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 급감으로 30% 이상 수익 감소

선제적 리스크 관리 일부 증권사는 선방

하반기 실적 반등 가능성 '불투명'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증권업계가 글로벌 주식시장 침체로 암울한 상반기를 보낸 가운데 선제적 리스크 해소 여부에 따라 회사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대체적으로 상반기는 하락장이 이어지면서 거래대금이 급감했고 리테일 수익도 뚝 떨어졌다. 채권 운용 손실과 수수료 수익 감소 여파가 증권사 실적의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업계는 물론 금융사 역시 위기였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IB(기업금융) 실적과 사업 다각화 등 위기관리 능력에 따라 실적도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반등 내지 역기저효과 등 다양한 전망이 혼재하는 상황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증권, 하이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도 크게 줄었다.

NH투자증권은 가장 큰 감익 폭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2219억원으로 전년 동기(5279억원) 대비 57.8% 줄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 41.2%를 차지했던 지주 내 이익 기여도도 절반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1820억원) 순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51.4% 줄어 지주 내 기여도도 15.1%에서 6.6%로 급락했다.

신한금융투자의 상반기 순이익은 1891억원으로 전년 동기(3228억원)보다 41.4% 줄었다. 1분기 투자은행(IB) 부문이 비교적 선방하면서 다른 금융 계열 증권사보다 감익 폭이 작았다. 하지만 신한금융지주 순이익이 11.3% 증가한 2조7208억원을 기록하면서 이익 기여도는 13.2%에서 7%로 급락했다. 

하나증권은 상반기 순이익 139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760억원)보다 49.6% 줄었다. 증시 침체와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IB 실적이 부진한 영향이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연결기준 2분기 당기순이익은 740억2000만원으로 전년 동기(2328억1000만원)대비 68.2%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은 1304억원7200만원으로 같은기간 53.5% 감소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AM) 부문에서는 견조한 수익을 달성했다"면서도 "단기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 운용 부문에서 손실이 발생하면서 당기순이익이 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증권사들의 2분기 실적 전망치도 부정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 삼성증권의 영업이익은 48%, 키움증권은 37%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매각·다각화 통해 실적 방어 성공

대부분 증권사가 실적 하락은 피할 수 없었지만 NH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은 IB 관련 수익과 부동산 투자 지분을 매각하며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브로커리지 수익과 WM 수수료가 전 분기 대비 각각 12.1%. 6.8% 줄었지만 비시장성 자산 평가이익과 채무보증 관련 IB 수수료 수익이 증가하며 실적에서도 선방했다.

현대차증권도 2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5%, 17.9% 증가한 487억원, 369억원을 기록하며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실적을 달성했다.

호실적 배경에는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있었다. 현대차증권은 채권 금리 상승에 대비해 채권 규모를 축소해 채권 평가 손실을 최소화했다. 실제 현대차증권의 채권잔고는 지난해 말 대비 지난 6월 말 14.2% 줄었다.

또 IB 부문에서도 분양시장 침체를 예상해 물류센터, 오피스와 같은 임대 가능 자산을 중심으로 부동산금융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현대차증권의 IB 부문 순영업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560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사진. 한국거래소.
사진. 한국거래소.

거래대금 급감이 수익 하락 직격탄

미국발 글로벌 증시 부진이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거래대금이 급감했고 이는 증권사 리테일 수익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채권 운용 손실과 수수료 수익 감소 여파가 업계 전반의 실적 지표로 번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들어 지난 26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3조1174억원으로 전년 동기 일평균 거래대금(26조3459억원)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코로나19 확산 초기(2020년 1월, 11조8836억원)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증권사 브로커리지(위탁매매) 급감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금리 상승(채권값 하락)도 수익성 악화를 야기했다.

하반기 반등 가능성 불투명

업계에선 하반기 증권사 실적에 대해 예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실적 악화에 가장 큰 원인이었던 채권 금리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연초부터 계속된 가파른 금리 상승은 채권평가손실에 대한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29일 3.009%까지 내려갔다. 지난 6월 중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3.745%까지 치솟은 이후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경기침체 가능성과 물가 정점에 대한 인식이 퍼지면서 안전자산인 채권 가격이 상승세(금리 하락)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관심이 추가 긴축보다는 완화 재개 시점에 더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증권업도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하반기도 실적 반등은 어렵다는 전망 역시 존재한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주식시장이 역대급 호황기를 맞았던 만큼 올해 역기저 효과로 인한 감익은 불가피하다"며 "가파른 금리 상승에 따라 채권평가손실에 대한 부담 또한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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