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부진으로 4분기 실적 기대 이하
올해 3사, 내실 중심 특색살린 전략 예고
LFP·전고체 등 미래 먹거리 찾기도 분주

국내 배터리 3사 기업이미지(CI). (위쪽부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이미지=각 사
국내 배터리 3사 기업이미지(CI). (위쪽부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이미지=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전기자동차 수요 둔화와 광물가격 하락 등 악재가 겹치며 올 한해 이차전지 시장에서 혹한기를 겪을 것으로 보이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행보가 연초부터 관심이다.

벌써 이런 어려움이 실적에 드러나고 있는 만큼 3사는 올 한해 질적 성장을 목표로 생산기술 향상과 다변화 등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한편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물론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지난해 4분기 매출 전망치는 5조9957억원, 영업이익 전망치는 4616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전망대로라면 전년 동기 대비 5.96% 하락하게 된다.

SK온 역시 같은 기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 예상됐다. 유진투자증권은 SK온이 같은 기간 187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2분기의 영업손실(1315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3분기 861억원까지 손실을 줄였던 것에 비해 크게 불어난 액수다.

일찌감치 성적표를 받아든 LG에너지솔루션의 4분기 잠정 실적은 매출 8조14억원, 영업이익 33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3% 감소, 영업이익은 42.5%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33조7455억원, 영업이익 2조1632억원으로 모두 창사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1.8%, 영업이익은 78.2% 증가했다.

다만 4분기 영업이익 중 2501억원이 미국 정부 지원금인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금액으로, 이를 제외할 경우 영업이익이 881억원으로 급감한다는 점은 개운치 않은 부분이다. 영업이익률도 1.1%로 전년 동기의 2.8% 대비 두 배 이상 떨어졌다.

(왼쪽부터)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사장,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사장,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 사진=각 사

EV 부진에 광물가 하락까지... 3사 “내실 다져야”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러한 배터리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나 시장 침체가 더 길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비싼 전기차 가격과 인프라 부족, 주요국 전기차 보조금 감소세 등으로 수요가 줄고 있어 주요 업체들이 투자 및 생산, 출시를 연기하는 등 배터리 수요에 부정적 요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

또 하나의 변수는 전기차 시장이 숨죽이는 가운데 이차전지용 광물인 리튬·니켈·코발트·망간 등의 가격이 동반 하락하며 배터리 가격도 떨어졌다는 것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kg당 86.5RMB(위안)으로 지난해 12월 22일 이후 연일 저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1월30일) kg당 447.5RMB이었던 걸 감안하면 무려 5배 폭락한 것이다. 탄산리튬은 주로 LFP배터리에 사용된다.

이에 3사는 올 한해 ‘질적 성장’을 모토로 자동화 시스템 기반의 스마트팩토리 구축 등을 통한 제조 경쟁력 향상과 생산 효율 제고를 공통적으로 꾀하는 한편, 각자의 특화된 능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어려운 시기를 버티겠다는 입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신기술 및 신공정 도입 등을 통한 원가 절감과 원재료 조달 효율성 높이기에 힘쏟고 있다. 또한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를 비롯해 미드 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등 프리미엄에서 중저가까지 배터리 포트폴리오 역시 확대할 예정이다. 여기에 3사 중 북미 지역에 가장 많은 8개의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만큼 AMPC 보조금 수혜도 최대한 노릴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GM과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 2공장(테네시 소재, 연산 50GWh)을 추가 가동할 예정이다.

3사 중 유일하게 CEO가 유임된 삼성SDI는 올해 최윤호 사장을 필두로 기존의 ‘프리미엄 전략’을 이어갈 예정이다. 특히 국내 배터리 업계의 주력 상품인 NCM 대비 에너지 밀도와 출력이 높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를 탑재한 프리미엄 배터리 라인을 넓히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현재 개발 중인 P6 각형 배터리의 경우 니켈 비중이 이전 세대 대비 소폭 높아지고 음극재에 독자적인 실리콘 소재를 적용해 에너지밀도를 극대화한 제품이 될 전망이다.

SK온은 지난해 벗어나지 못한 '적자' 수렁에서 탈출해 기업공개(IPO)까지 순탄하게 진행하는 게 간절한 만큼 수율 개선 및 제조 경쟁력 확보를 중점으로 두고 한 해를 꾸려갈 전망이다. 후발주자인 만큼 그간 경쟁사들 대비 수율 면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해 사업 확장 및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또한 각형 배터리에 이어 원통형 배터리까지 폼팩터(배터리의 모양)를 다양화해 주력 상품인 파우치형까지 ‘3대 폼팩터’를 모두 섭렵하는 것 역시 SK온의 핵심 전략 중 하나.

다양한 폼팩터를 가진 이차전지들. 사진=이미지투데이
다양한 폼팩터를 가진 이차전지들. 사진=이미지투데이

미래 보려면....LFP도 따라가고, 전고체도 개발해야

‘미래 먹거리’를 찾는 움직임도 분주하다. 중국이 저렴한 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전 세계 이차전지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는 만큼 다가올 미래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예전에는 삼원계가 지배적이었지만 지금은 마냥 그렇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며 “무게중심이 많이 (LFP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대책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3사는 LFP 배터리 개발을 서두르는 한편 장기적인 ‘LFP 대체재’를 준비 중에 있다. 삼원계 기반의 중·저가형 배터리, 그리고 화재 위험이 없고 기존 배터리 대비 충전 시간은 절반 이하, 용량은 두 배가량인 전고체 배터리가 바로 그 주인공들.

LG에너지솔루션은 LFP 상용화가 가장 빠르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오는 2026년부터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기 때문. 또한 같은 해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 2027년에는 저렴한 황을 사용해 가격을 낮춘 ‘리튬황 배터리’와 리튬망간인산철(LMFP) 배터리, 2030년에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할 계획이기도 하다.

‘고분자계’는 기술 개발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기존 양산 공정을 그대로 적용 가능한 만큼 개발과 생산이 용이해 황화물계 대비 상용화가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기술 개발 난도가 황화물보다 낮아 단기간 내에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반면 ‘황화물계’의 경우 고분자계 대비 용량이 크게 증가한 데다 기술적인 특성과 안정성이 우수해 양산화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개발이 어렵고 단가가 높다.

삼성SDI는 황화물계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 평가받고 있다. 전고체의 상용화가 어렵다는 세간의 예상에도 지난 조직 개편을 통해 신설된 ‘ASB(전고체 배터리) 사업화 추진팀’을 중심으로 타사들처럼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정보기술(IT) 기기용이 아닌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을 목표로 한다는 입장이다. 오는 2025년 관련 소재 공급망 확보 등 생산 준비를 끝내고 2027년부터 양산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온은 현재 LFP 배터리 개발을 마치고 주요 고객사와 공급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빠르면 오는 2026년 상용화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솔리드파워 등과의 협업을 통해 황화물계 전고체배터리 개발 역시 목표로 한다는 입장이다. SK온은 오는 2025년까지 대전 배터리 연구원에 전고체 배터리 시험 생산 시설인 ‘파일럿 라인’을 구축, 2026년 시제품을 생산하고 2028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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