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ESG 전문가 4인이 말하는 행동주의펀드 역할과 방향
주주가치 훼손 기업에 권리 행사·소액주주 목소리 대변
장기투자·ESG 주주제안.."행동주의 성공사례 늘어날 것"

올해 주주총회에서 단연 돋보인 건 행동주의펀드입니다. 오스템임플란트, KT&G, 태광산업, 에스엠엔터테인먼트(SM) 등 주주가치 관련 이슈가 있는 기업의 주총 현장에 등장해 대주주와 경영진을 성토하고 주주의 몫을 요구한 토종 행동주의펀드를 시장에서는 'K 행동주의펀드'라고 부릅니다. 이들의 '주총장 습격사건'은 대부분 실패로 끝나 '찻잔속 태풍'이 되고 말았지만 시장에 남긴 족적은 적지 않습니다. 우선 K 행동주의펀드의 활약으로 후진적 지배구조로 대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개선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의 불씨를 봤다는 투자자도 있고, 해외로 눈돌리고 있는 국내 2030 투자자의 발길을 국내로 유턴시키는데 일조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나옵니다. 데일리임팩트는 이들 K행동주의펀드의 움직임을 6차례의 기획기사로 정리했습니다.

디자인 = 김민영 기자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토종 행동주의펀드가 더 많아지고, 더 다양하게 활동해야 한다"

여의도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국내 자본시장에는 상장사인데도 불구하고 최대주주 이익만 고려하는 기업이 아직도 많다. 이 때문에 국내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지배구조 리스크'(또는 오너 리스크)가 많은 상장사를 외면하는, 그래서 주가가 저평가되는 코리아디스카운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비판에서 비롯된 자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주주환원과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춘 행동주의펀드들의 주주 활동이 E(환경), S(사회) 제안으로까지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국내 토종 행동주의 펀드들의 성장을 위한 역할과 방향성에 대해 국내 금융·경제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주주가치 훼손 기업 수술하는 의사".."자금·분석력 갖춘 행동주의펀드 늘어야"

전문가들은 행동주의펀드를 주주 가치 훼손 기업을 치료하고 수술하는 '의사'에 비유하기도 했다.

김규식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행동주의펀드는 기업이 주주권리를 침해하거나 주주환원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적 권리를 행사하는 기관투자자"라며 "기업의 병리적 현상을 치료하고 수술하는 의사와도 같다"고 말했다.

또한 김 회장은 KCGI의 대한항공, 얼라인의 SM 주주활동의 성공사례가 소액주주들의 주주활동을 부추기는 '촉매제'가 됐다고 평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과거에는 소수 지분으로 주주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고정 관념이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얼라인, KCGI 등 행동주의펀드들의 성공 사례가 생기면서 소액주주들도 연대해 주주권리를 행사하는 움직임이 부쩍 늘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의무공개매수, 증거 개시, 집단소송 등 주주권리 보호 제도가 마련된다면 행동주의펀드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회장은 "국내 행동주의펀드의 성공 사례는 SM과 오스템임플란트와 같이 지배주주들의 사익편취를 막아 성공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주주권리 보호 제도가 마련된다면 기업분할과 M&A 등 지배주주가 소액주주 지분을 희석하려는 시도에도 행동주의펀드의 입김이 강해질 수 있고, 이는 곧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견했다.

이주선 기업&경제연구소장은 "여전히 국내엔 지배주주나 특정 주주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폐쇄적인 기업이 많다"며 "자금력과 뛰어난 분석 능력을 가진 토종 행동주의 펀드들이 늘어나 소액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기업을 견제하고 궁극적으로 주주환원을 제대로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소장은 “행동주의펀드들의 역할은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기업이 가진 문제점을 근거와 논리를 갖고 지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투자와 주주 관여 중요".."재무성과·투자리스크 관련 ESG 안건 제안도"

행동주의펀드들이 장기투자 관점에서 투자 기업에 접근해야 하고,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관련 주주 제안에 나설 시 더 많은 성공사례를 발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각국의 ESG 공시 의무화에 따라 기후 리스크는 기업의 비용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행동주의펀드들은 투자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 감축 방안, 석탄·LNG 발전소 등 좌초 자산에 대한 대체 재원 마련과 같은 잠재적인 부채 관리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아직은 이해관계자 간 견해가 다른 ESG 사안도 많고, 왜 중요한 문제인지부터 기업의 인식이 부족하기에 대화와 소통을 통한 관여(engagement)활동이 중요하다"며 "특정 ESG 현안이 어떻게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이를 회복할 수 있을지 근거와 논리를 갖고 기업과 대화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행동주의펀드들이) 기업에 ESG와 같은 장기적인 기업가치 향상이 단기적인 성과 못지않게 중요한 의제라는 것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행동주의펀드의 순기능이 강화되려면 장기투자가 전제돼야 하고, 이 같은 전제에서 투자 기업의 장기 번영 청사진과 로드맵, 전략 등을 제시해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을 갖고 상당 기간 투자 기업과의 비공개 대화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장기투자로 갈수록 기업 ESG 성과와 비즈니스 경쟁력, 장기적 재무성과 간에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행동주의펀드들이 ESG 이슈로 주주 활동에 나선다면,  장기투자를 위해 ESG 전략을 도입한 블랙락, 주요 연기금, 국부펀드들도 이를 지지 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 류 대표는 “행동주의펀드들이 온실가스 감축, 작업장 안전 문제 등 ESG 주주 제안에 나선다면 ESG 전략을 도입한 연기금 등 타 기관투자자들도 이에 동조할 것이고, 이는 곧 행동주의 투자의 성공과도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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