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마지막주 지주사 시작으로 임원 인사 예정

주주총회서 내실 강화·미래 동력 확보 약속했지만

주력 계열사 수익성 후퇴…성장 전략 재검토 팔요

대표급 교체-발탁인사 확대 등 충격요법 가능성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8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촉매를 활용해 탄소를 저감하는 기술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8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촉매를 활용해 탄소를 저감하는 기술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LG.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경영 환경이 어려울 때 일수록 그 환경에 이끌려 가서는 안 된다. 주도적이고 능동적 자세로 다가올 미래 모습은 우리 스스로 결정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능동적 준비’를 요구했던 구광모 LG그륩 회장의 다섯번째 ‘용인술(用人術)’이 다음주 공개된다. 내년에도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구 회장이 큰 폭의 변화를 꾀하지 않으리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다만 구 회장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경영자로서 구상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고위 임원급에서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성장 사업에서 투자를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인적 변화까지 주면 조직의 부담이 커진다”면서도 “지난해까지는 구광모 회장이 자신의 구상대로 그룹의 사업들을 재배치하는 준비기간이었는데, 그 성과들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이기에 안정적 기조로만 흐르진 않을 듯 하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지난달 말부터 한 달에 걸쳐 사업보고회를 진행했다. 계열사별 성과와 미래전략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주요 임원의 역량 평가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주력 계열사별 성적만 놓고 본다면 인사의 향방을 불투명하다. LG전자는 3분기 수익성이 크게 하락했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14.1% 증가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영업이익은 사실상 후퇴했다. 지난해 3분기 GM 전기차 볼트 리콜 때문에 4800억원이 손실 처리됐는데, 이를 포함하면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1조768억원에 달한다. 올 3분기 746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니 1년 만에 37.02%나 급감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였지만 전 세계적인 수요 감소로 HE 사업본부가 적자 폭이 커졌고, 기업간거래(B2B)를 담당하는 BS도 엔데믹 체제 전환으로 IT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등 제반 비용이 상승하면서 144억원의 손실을 냈다. 그나마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가 3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며 2283억원의 이윤을 올렸고, 전장사업을 영위하는 VS사업본부 역시 분기 사상 최대 매출,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덕분에 영업이익을 방어했다. 

LG화학의 수익성도 발목 잡혔다. 3분기 별도 기준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24조4430억원, 2조88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70% 이상 빠졌다. 그러나 성장성 측면에서 성과가 있었다. 

전지재료 출하 확대와 판가 상승으로 양극재 등 전지재료 사업 비중이 1년 만에 33%에서 69%까지 늘어나며 첨단소재 부문 실적을 견인했다. LG화학의 첨단소재 부문은 3분기  3분기 매출 2조5820억원, 영업이익 4160억원을 기록했는데, 매출은 2배 가량, 영업이익은 8배나 뛰었다. 생명과학 부문은 8000억원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장암 치료제를 보유한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했다. LG화학이 9개의 항암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만큼, 관련 시장 조기 진출은 물론, 미국 내 국 의약품 시장에도 진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LG그룹 사옥 전경. 사진.  LG.
LG그룹 사옥 전경. 사진.  LG.

그래도 공들인 전장이 개화한 LG전자나 첨단소재·바이오 사업들의 잠재력이 입증된 LG화학은 형편이 낫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사업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TV와 노트북 PC·태블릿 등 IT, 모바일 수요가 줄어든 데다,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적자를 이어갔다. 3분기까지 누적된 적자만 1조원을 넘겼다. 불과 1년 만에 조 단위 손실을 내면서 LG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은 더 우울한 분위기다.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조3780억원, 5822억원이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11.4%, 영업이익은 44.5%나 감소했다. LG생활건강은 2004년부터 매년 성장세를 지속했다. 하지만 올해는 회사 실적을 떠받치는 화장품 부문이 고전하면서 결국 주저앉았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의존도가 높다. 대표 브랜드인 ‘후’가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에서 자리잡은 결과다. 하지만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에 화장품 매출의 3분의 2 이상을 책임진 후의 누적 매출은 40% 이상 떨어졌다. LG생활건강은 탈중국 대안으로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뉴에이본·알틱폭스를 인수했고, 피지오겔 아시아·북미 사업권까지 사들였지만, 좀처럼 매출이 오르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LG유플러스는 내실과 실적을 다 잡았다. 3분기 누적 매출은 10조2954억원에 달했다. 무엇보다 무선 사업에서 가입자 증가율이 11.3%를 기록한 동시에 3개 분기 연속 최저 해지율을 달성했다. 이로 인해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 비중이 핸드셋 기준 절반을 돌파했다. 스마트홈·기업 인프라 사업도 안정적 성장세를 지속해 플랫폼 기업 전환에 속도가 붙게 됐다. 

배터리사업을 이끄는 LG에너지솔루션은 더 좋았다. 3분기 누적 매출은 17조610억원에 이르고, 누적 영업이익도 9763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370조원에 달하는 수주잔고까지 확보했다. 사업 외연 역시 넓어지고 있다. GM, 스텔란티스 등 세계적 자동차업체들과 합작공장을 세워 북미 등 선진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 중이다. 

이렇듯 계열사 실적만으로 평가한다면 주력 계열사 6곳 중 4곳의 수장들은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무엇보다 구 회장은 올해로 내실 강화와 미래 동력 확보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앞으로도 그동안 정예화해 온 주력 사업의 질적 성장을 가속화하고 인공지능(AI)·지속가능성·헬스케어 등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에도 보다 힘을 기울여 지속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겠다”며 ”환경안전과 품질에 대한 기본 역량을 더욱 높여 모든 국내외 사업장에 LG만의 체계를 갖추겠다”고 약속했다. 

LG그룹 부회장단. (왼쪽부터) 권봉석 ㈜LG 부회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사진. 각 사.
LG그룹 부회장단. (왼쪽부터) 권봉석 ㈜LG 부회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사진. 각 사.

지난해 구 회장은 LG전자를 포함, 3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계열사 CEO를 유임시키되 부사장급 이하는 대폭 교체했다. 최임 후 가장 많은 179명이 임원진으로 합류했다. 이 가운데 상무급은 전년(118명)보다 14명이 많은 132명으로 늘렸고, 62%를 40대로 채웠다. 이로 인해 지난해 LG그룹의 전체 임원 중 1970년대생 비중은 52%로 올라갔다. 젊은 피를 수혈해 경영 불확실성을 돌파하겠다는 의지 외에도 ‘안정적 수익과 지속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담겨 있었다. 구 회장이 자신의 ‘주문’에 부응하지 못한 대표급에서 교체를 고려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내년 경영 여건을 고려할 때, 지난해 새롭게 선임됐거나 경영 효율화로 단기간 개선이 가능한 계열사 수장들은 자리를 보전할 공산이 크다. LG전자 각자 대표를 맡고 있는 조주완 사장과 배두용 부사장이 대표적이다. 실적이 좋았거나, 미래 사업 기반을 가진 경우에도 이번 인사에서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권봉석 ㈜LG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정철동 LG이노텍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임기 만료를 앞둔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이나 최장수 CEO로 꼽히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경우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정호영 사장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LG화학 등 핵심 계열사 요직을 거친 재무통이라는 점에서 그룹내 향후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실적과 별개로 ‘의외의 인사’가 날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구 회장은 지난해 친정 체제를 강화했다. 당시 권봉석 LG전자 사장을 ㈜LG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하고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구 회장 취임 후 LG그룹 부회장단은 6인 체제에서 3인 체제로 재편됐다가 지난해 4인 체제가 됐는데, 이 중 신학철·권봉석 부회장은 구 회장이 임명했다. ‘능동적 준비’ ‘적극적 실행력’을 거듭 상기시켜 온 구 회장이 새로운 인물을 추가로 부회장으로 발탁해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는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이 부회장단 후보 0순위로 꼽힌다. 

정 사장의 승진이 이뤄진다면 선대부터 자리를 지켜 온 권영수·차석용 부회장의 거취에 변동이 가능성이 있다. 이미 지난해 권영수 부회장이 지주사 각자대표에서 LG에너지솔루션 대표로 자리를 옮길 당시 ‘성장 사업 안정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재계에서는 ‘모종의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왔었다.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와중에 수장 교체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무엇보다 미중 갈등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친환경 규제 강화 같은 대외 변수가 커지고 있다. 때문에 전체적으로 안정을 꾀하되 대표급에서 몇몇 인물을 교체에 조직에 긴장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재무·경영 기획 영역 인재를 전진 배치하고,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차세대 통신·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발탁인사 폭을 넓힐 공산이 상당하다. LG그룹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정량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품질관리·안전환경 책임자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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