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언팩서 S24시리즈 공개…AI로 사용성 개선
실시간 통·번역 등 무대 시연…참석자 2100명 '환호'
애플에 1위 빼앗기고 모바일AP서도 존재감 '희미'
프리미엄폰 정체성 강화…AP경쟁력으로 반등 도모

17일(현지시간) 갤럭시 언팩에서 노태문 사장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17일(현지시간) 갤럭시 언팩에서 노태문 사장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미국 산호세=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오늘 당신의 상상력이 현실이 될 것입니다. 갤럭시S24와 갤럭시 AI가 더 나은 내일을 실현합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SAP센터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에서 이 같이 말했다. 노 사장은 "모바일 기기는 AI와의 연결고리가 될 텐데, (특히) 삼성 갤럭시는 안전하고 의미있는 AI 경험을 위한 열린 통로가 될 것"이라면서 "AI가 바꿀 모바일 산업과 생활양식의 변화를 갤럭시가 퍼뜨릴 것이다. 새로운 가능성을 실현시키는 임무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언팩의 개막을 맡은 노 사장은 기조연설 내내 자신감을 드러냈다. S24와 갤럭시 AI의 등장을 "깨달음(유레카)의 순간"이라고 비유한 데 이어 갤럭시에 최적화된 생성형 AI 기능을 가리켜 "가능성에 불을 붙이는 불꽃"이라고 추켜 세우기도 했다. AI폰 선점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읽히는 대목이다. 

성능 소개 때마다 객석에서 '환호성'

갤럭시 언팩은 삼성전자가 공들이는 행사다. 출시 초반 흥행 부스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쇼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다양한 현장 시연이 무대에서 펼쳐지는 것도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판매로 이어지게 하기 위함이다.

이번 언팩은 기술력 부각에 중점을 뒀다. 산호세는 실리콘밸리의 심장부다. 어도비, 페이팔을 비롯한 글로벌 IT기업 본사가 위치해 있고, 인접지역에는 구글, 애플의 본사도 자리해있다. 혁신 기술의 본산에서 언팩을 개최한 것은 AI폰 선두주자임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경쟁사를 향한 견제도 깔려 있다. 바르셀로나, 런던, 뉴욕 등에서 진행되던 언팩은 2019년부터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됐다. 애플의 본진에서 도발을 한 셈이다.애플의 본진에서 이뤄진 도발인 셈이다.

갤럭시 언팩 체험존 전경. /사진=삼성전자.

올해 삼성전자는 언팩에 더 힘을 줬다. 1만7000석 규모의 아이스링크 절반은 무대로, 나머지 절반은 대규모 체험존으로 꾸몄고, 전 세계 취재진, 인플루언서, 협력사 등 2100명을 초청했다. 노 사장은 물론, 삼성전자 국내와 미국 법인 주요 인물들이 무대에 올라 실시간 통·번역, 생성형 AI 검색 기능인 서클 투 서치 등을 직접 시연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동맹인 구글의 경우, 로시 록하이머 수석 부사장이 직접 노 사장과 함께 AI 협력을 소개했다. 

스타 마케팅은 현지화 됐다. 미국 유튜버인 미스터비스트가 영상을 통해 S24의 카메라와 사진 편집 기능을 설명했고,  트위치 인플루언서인 포키메인은 직접 S24에 대한 인상을 밝혔다. 이에 객석의 반응도 뜨거웠다. 새로운 기능을 시연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오랜만에 원 모어 씽을 깜짝 공개하면서 분위기는 한층 달아올랐다. 삼성전자는 행사 말미 웨어러블 기기인 갤럭시링 공식 티저를 공개했다. 갤럭시링은 삼성 헬스와 연계, 건강관리를 돕는 웨어러블이다. 웨어러블 분야에서 유독 약한 삼성전자의 야심작으로 하반기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현장의 반응대로라면 S24는 흥행 청신호를 켰다. 삼성전자가 바라던 그림이다. S24에 대해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 견인차가 되주길 바라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올 연말에나 풀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서다. 생활가전, TV도 소비 위축으로 큰 보탬이 되지 못한다. 매출의 30% 가량을 책임지는 스마트폰, 그 중에서도 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책임이 커진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바 형태의 제품은 브랜드별 특장점이 사라졌다. 삼성전자가 AI폰을 내세운 이유다. 

AI폰 시장은 고성장이 예견된 분야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7년까지 생성형 AI 스마트폰 출하량이 5억22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83%, 기록적이다. 삼성전자는 이 시장을 선점해 차세대 스마트폰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갤럭시 언팩에서 관람객이 신제품 기능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주력사업 위기 징후…AI폰 이상 역할 기대

S24는 삼성 최초의 AI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스마트폰 사업에서 수익을 내줘야 메모리반도체 부진을 상쇄할 수 있다"며 "그러자면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은 프리미엄폰의 역할이 중요하다. S24가 초반 판매량을 끌어줘야 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 올라선 삼성전자는 그동안 정중동 행보를 보여왔다. 안정적 수익 기반을 구축하는 한편 시장 리더십을 수성하기 위해서다. 보수적 기조를 유지함에 따라 예전만큼 혁신적이지 못한 것은 자충수가 됐다. 갤럭시 브랜드 선호도가 낮아지고 핵심 타깃층 이탈이 가속화 됐다. 그 결과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뒤집혔다.  

시장조사업체 IDC 분석 결과, 지난해 애플은 2억346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해 시장의 20.1%를 가져갔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출하량 2억2660만대를 기록해 점유율 19.4%에 머물렀다. 2010년 이후 13년 만에 1위에서 밀려난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전년 대비 5% 가량 위축되는 와중에 애플의 점유율이 3.7%포인트 늘어난 건 경쟁사로서 뼈 아프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부터 점유율 20% 안팎에 머물러왔다. 프리미엄폰 시장에선 애플에, 중저가 시장에선 샤오미 등 중국업체에 밀리면서 스마트폰 전 라인업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S 시리즈의 위측이다. 연간 3000만대 판매도 녹록치 않을 정도로 브랜드 매력이 떨어지는 중이다. 문제는 점점 작아지는 시장 내 입지가 회사의 주력사업에 연쇄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갤럭시 언팩에서 관람객이 신제품 기능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갤럭시 언팩에서 관람객이 신제품 기능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을 공언했다. 향후 6년 안에 1위로 올라서는 제품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이미지센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모두 2위에 머무르고 있다. 선두와의 격차도 크다.

특히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고성능 모바일 AP는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S22 발열로 엑시노스2200는 성능 문제가 불거졌다. 엑시노스2300은 아예 갤럭시 프리미엄 모델에 채택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AP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5% 수준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AI 최적화를 구현함으로써 S 시리즈 경쟁력을 보여줄 예정이다.발열은 S 시리즈를 괴롭혀 온 오래된 이슈다. S24는 베이퍼챔버를 최대 1.9배 키워 방열 기능을 강화했다. 하이엔드 프리미엄급에 맞도록 전 모델이 상향된 점도 눈에 띈다. 일반과 플러스는 디자인, 디스플레이 등에서 진일보했다. 최대 120Hz까지 콘텐츠에 따라 주사율을 자동으로 조정해주고 더 얇은 베젤로 화면 크기를 약간 키웠다. 

AP 성능도 진화했다. 엑시노스2400은 엑시노스2200과 비교해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이 각각 20%, 30%씩 향상됐고 신경망처리장치(NPU)는 41%가 발전했다. 전력 효율을 최적화한 데 이어 레이 트레이싱, 글로벌 일루미네이션, 리플렉션·쉐도우 렌더링 같은 최신 그래픽 기술도 구현한다. 

엑시노스의 성능은 수치로 확인된다. 엑시노스2400 벤치마크 점수는 1656점, 퀼컴의 스냅드래곤 8 2세대(1724점)에 근접했다. 긱벤치에서도 엑시노스2400 점수는 상당히 높았다. 엑시노스2400 적용 단말은 싱글코어 2188점·멀티코어 6935점을 기록했다. 이는 스냅드래곤 탑재 모델(싱글코어 2271점·멀티코어 7119점) 못지 않다. AP 경쟁력을 입증하겠다는 삼성전자의 구상대로다. 

갤럭시S24에 탑재된 생성형 AI 기반의 서클 투 서치와 노트 어시스트 기능. /영상=삼성전자.
갤럭시S24에 탑재된 생성형 AI 기반의 서클 투 서치와 노트 어시스트 기능. /영상=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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