4837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연간 비이자익은 전년 대비 51% 급증한 3조4295억원을 달성했다.

이자익도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이자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10조817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핵심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순이자마진(NIM)의 경우에는 그룹사가 1.97%로 전년 말(1.96%) 대비 0.01%p(포인트) 개선된 바 있다.

반면, 우리금융은 눈에 띄는 실적 악화를 경험했다. 지난해 우리금융의 연간 당기순익은 2조5170억원으로 전년(3조1420억원) 대비 19.9% 감소했다. 국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전년 대비 실적 감소 폭이 두 자릿수대를 기록한 건 우리금융이 유일했다.

우리금융과 함께 전년 대비 실적이 감소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경우 각각 6.4%와 3.3%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지난해 연간 당기순익 기준 ‘4조 클럽(신한), ‘3조 클럽(하나)’을 유지하며 실적 선방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수익성 지표가 일제히 하락했다는 점은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지난해 우리금융그룹의 연간 순이자마진(NIM)은 1.82%로 전년(1.84%) 대비 0.02%p 감소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이 0.12%p 개선된 2.08%, 신한금융이 0.01%p 상승한 1.97%를 기록한 점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전년 대비 NIM이 0.2%p 감소하며 우리금융보다 하락세가 컸지만 NIM을 제외한 이자익, 영업익 등 주요 수익성 지표는 우리금융을 멀찍이 따돌리며 앞섰다.

사진=신한금융
사진=신한금융

임기 첫 해, 아쉬움 남긴 진옥동-임종룡

이처럼 양사 모두 실적 기준 아쉬운 성과를 내면서 야심 차게 임기를 시작한 진옥동 회장과 임종룡 회장 또한 다소 체면을 구겼다.

진 회장의 경우, 신한은행장을 역임하는 등 정통 신한맨으로서 사실상 조용병 전 회장의 뒤를 잇는 차기 회장 1순위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이에 따라 진 회장은 취임 후 비교적 원만하게 인수인계 및 경영전략 수립이 가능했다.

이런 상황에서 결론적으로 리딩금융 사수에 실패했다는 점은 진 회장 입장에서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KB금융을 추격하는 입장에 더해 2년 연속 ‘리딩뱅크’에 오른 하나은행을 앞세워 성장 드라이브를 가속화하고 있는 ‘추격자’ 하나금융의 상승세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반면, 임 회장의 경우 지난 임기 첫 해 실적 제고, 비은행 계열 강화 등 우리금융의 상당수 당면과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한 모습이다. 실적의 경우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고 비은행 강화의 핵심 퍼즐이었던 ‘증권사 M&A’ 부문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증권사 M&A의 경우, ‘리테일 강점의 중형급 증권사’라는 매물 기준을 깨고 수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포스증권의 인수 의향을 밝히면서 세간의 우려를 키우기도 했다.

특히 임 회장의 경우 NH금융 회장 시절 성공적인 증권사 M&A로 현 NH투자증권을 키워낸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우리금융 회장으로서 보여주고 있는 M&A 부문에서는 추진력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물론 두 사람이 취임한 임기 첫해 금융시장 전반의 상황이 다소 불안정했다는 점은 고려돼야 할 요소로 거론된다. 실적 악화가 대부분 금융당국 발 ‘상생금융’에 동참한 영향인데다 M&A시장 역시 전반적인 업권 불황의 여파로 저평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그간 매물로 거론돼오던 업체들 스스로 M&A시장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금융당국 수장과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 참석한 임종룡 회장(왼쪽에서 네 번째)과 진옥동 회장(오른쪽에서 4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금융위
지난해 11월 진행된 금융당국 수장과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 참석한 임종룡 회장(왼쪽에서 네 번째)과 진옥동 회장(오른쪽에서 4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금융위

진정한 시험 무대는 ‘바로 올해’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진 회장과 임 회장 모두 진정한 경영 능력, 나아가 리더십 전반을 평가받을 수 있는 진정한 시험대는 올해 성과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상생기조, 여기에 홍콩ELS(주가연계증권) 등 악재로 분류될만한 이슈가 여전하지만 업권 내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사그라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실적 감소와는 별개로 두 사람 모두 내부 조직 개편, 글로벌 사업 강화, 기업금융 등 올해 반전을 위한 밑바탕 작업을 해왔다는 점도 긍정적 변화를 예견케 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진 회장의 경우, 은행을 포함한 주요 계열사를 아우르는 통합 디지털 플랫폼 ‘슈퍼 쏠(SOL)’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소위 슈퍼앱 전략에 속도를 냈다. 그 결과 신한 슈퍼쏠은 서비스 개시 한 달여 만에 가입자 3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초기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임 회장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기적으로 핵심 사업전략을 언론에 공개하는 등 공격적 성장 드라이브를 예고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자산관리, 기업금융 등 핵심 키워드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전략도 공개했는데, 그간 지지부진했던 증권사 M&A 나아가 비은행 전반의 기업 인수합병 여부도 관심사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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