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 성향 키워온 불안정한 근무제 원인
카카오 측 침묵…IT업계 노사갈등 비화 우려

카카오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의 연도별 노조단체 가입률을 나타낸그래프. 그래프.카카오 크루유니언
카카오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의 연도별 노조단체 가입률을 나타낸그래프. 그래프.카카오 크루유니언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소통 부재에 따른 카카오 노사갈등이 장기화 될 전망이다. 

사측의 근무형태 전환을 놓고 노동조합 측에서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전체적으로 곪아온 문제들이 카카오 노사갈등이라는 형태로 터진 만큼 조기봉합이 어렵고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2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노조인 크루유니언에는 현재 카카오 본사 직원 3603명 중 절반 이상인 1900여명이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크루유니언은 지난 2018년 100명에서 시작돼 2021년 10배인 1000명으로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노조 가입률이 늘고 있는 게 카카오 직원들이 재택근무 대신 사무실 출근을 전달받은 것이 원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젊은 MZ세대들은 재택근무를 복지로 생각하는데 이를 축소한다는 점에 대해 반발한다는 것이다.

앞서 서승욱 크루유니언 지회장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근무제도 변화로 인해 노조 가입자가 빠르게 증가한 것은 맞다"라며 "회사의 인수합병 반복과 1년에 4 차례의 근무제 변경으로 근로 환경이 불안정해졌고 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직원들이 노조에 기대하는 바가 커졌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IT 업종은 그간 노조와는 거리가 멀었다. 일반회사와는 달리 업무가 프로젝트별로 진행되고 개별간 경쟁도 심해 자신의 임금이나 성과급을 더 우선하는 개인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공동체 보다는 나를 중시하며 회사의 처우가 낮으면 더 나은 곳으로 쉽게 이직하는 등 조직에 대한 충성도도 높지 않았다. 그러던 IT 업계에 노조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2018년부터다.

카카오 노조가 결성된 2018년 네이버와 넥슨도 노조를 결성했다. 지난 2021년에는 한글과컴퓨터도 노조를 만들었다. IT 업계 노조 가입자 수는 해마다 증가해 카카오 및 한글과 컴퓨터의 경우 50%에 육박하고 있다. 네이버는 40%대, 넥슨은 35%대의 가입률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의 경우 전체 노조의 50%가량을 차지했던 본사 조합원은 30%대로 줄고 다른 8개 카카오 계열사들의 노조 가입률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 경영진의 블록딜 시행에 따른 투자자 손실과 골목상권 침범에 따른 정부와 국민의 불신, 데이터센터 화재에 대한 미흡한 대응 등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조의 대형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IT 업계는 자회사 분사나 사업 및 조직 개편이 잦다. 개발자들은 이에 따른 구조조정과 고용 불안에 늘상 시달린다. 실제로 카카오 노조 역시 불안한 근무환경을 노조 확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일년간 8번의 발령을 받아 새로운 환경에서 일해야 했다"라며 "과도한 조직개편으로 한 곳에서 꾸준히 성장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내가 받는 평가 역시 제대로 된 건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야간 노동 및 장시간 노동 등도 노조 확대의 원인이다. 프로젝트의 마감시한에 맞추느라 장시간 근로가 자주 발생하는 IT 업계는 인건비를 억제하기 위해 포괄임금제를 실시하고 있다. 서 지회장은 간담회에서 크루유니언의 주요 성과로 포괄임금제 폐지 등을 꼽기도 했다.

즉, 그동안 누적돼 온 문제들이 이번 근무제 전환 이슈로 한꺼번에 터졌다는 의미다.

카카오 노조는 올해 9개의 법인 중 카카오·엑스웰게임즈·카카오엔터프라이즈·카카오뱅크 등과 4회의 단체교섭을 앞두고 있다.

서 교수는 "카카오는 당분간 노조의 적극적 경영 개입을 통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