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기업 투자하며 이윤 창출

본질적 이해 상충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

서울 여의도 파크원 NH금융타워 전경. 사진. NH투자증권
서울 여의도 파크원 NH금융타워 전경. 사진. NH투자증권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증권사들이 증시 부진에 따른 거래대금 및 수수료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직접 투자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스타트업이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고수익을 노리고 있는 것. 또 국내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직접 투자에 뛰어들거나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해외 투자상품을 확대하는 추세다.

다만 증권사가 직접 투자에 참여한 기업이 상장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공모가 산정 등 이해 상충 문제도 점차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불만과 지적 역시 늘고 있는 상황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나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 등 증권사의 투자은행(IB) 부문이 고성장 기업에 직접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 6월 하나금융투자에서 사명을 변경한 하나증권은 프라이빗에쿼티(PE·사모주식) 사업본부와 전략 운용본부에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공개(IPO) 참여를 주로 진행하고 있는 PE 사업본부는 지난 2019년 반도체 후공정 업체인 네패스아크에 500억원을 투자했다. 네패스아크는 1년 뒤인 2020년 IPO에 성공했고 하나증권은 수익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3월에는 주관사로 참여했던 바이오팜솔루션즈의 프리IPO에 75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 IB 그룹도 메타버스 관련 기업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시각 효과(VFX) 기술 기업인 자이언트스텝과 로봇 기업 유일로보틱스 투자로 50% 이상의 연 환산 내부수익률(IRR)을 거뒀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3월 코스닥 시장에서 '따상'(시초가를 공모가 2배에 형성한 후 상한가)을 거두면서 한국투자증권도 수익금을 가져갔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직접 투자를 통해 수익을 거두고 있다. 실제 투자 금액도 2020년 700억원에서 2021년 860억원 규모로 확대됐으며 2020년 이후 주요 투자처는 메타버스 5건(80억원), 2차전지 친환경 관련 기업 12건(243억원), 인공지능(AI) 및 로봇 10건(195억원) 등이다.

올 상반기 동안 단일 비상장사들에 총 110억원 규모를 신규 출자한 대신증권은 올 4월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 플랫폼 '원더월'을 운영하는 노머스에 10억원을 투자했다. 더불어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 업체인 갤럭시코퍼레이션에도 10억원을 출자했다.

KB증권은 중고차 원스톱 상품화 플랫폼 스타트업에 10억원을 출자했다. 체카는 높은 품질의 중고차 거래를 보장하는 플랫폼 '레몬'을 7월 출시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NH투자증권도 IB사업부의 규모를 점차 키우며 내부 확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IPO를 대표 주관하는 회사를 실사하는 과정에서 직접 투자를 결정하고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IPO)' 참여도 직접 추진하고 있다.

최근 NH투자증권은 바이오 업체 GI이노베이션에 신기술조합을 통해 360억원을 투입했으며 프롬바이오와 루미르에는 20억~30억원 수준의 자기자본 투자(PI)를 진행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올 2분기 15억원 규모를 투자한 트리즈커머스는 인플루언스 전속 계약 제도를 활용해 커머스 부문에서 높은 수익성을 창출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 2015년부터 연평균 10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GIB(글로벌&그룹 투자은행) 조직을 중심으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또는 잠재 유니콘 단계 기업에 200억~500억원 규모 투자를 진행해왔다.

증권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성장성이 튼튼한 비상장사에 대한 장기 투자를 통해 보다 높은 이윤을 추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 '글로벌 X ETF랩'. 사진.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 '글로벌 X ETF랩'. 사진. 미래에셋증권.

국내 경험 바탕으로 해외 투자도 활발

해외 투자와 관련 투자상품 판매 역시 활발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초 유럽 사모펀드 PAI파트너스와 손잡고 북미 냉장 오렌지주스 시장점유율 1위 브랜드 트로피카나 인수금융에 국내 금융회사 중 유일하게 공동대표 주관사로 참여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해외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테마형 '글로벌 X ETF랩'을 운용 중이다. 메리츠증권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함께 해외주식 차액결제거래(CFD) 고객을 늘리기 위한 이벤트에 돌입했다.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이해 상충 관련 비판도 이어져

주식 시장 불황이 이어지면서 직접 투자와 상장 주관으로 증권사의 수익은 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마냥 곱지만은 않다. 투자한 기업을 상장시킨 만큼 공모가 산정 등 이해 상충 문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과 하나증권 등은 일부 기업의 프리IPO 투자를 통해 회사 지분을 인수하고 상장 주관을 맡아 IPO를 진행했다. 이후 한국투자증권은 투자 2년 만에 50억원의 매각 차익을 얻었으며 하나증권 역시 4077원에 샀던 주식을 5만원~8만4000원에 팔아 매각 차익을 남겼다.

또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오아시스마켓의 주관사로 나서 각각 50억원씩 지분투자를 결정했다.

업계에선 수수료와 투자 수익 등 기업 간 서로 연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지분 투자를 진행한 증권사가 상장 주관을 맡다 보니 공모가 산정 등에 관여할 수 있고 결국 이해상충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일부 투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일부 누리꾼이 이러한 증권사의 투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증권사가 투자를 먼저 진행하고 이득을 얻은 뒤 바로 주식을 파는 건 결국 '개미 털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도 "자기매매와 기업금융 업무에 속하는 주관사 업무를 겸용하게 되면 본질적으로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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