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국 등 현지 사업 점검…경영 보폭 본격적 확대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속 지정학적 변수 영향력 증대

선택과 집중으로 체질 개선했지만…계열사 취약점 노출

사업보고회서 미래 준비 실행전략 강하게 요구할 듯

사장단 워크샵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최고경영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LG.
사장단 워크샵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최고경영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LG.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복합위기의 파고를 넘을 해법을 모색한다. 

현재 구 회장은 해외 배터리 생산기지를 둘러보고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있다. 배터리는 구 회장이 전사 차원에서 집중 육성 중인 성장 동력이다.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구 회장이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찾기 위해 직접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그룹 사업보고회에서 구 회장이 위기 극복과 성장 잠재력 제고, 미래 준비에 초점을 맞추고 계열사 최고 경영진에 구체적 실행전략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미국 사업을 점검 중이다. 17일(현지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 있는 얼티엄셀즈 1공장을 찾아 사업 현황을 보고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하고 현지 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얼티엄셀즈 1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역량이 집중된 곳으로 총 23억달러를 투자, 스마트팩토리 공정을 고도화 했다. 올 연말 배터리 셀 양산에 들어가, 연간 40기가와트시(GWh)를 생산할 계획이다. 

구 회장은 이달 초에도 폴란드 LG에너지솔루션 공장을 찾았다. 불과 보름 만에 미국 배터리 사업을 챙긴 셈인데, 구 회장의 행보를 되짚어 보면 다소 의외다. 구 회장은 그동안 국내를 중심으로 내실을 다지고 사업 방향성을 조정하는 등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해왔다. 그런 만큼, 구 회장이 직접 해외 사업 점검을 나선 건 오너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계열사별 독자 경영체제가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최근의 기업 경영 환경은 각자도생으로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 물가와 환율, 금리가 꾸준히 오른 것은 물론, 지정학적 변수의 영향력이 커졌다. 

특히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질서는 다시 양분되기 시작한 모습이다. 세계 각국이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서 벗어나려 자국 보호주의를 강화하는 한편, 동맹과의 협력을 꾀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 원자재법은 탈중국이라는 궤를 같이 한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LG그룹이 성장과 미래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려면 강력한 구심점이 필요하다. 바로 오너 리더십이다. 

무엇보다 구 회장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그룹의 체질을 바꾸는 사이, 예기치 않은 문제들이 발생했다. LG전자는 기업간거래(B2B)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선도업체임에도 배터리 품질 문제가 수차례 불거졌고, 대규모 리콜 비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LG이노텍은 애플 의존도가 더욱 커지고 있고,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 다각화에 비해 RE100 등 친환경 대응 전략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LG생활건강은 중국 리스크를 상쇄한 전략을 보다 구체화해야 할 시점이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보다 탈통신 전략이 늦어짐에 따라 차별화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더욱이 취임 4년차를 맞은 구 회장은 오너 경영인으로서 확실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사업 고도화에 매진한 것도 구광모 체제 2막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때문에 구 회장이 배터리 외에도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중점적으로 육성 중인 사업을 점검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바탕으로 이달 말부터 한 달간 진행되는 사업보고회에서 구 회장은 이전보다 강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주력 계열사들의 사업을 재검토한 뒤, 동종업계 내에서 본원적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기업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구체적 전략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구 회장은 지난달 사장단 워크숍에서 “경영 환경이 어려울 때 일수록 그 환경에 이끌려 가서는 안 된다. 주도적이고 능동적 자세로 다가올 미래 모습은 우리 스스로 결정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미래 준비는 첫째도, 둘째도 철저히 미래고객의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며 “미래 고객이 누구이고, 정말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에 대해 우리는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지, 수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것이 미래 준비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업보고회가 어느 때보다 엄중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리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구 회장이 미래 준비를 얘기하면서 언급한 고객 가치와 능동적 자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까지 LG그룹이 유지했던 기조를 완전히 탈피하라는 주문으로 읽히는 만큼, 보다 공격적인 경영 전략이 수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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