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재 공급처 포항제철소 완전 정상화까지 최소 6개월

생산차질 따른 강판 가격 상승 우려, 자동차·조선·건설 부담 증가

고환율 및 금리 인상 따른 철강 수요 하락와 겹악재

지난 10일 포항제철소 3고로가 정상가동에 들어간 모습. 사진.포스코
지난 10일 포항제철소 3고로가 정상가동에 들어간 모습. 사진.포스코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자동차·조선·건설 등 철강 고객사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고환율 및 금리 인상에 의한 수요 하락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 자재 공급처인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태풍 침수 등의 여파로 강판 가격 상승 등 악재가 더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1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침수 피해 대비 가동을 중단한 포항제철소 고로 3기를 모두 정상화했다.

포스코는 지난 10일 포항제철소 3고로를, 12일 4고로와 2고로를 차례로 재가동하는 데 성공했다. 휴풍에 들어간 지 일주일 만에 고로 3기를 모두 정상화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고로에서 쇳물을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냉연강판 등을 생산하는 후공정 설비들이 모두 침수로 파손된 상태기 때문에 정상적인 철강제품 생산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인근 하천인 냉천의 범람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압연(열과 압력을 가해 철을 가공하는 작업) 라인은 배수와 진흙 제거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인데다 제강 및 연주 설비 복구도 진행 중에 있는 만큼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제강은 고로에서 생산된 쇳물의 불순물 제거 작업이며, 연주는 불순물이 제거된 쇳물로 슬라브(쇳물이 일정한 모양의 틀에 들어간 뒤 냉각·응고돼 만들어진 덩어리)를 만드는 작업이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열연 등 철강제품 생산라인을 100% 정상 가동하는 데 길게는 6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포항제철소의 지난해 매출이 18조4947억원인 것을 고려했을 때 현재 포스코의 하루 평균 손실은 5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정상화가 더뎌질수록 포스코나 수요사들이 입게 될 손해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울산광역시 북구 소재 현대차기아 울산공장 생산라인에서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관련 없음. 사진.현대차기아
울산광역시 북구 소재 현대차기아 울산공장 생산라인에서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관련 없음. 사진.현대차기아

포항제철소의 조강 생산량은 연간 1685만톤 수준으로 국내 생산량의 35%가량을 차지한다. 제철소가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연관 산업들 역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자동차에 주로 사용되는 냉연강판은 물론 전기차 구동모터용 무방향성 전기강판 등 포항제철소에서만 생산되는 제품 역시 존재해 품귀현상 심화 및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조선업계 역시 포항제철소의 가동 중단으로 인한 조선용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생산 차질이 후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중이다.

여기에 건설현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선재 역시 생산에 제동이 걸린 상황인 만큼 건설업계 역시 포항제철소 정상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포스코는 광양제철소를 최대 생산체제로 전환해 긴급재 생산에 나서는 한편 보유 중인 재고를 고객사에 공급하기 위한 비상출하대응반을 13일부터 가동할 예정이지만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아직 큰 위기라고 보긴 어려우나 일부 포항제철소 특화 상품들의 경우 추후 품귀현상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경상남도 포항시 남구 소재 포항제철소의 야경. 사진.포스코
지난 11일 경상남도 포항시 남구 소재 포항제철소의 야경. 사진.포스코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열연강판의 국내 유통가는 지난 2일 기준 각각 톤당 105만원, 106만원이다. 이는 각각 톤당 126만원이었던 3개월 전에 비해 17%가량 하락했다.

철근의 경우 도매 현금가는 8일 기준 톤당 100만5000원으로 3개월 전보다 16.6% 내렸고, 소매가도 102만5000원으로 20만원 가량 하락했다.

철광석이나 유연탄 등 철강재 생산을 위한 핵심자재들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태라지만 이번 침수로 인한 생산차질로 완제품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

실제로 철강업계는 최근 고환율 기조와 맞물려 완제품 가격 상승 불가피성을 시사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판매점들은 9월 판매 가격을 열연 수입대응재를 기존 93~95만 원에서 97만 원으로 인상했으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경우 H형강 가격 인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3분기 국내 철강업계의 실적은 작년 동기 대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 급등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데다 이번 수해로 인해 생산능력이 급격히 떨어졌으며 포항제철소의 경우 정상화에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3일 오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73.50원으로 지난 12일 22시 기준 1387원 대비 크게 하락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역시 포스코홀딩스의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47.1% 감소한 1조6482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제철은 33.4% 줄어든 5502억원, 동국제강은 48.4% 감소한 1540억원으로 예상됐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철강사들과 하반기 후판가격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가격 동향은 현재로서 예측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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