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보험 수장 모두 교체 '승부'
IFRS17 도입, 자금∙영업 전문가 영입
실마리 보이지 않는 최악 실적이 변수

(왼쪽부터) 남궁원 하나생명 대표,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대표/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왼쪽부터) 남궁원 하나생명 대표,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대표/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최근 몇년간 부진한 실적으로 고전을 거듭해온 하나금융그룹의 보험 계열사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이 올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발맞춰 두 회사 모두 각각 자금∙영업 부문 전문가로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자금 남궁원∙영업 배성완‘...전문성 가진 CEO 등판

16일 하나금융그룹에 따르면 남궁원 하나생명 대표, 배성완 하나손보 대표가 각각 지난 2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임기를 시작했다. 당초 업계에선 하나생명의 대표가 교체 가능성을 낮게 점쳤던 만큼 남궁 대표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취임한 임영호 전 대표는 임기를 1년 앞두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남궁 대표는 하나금융 내에서 자금시장 전문가로 통한다. 1967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1년 한국외환은행(현 하나은행)에 입행한 후 자금시장사업단 전무,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을 거쳐 자금시장그룹 부행장을 역임하는 등 하나은행에서의 경력 대부분을 자금시장 분야에서 보냈다.

하나금융은 자금시장 흐름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남궁 대표가 부진한 하나생명의 실적을 끌어올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적용된 IFRS17로 보험업계의 자금 관리에 대한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시된 상황에서 자금시장 관련 요직을 거친 남궁 대표가 큰 역할을 해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하나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해 남궁 대표의 추천 배경으로 “남궁원 후보가 자금시장 전문가로서 건전성을 강화하면서 상품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보험이익부문과 투자이익부문의 수익성을 제고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남궁 대표가 올해 안에 회사를 빠르게 안정시킬 경우 지난해 큰 성과가 없었던 하나금융의 비은행 계열 M&A(인수합병)를 재추진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0월 KDB생명 인수 추진 직전에 뜻을 접은 바 있다. 다만 리딩뱅크 자리를 노리고 있는 하나금융 입장에선 보험 포트폴리오 강화가 선결 과제이기에 언제든지 M&A를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이다. KDB생명 외에도 ABL생명, 동양생명 등 생명보험사 M&A 매물은 줄을 서있기도 하다.

삼성화재 부사장을 지낸 배성완 하나손보 대표를 향한 기대도 남궁 대표 못지 않다. 하나손해보험 출범 이래 외부 출신 인사가 대표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68년생으로 영남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배 대표는 1992년 삼성화재에 입사해 보험 경력을 시작했고 이후 삼성화재에서만 30년간 몸 담았다.

그는 삼성화재 전사 채널·제도 기획 담당, 수도권1사업부 단장, GA1사업부장(상무), 장기보험부문장(부사장), 상근고문 등을 지냈다 업계에선 영업 전문가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업계에선 회사의 존폐를 걱정할 정도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하나손보를 살리기 위해 하나금융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특단의 쇄신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나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해 배 대표 추천 배경으로 “손해보험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기획 및 영업 분야 등에서 전문 역량을 갖추고 있어 새롭게 하나손해보험을 이끌어 갈 적임자로 추천됐다”고 설명했다.

배 대표 체제 하에서 하나손보의 매출 포트폴리오는 기존 자동차보험에서 장기보험 판매 중심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배 대표는 삼성화재 시절 GA(법인보험대리점) 대표들과 돈독한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온 것으로 알려져있기도 하다.

이는 배 대표의 취임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현재의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해 장기보험은 과감하고 빠른 성장에 집중하고 자동차보험은 손해율 관리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손보 입장에선 장기보험 판매를 늘리는 것이 실적 향상에 훨씬 도움이 된다. IFRS17 체제에서 보험사가 수익성을 높이려면 장기보험을 많이 파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 전통적으로 하나손보는 장기보험에서 약점을 보여왔다. 지난해 말 기준 장기보험 비중은 32.5%에 그쳤다. 반면 신한EZ손해보험 등 경쟁사들은 장기보험 비중을 70~80%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사옥/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하나금융그룹 사옥/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깊은 부진의 골, 단기간 해결은 어렵다

하지만 양사 모두 지난해 실적이 워낙 부진했던 터라 단기간 내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하나생명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70억원으로 전년 동기(201억원) 대비 15.8% 감소했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39억원으로 직전 분기(151억원) 대비 74.4% 급감했다.

하나손보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손실 369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가 확대됐다. 하나손보는 지난 2020년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적자의 늪에 빠져있다. 디지털보험사 업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고 해도 경쟁사 캐롯손해보험, 신한EZ손해보험 등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별다른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업계에서도 하나금융의 보험 CEO 교체를 주목하고 있다“며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두 CEO가 부진에 빠져있는 하나보험을 살려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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