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LFP 배터리 장착 EV 보조금 크게 깎아
최대 보조금은 650만원…현대차·기아만 혜택
올해 LFP 장착 모델 다수 출시…시장 판도 눈길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을 진행중인 차량의 모습. 사진=이미지투데이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을 진행중인 차량의 모습. 사진=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환경부가 중국 업체들이 침투 중인 리튬·인산·철(LFP) 탑재 전기차들의 국내 보조금 지급 폭을 크게 깎았다. 현대차, 기아는 상대적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반면 KG모빌리티, 테슬라 등을 중심으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시장 판도가 변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1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6일 발표한 ‘2024년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 방안(보조금 개편안)’에 따라 올해 국내에 판매될 전기 승용차 최대 보조금은 65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금 개편안에 따르면 차량 가격 5500만원 미만 차량은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으며 5500만원~8500만원 사이는 50%, 8500만원 초과 차량은 보조금 수령이 불가능해졌다. 성능보조금 명목으로 중·대형 차량에게는 400만원, 소형·경형은 300만원, 초소형은 250만원이 지급된다. 

여기에 △사후관리 역량 △배터리 계수(주행거리 효율성) △보급 목표 이행보조금 △충전 인프라 보조금 △혁신 기술 보조금 등이 더해지며 최대 보조금인 650만원이 책정된다.

눈에 띄는 점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탑재 전기차가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이 급격하게 줄었다는 점이다. 환경부에서 ‘LFP 배터리’라는 단어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주력 상품인 삼원계 배터리의 특성을 갖춘 차량들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할 것을 명시한 만큼 사실상 LFP 배터리를 저격했다는 해석이다.

보조금 집중 지원 대상 차량은 △1회 충전거리가 길고 충전 속도가 빠름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높음 △배터리 안전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안전 점검이 용이 △전국 8개 권역에 직영 AS(사후관리) 센터 운영 △성능 대비 하중이 가볍고 재활용 가치가 높음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이는 삼원계 배터리의 강점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 중형 전기 세단 '아이오닉 6'.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중형 전기 세단 '아이오닉 6'. 사진=현대자동차

국내 완성차 업체 희비 교차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기류는 미묘하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반응과 ‘현대차 살리기’라는 불만이 함께 나오고 있다.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는 현대차·기아다. 대부분이 삼원계에 해당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는 데다 이외의 요건도 모두 충족하고 있어서다. 1회 충전거리가 500㎞ 이상인 현대차 중형 전기 세단, 아이오닉6는 올해 국비보조금 650만원 전액을 받을 것이 예상되는데, 실구매가는 4610만원까지 떨어지게 된다.

지난해 출시된 기아 경형 전기차 레이 EV, 올해 출시 예정인 현대차 경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경우, 중국 CATL의 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으나 경차로 분류돼 보조금 감액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상반기 출시를 앞둔 기아 소형 전기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CUV) EV3는 LFP 배터리를 탑재한 보급형 모델로 출시될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 다만 국내 모델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키로 해 보조금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KG모빌리티는 보조금 효과를 크게 느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중형 전기 SUV 토레스 EVX, 준중형 SUV 코란도 이모션 등 전기차 전 모델이 모두 중국 BYD의 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어서다. 올해 출시될 코란도 EV, 전기 트럭 O100 역시 같은 배터리가 들어갈 예정이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공급처 다각화를 모색해야 할 판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자국 전기차 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현재 보조금 정책 방향이 맞다고 본다.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LFP 배터리는 재활용이 안 된다. 500kg가량 되는 배터리를 폐기하기 위해서는 혈세가 투입돼야 하는데 이를 판매자랑 구매자가 부담해야 하지 않나”라며 ”땅에 묻는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어떻게 처리할지 환경부가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100% 재활용되는 NCM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완성차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재 전기차 보급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충전소 부족이라 생각한다”라며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LFP 배터리에 대한 규제를 하는 부분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지만, 일부 국내 업체들이 보조금 혜택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점에서 지금의 정책은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테슬라 중형 전기 SUV '모델 Y RWD'.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갈무리
테슬라 중형 전기 SUV '모델 Y RWD'.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갈무리

수입차 업체, 가격 놓고 고심

LFP 배터리 리스크에 걸린 테슬라를 물론, 보조금 100% 지급 기준인 5500만원 이내에 차량을 출시해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테슬라는 지난해 국내에서 총 1만6461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테슬라의 국내 판매량은 전년 대비 13% 상승했다. 중국 CATL의 LFP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 Y RWD(5699만원)이 호응을 얻은 결과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테슬라 차량의 84.4%가 모델 Y였다. 올해 보조금 혜택이 크지 않다면 가격을 낮춘다 해도 시장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Y RWD 가격 인하 소식이 없다.

테슬라와 같은 상황에 놓인 폭스바겐, 폴스타와 대조적이다. 양사는 이달부터 ID.4와 폴스타2의 저가형 모델인 프로 라이트 트림과 롱 레인지 싱글 모터 트림의 가격을 각각 200만원, 100만원씩 낮춘 5490만원으로 맞춰 보조금 요건을 충족시켰다.

김필수 교수는 “(LFP 보조금 감소가 판매에) 영향 준다. 지난해 국내 보조금 덕분에 테슬라 모델 Y는 기존 대비 2000만원 이상 저렴하게 판매되면서 10배 이상 팔릴 수 있었다”면서 “이제는 (테슬라가) 좋으면 비싸게 사서 쓰라고 정부가 이야기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출시가 유력한 테슬라의 모델 3 하이랜드 RWD 역시 LFP 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이다. 중국의 BYD 역시 자사의 LFP 배터리를 탑재한 준중형 전기 SUV 아토 3 등을 앞세워 국내에 진출한다. 한층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당 차량들의 출고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토3는 지난해 1월 일본에서 보조금 포함 약 350만엔(약 3100만원)에 출시됐다.  

김 교수는 “BYD (전기승용차가 국내에) 나오는데 보조금 포함해서 가격이 더 싸야 될 것”이라며 “명차 반열에 오른 것도 아니고, 중국산인데 가격이 낮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찾을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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