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전산장애 민원 전년비 4배 증가

증권사 '제각각' 보상으로 투자자만 피해

가이드라인 만들고 적절한 보상 이뤄져야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금융투자업계 비대면 시스템 활성화로 전산장애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의 '제각각' 보상 가이드라인이 투자자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각 증권사마다 보상기준과 금액이 모두 상이하다보니 투자자들은 증권사의 이득에 따라 수시로 기준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이에 증권사들은 피해 규모, 방식이 다르고 피해 투자자마다 상황이 달라 이에 맞춰 내부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만 반복하는 중이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0대 증권사 총 민원건수는 661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1458건) 353.6% 증가했다. 특히 전산장애 관련 민원이 92.7%(6128건)에 달했다. 상품 관련 민원 108건(1.6%), 매매 관련 민원 86건(1.3%), 기타 292건(4.4%)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별 민원 건수는 △미래에셋증권 67건 △한국투자증권 33건 △NH투자증권 74건 △KB증권 121건 △삼성증권 18건 △키움증권 55건 △신한금융투자 173건 △하나증권 64건 △메리츠증권 14건 △대신증권 585건 등 총 1204건으로 집계됐다.

민원의 대부분은 HTS·MTS 장애와 관련한 민원이다. '내부통제·전산장애' 유형의 민원이 전년 동기보다 두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펀드·주식매매·신탁 관련 민원은 감소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증권사 전산장애의 대부분은 LG에너지솔루션,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대어급 공모주 청약·상장 과정에서 투자자가 몰리며 발생했다.

비대면 시스템이 활성화되면서 HTS·MTS 서비스 관련 장애도 크게 늘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29개 증권사에서 발생한 HTS·MTS 서비스 장애는 총 1136회로 집계됐다. 5년 전보다 16배가 늘었고 1년 평균 227회가 발생했다. 피해액도 총 268억원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이 게시한 사과문. 사진.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게시한 사과문. 사진. 한국투자증권.

보상 기준 다 달라 투자자만 '분통'

문제는 이러한 전산장애에 대해 각 증권사마다 보상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 한 증권사라도 사안에 따라 적용되는 보상 기준이 바뀌면서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의 불만만 키우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페이 상장 당시 유사한 시간대에 전산장애가 발생했던 삼성증권과 대신증권은 보상 기준가를 다르게 계산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전산장애 발생 시간 중 최고가를 기준으로 보상액을 책정했고 대신증권은 총거래량과 거래가액을 가중평균해 계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사안에 따라 다른 보상안을 적용한 바 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카카오뱅크 관련 전산장애 때는 최고가를 기준으로 보상액을 책정한 반면 지난달 발생한 전산장애 보상 기준을 살펴보면 가중평균액이 적용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증권사별 '제멋대로' 보상에 대해 사안의 중대성을 판단하거나 보상액을 책정하는 내부 규범이 증권사마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증권사마다 내부 규정이 있지만 개개인의 모든 사정을 적용하기엔 어렵다"며 "결국 전체적인 가이드라인에서 최대한 맞는 보상안을 찾아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전산장애가 발생했을 때 투자자가 직접 조치를 하고 이를 증권사에 통보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투자자들은 서버 장애 발생하는 시간 동안 거래 시스템에 로그인하려는 기록이나 매도 가능한 화면을 캡처해서 증거로 남겨야 한다. 만약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면 향후 증권사를 상대로 소송에 돌입하더라도 손해를 입증받기가 어렵다.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의 일부 유저들은 "증권사들은 전산장애가 발생할 경우 대체주문수단을 활용하고 반드시 주문기록(거래 시도 내역)을 남겨야 보상이 가능하다고 강조하지만 보상액은 증권사의 내부 규정을 핑계로 매번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무조건 만들어야…

금융소비자 10명 중 6명은 시중에 있는 증권 앱을 최소 1개 이상 설치할 정도로 주식 투자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증권사마다 '제각각' 보상기준에 제대로 된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면서 금융투자업계 안팎으로 전산장애 보상안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폭증하는 증권사 HTS‧MTS 서비스 장애 건수에 비해 증권사들이 서비스 개선을 위해 투입하는 비용은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홍석국 의원이 "손해배상의 기준과 범위 등이 명확한 규정이 없어 개별 증권사별로 상이한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며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자는 내용이 담긴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계류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 없이 증권사에만 맡긴다면 결국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드는 것"이라며 "금융당국과 증권사 모두 함께 나서 제대로 된 보상 방안이 나와야 투자자들 역시 안심하고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