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일방적으로 4차례 근무제 변경…조직 내 불안감 증폭
회사에 대한 내부 신뢰 훼손…"책임있게 역량 펼칠 환경 갖춰져야"

서승욱 카카오노조 지회장이 17일 카카오노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황재희 기자.
서승욱 카카오노조 지회장이 17일 카카오노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황재희 기자.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재택근무를 요구하려고 노조 가입이 50%로 증가한 게 아니다. 근본 원인은 카카오 정신의 약화, 그리고 리더십의 부재가 구성원들의 불안감을 불렀다."

최근 불거진 카카오 노사 갈등은 '최고 경영진이 자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잦은 조직 개편, 근무형태 변경에 대한 피로감과 불안감이 누적됐다는 것. 그럼에도 경영진이 조직의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카카오 노조의 입장이다.

카카오 노조는 회사에 선결 과제로 리더십과 조직 안정화를 요구하면서 투명한 제도를 마련하고 내부 소통을 강화하는 등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라고 요구했다. 

17일 카카오 노조인 크루유니언은 판교 아지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크루유니언 책임과 약속2023'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간담회에서 노조 측은 '경영진과 대화를 원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승욱 지회장은 "단지 재택근무제를 요구하기 위해 노조 가입이 10%에서 50%로 증가한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서 지회장에 따르면, 조합원 수가 2018년 100명에서 2019년 400명, 2021년 1000명으로 늘었다. 카카오 본사를 포함해  카카오뱅크·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페이·카카오모빌리티 등 9개 법인을 통틀어 전체 조합원 수는 4000명에 이른다. 2021년과 비교하면 4배 가량 늘어난 셈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계열사 조합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 지회장은 "개별 공동체 가입률도 30%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전체 조합원 중 본사 근무자가 50% 이상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1~2년 사이 계열사 가입률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2021년 12월, 2022년 6월에는 가입률이 치솟았다. 이를 두고 서 지회장은 "노조 가입률 급증이 근무제 변경 때문이 아니라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서 지회장이 지적한 두 시기는 카카오 내부 반발이 거셌던 때다. 2021년 12월에는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블록 딜로 먹튀 논란이 불거졌고, 2022년 6월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으로 '꼬리 자르기'라는 불만이 터졌다. 카카오는 경영진을 교체하고 주식매수청구권 등에 대한 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컨트롤타워격인 공동체얼라이언스센터를 세워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카카오 직원들이 17일 오전 8시 30분 카카오 판교아지트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 황재희 기자.
카카오 직원들이 17일 오전 8시 30분 카카오 판교아지트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 황재희 기자.

그럼에도 카카오 내부에서는 여전히 불안감이 감돈다. 카카오가 남궁훈-홍은택의 투톱 체제로 리더십을 교체한 뒤에도 노조 가입률이 증가했다. 서 지회장은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회사의 인수합병 반복, 근무제의 잦은 변경으로 근무 환경이 불안정해진 데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쌓였다"면서 "특히 과도한 조직 개편으로 경영진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고 했다. 

노조에 따르면 카카오는 1~2년 사이 수차례 근무제를 바꿨다. 지난해 4월 유연근무제 2.0을 시행했다. 개발, 디자인 등 굵직한 CXO 조직 단위로 개편하고, 근무형태를 온사이트와 리모트 근무 중에서 선택하도록 했다. 그러나 근무제 변경에 앞서 사실상 모든 조직이 온사이트 근무제를 택해, '구성원의 의사를 반영하겠다'는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 

지난해 7월에는 메타버스 근무제를 예고하기도 했다. 음성 연결을 통해 장소에 관계없이 업무를 보도록 하겠다는 것. 대신 근무 효율성을 이유로 특정 시간에 집중적으로 근무하는 코어타임을 도입했다. 서 지회장은 "내부에서 '유연근무제를 제한한다'는 반발이 높았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메타버스 근무제가 대외적으로 알려지고 입방아에 오르자, 카카오는 근무제 변경 예고 한 달 만에 파일럿 근무제로 다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코어타임은 유지하되, 상시 음성 연결은 철회한 형태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는 '효율성'을 우선했다. 아예 오피스 설계를 원격업무를 기준으로 바꾼 것. 이동좌석을 도입하고 구내식당을 축소하는 한편, 격주 놀금을 시행했다. 다만 카카오 계열사에서는 메타버스 근무제가 시범 운영됐다. 

파일럿 근무제도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카카오온(ON) 근무제 도입을 공식화 했다. 사무실 출근을 기본으로 한다는 게 가장 큰 변화다. 3~5명 단위의 조직별로 '최적의 근무형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면 출근제와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구성원들의 '자율성과 휴식권 강화'는 퇴보했다. 격주 놀금은 월 1회로 축소됐고, 메타버스 근무제는 폐기됐다. 

수 차례 근무형태와 이에 따른 업무 방식을 바꾸는 동안, 직원들은 적응하는 데 급급했다는 전언이다. 서 지회장은 "1년 동안 카카오의 근무제와 방향성이 수 차례 바뀌었다"며 "내부 구성원들조차도 바뀐 근무제의 상세한 내용과 배경에 대해 전부 이해하지 못할 정도"라고 전했다. 카카오 노조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실제로 1년간 8번이나 이동을 한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노조 크루유니언은 지난 2018년 조합원 100명에서 시작해 2023년 1월 4000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사진은 카카오노조 기자간담회 발표자료. 사진. 황재희 기자.
카카오노조 크루유니언은 지난 2018년 조합원 100명에서 시작해 2023년 1월 4000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사진은 카카오노조 기자간담회 발표자료. 사진. 황재희 기자.

문제는 근무제를 바꾸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스타트업식의 기업 문화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유연한 조직, 활발한 내부 소통을 통해 '대기업과는 다른 조직문화를 확립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근무제 변경은 갑작스럽게 결정됐고, 유예기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됐다. 카카오온 근무제를 발표한 시점은 지난해 12월. 올 1월부터 시행하는 근무제를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공지했다. 

잦은 조직 개편과 사측의 일방통행식 태도보다 우려스러운 건 리더십의 부재다. 서 지회장은 " 정례적으로 운영되던 타운홀 미팅 횟수가 감소해왔고 온라인 미팅 또한 원활하지 못했다"며 "경영진이 크루들의 문의에도 답변을 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8~2019년부터 반복되는 인수합병으로 내부 직원들에게 불안한 근무 환경이 조성됐다"며 "(그럼에도) 경영진의 책임감 부족 등 리더십 부재가 나타났다. 불안정한 환경에서 내부 구성원인 크루들과의 소통 부재, 신뢰 부재가 누적된 결과, 노동조합이 회사를 견제하게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 노조는 리더십 안정화를 선결과제로 꼽으면서, 임원 역량 평가에 대한 제도화, 경영진 범위 명확화를 요구했다. 특히 비등기 이사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서 지회장은 "일부 카카오 공동체 CXO 들까지 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있다"라며 "비등기 이사의 경우 경영진과 같은 권한을 사용하지만 정작 책임에서는 벗어나 있는 구조가 문제가 된다"고 꼬집었다. 

또 △크루들의 동의 절차를 통한 근무제도 안정화 △조직개편에 앞서 절차적인 부분의 명확한 고지 △법인 간 이동제도에 대한 제도화 △통합 교섭 확대 등을 함께 요청했다. 조직 개편 시, 내부에서 업무 전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들고 업무 이동이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게 제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근무제와 관련해서 자체적으로 원격업무와 재택근무에 대한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근무제 안정화를 위해 해당 연구 결과는 오는 3월 초 발표할 예정이다.   

카카오 노조는 단체교섭에도 나설 방침이다. 카카오 본사 조합원만 1900여명으로 현행법상 과반 달성은 확실시 되고 있다. 단, 노조법상 과반과 등기법상 과반의 기준이 다른 만큼, 이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 서 지회장은 "지금 명확히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현재 추세로는 (근로기준법상 과반 노조) 가입률도 어느 정도 임박한 상황"이라며 "계열사 내에서도 임금 격차가 큰 만큼 최저 임금 인상을 단체교섭의 중요한 아젠다고 꼽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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