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美 CES 점령한 전기 모빌리티
IRA 및 커지는 中 위협, 쉽지 않은 한 해
관건은 완성차·배터리 합종연횡…신기술 개발도 중요

BMW가 2023년 1월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3에서 공개한 콘셉트 모델 ‘BMW i 비전 디(BMW i Vision Dee)’. 사진.BMW코리아
BMW가 2023년 1월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3에서 공개한 콘셉트 모델 ‘BMW i 비전 디(BMW i Vision Dee)’. 사진.BMW코리아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최근 폐막한 미국 'CES 2023'의 주인공은 전기자동차였다.

국내외 주요 완성자동차업체들은 앞다퉈 전기차를 선보였고 배터리 및 빅테크 등 주변 업계들 역시 관련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내연기관차에서 미래먹거리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 완성차·배터리업계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완화될 기미를 보이곤 있으나 완전한 개정은 요원한 데다, 이로 인해 높아진 중국의 미국 시장 침투 가능성은 물론 경기 침체·공급 과잉 등에 의한 전기차 수요 부진 위험까지 대두되며 불안정한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이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수단 중 하나가 전기차라는 큰 대전제 아래 업계간 합종연횡이다.

9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최근 열린 CES에서는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물론 부품·배터리 업체등이 대거 출전해 전동화 관련 기술을 선보였다.

BMW는 지난 4일 기조연설 행사에서 전조등과 그릴 모습을 변화시켜 인간과 유사한 표정을 짓는 중형 전기차 세단 ‘디’(Dee)를 공개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회 충전에 1200km 주행이 가능한 12km 전비를 갖춘 전기 콘셉트카 ‘비전 EQXX’ 등으로 시선을 모았다.

부품 기업에서 ‘통합 플랫폼 전문기업’으로의 변화를 선언한 현대모비스는 4개 바퀴가 독립적으로 구동되는 전동화 자율주행 콘셉트카 ’엠비전 TO’를 공개했다.

SK온은 현존 최고 성능의 전기차 배터리인 NCM9+과 급속충전(SF) 배터리를 내놓았다. 특히 SF배터리의 경우 급속충전을 할 경우 배터리 수명이 단축되는 문제를 크게 개선하며 이번 CES에서 국내 업계 최초로 내장기술 분야 ‘최고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비 완성차 업체들에서도 전기차 및 관련 기술을 다수 선보였다. 일본 소니는 혼다와 합작한 첫 번째 전기 콘셉트카인 ‘아필라’를 공개했다. 구글은 볼보의 차량에 차선, 표지판 정보 등 데이터를 토대로 운전자 지원시스템(ADAS)을 향상시키는 고정밀(HD) 지도 시스템을 탑재할 것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전용 전기자동차 아이오닉 6.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전용 전기자동차 아이오닉 6. 사진.현대자동차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부상과는 별개로 현대자동차그룹과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신년에도 여전한 IRA 여파와 커지는 중국 기업들의 위협 등과 싸워야 할 전망이다.

지난 29일 미국 재무부는 오는 3월 발표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추가 지침을 안내하며 IRA 핵심인 북미 최종 조립 규정 변경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IRA는 북미 지역에서 최종적으로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이 지급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는 만큼, 아이오닉 5와 기아 EV6 등 대다수의 차량이 국내에서 조립·수출되는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최대 7500달러(965만원)에 달하는 세액공제 혜택에서 여전히 제외된 상태라는 뜻이다.

미 재무부는 이날 △상업용 렌트 및 리스 자동차 보조금 지급 △미국 FTA 미체결국 배터리 및 광물도 미국 FTA 체결국에서 50% 이상 부가가치 창출 시 보조금 지급 등의 혜택을 내놓았으나 업계에서는 최종 조립 규정 변경 만큼의 위력은 없다는 반응이다.

또한 배터리 업계 입장에서는 새로 추가될 예정인 부품 별 북미 제조·조립 비율 및 핵심 광물 추출·가공 비율 혜택이 한국 뿐 아니라 전기차 분야 최대 경쟁상대인 중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 역시 우려스럽다.

당초 북미 또는 미국 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한 광물로 한정됐던 IRA 규정이 다소 완화되며 중국 기업이 중국산 배터리에 쓰이는 광물을 공급하고 배터리 셀 제조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비록 미 재무부가 일부 국가에서 생산 배터리와 핵심 광물이 포함된 차량(내년 12월 31일 이후 출시등록 차량 해당)은 혜택에서 제외키로 하며 사실상 해당 국가가 중국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거센 상황이지만, 아직 미 재무부에서 이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인 만큼 중국 업체들에도 아직 여지는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현재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은 포드와 협력해 미국에 배터리 공장 합작 건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29일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 교환식에서 김흥수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 미래성장기획실장∙EV사업부장 부사장(왼쪽)과 SK온 최영찬 경영지원총괄(오른쪽)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지난 11월 29일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 교환식에서 김흥수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 미래성장기획실장∙EV사업부장 부사장(왼쪽)과 SK온 최영찬 경영지원총괄(오른쪽)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이에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대세화에 발맞춰 국내외 배터리 업계와 공급 계약을 확대하는 한 편 자율주행 등 신사업에도 투자하며 전동화 및 모빌리티화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는 SK온·LG엔솔과, 해외에서는 CATL 등과 협력을 진행중이다. 특히 현대차는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84만대 판매 등의 목표를 세운 만큼 원활한 생산·공급을 위해서는 현지에서의 배터리 수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미국 조지아주 정부는 현대차그룹과 SK온이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오는 2025년까지 배터리 합작 공장을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조지아주 서배나에 설립될 현대자동차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또 현대차그룹은 LG엔솔과도 미국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LG엔솔과 11억달러(1조2800억원)를 들여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또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작년 12월 쩡위췬(曾毓群) CATL 최고경영자(CEO)와 한국에서 만남을 가지며 향후 중국 시장을 포함해 미국 외 시장에서 판매되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에 CATL의 배터리 탑재 강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현재 최근 두 번째 전기트럭인 마이티 일렉트릭에 CATL의배터리를 탑재해 호주와 뉴질랜드 중에 1분기 중에 출시 예정이다. 지난 해에는 기아 니로 EV에도 CATL 배터리를 탑재하기도 했다.

또한 현대차는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모셔널에 투자하며 올해 올해 연말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로보택시 상용서비스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시작할 예정이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은 도심 등 특정 환경에서 사람의 개입없이 주행이 가능한 완전자율주행에 해당한다.

강병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올해도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계속될 것”이라며 “중국의 코로나 심각성과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확실성이 있어 해외 각 지역 판매자들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시장은 정책적으로 밀어주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성장은 보장돼 있다 본다”라며 “배터리 업계의 성적의 경우 완성차 고객사들의 판매량에 따라서도 변동이 있을 듯 하다”라고 전망했다.

삼성SDI는 지난 3월 수원에 위치한 SDI연구소 내에 약 2000 평 규모의 전고체 전지 파일럿 라인(S라인)을 착공했다. 사진.삼성SDI
삼성SDI는 지난 3월 수원에 위치한 SDI연구소 내에 약 2000 평 규모의 전고체 전지 파일럿 라인(S라인)을 착공했다. 사진.삼성SDI

배터리 3사 역시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폐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등 신사업을 함께 준비중이다.

LG엔솔은 지난 해 합작사를 만들 것을 발표했던 도요타와 합작사 설립 대신 공급 계약으로 협력형태를 변경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올해 1분기내로 협력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도요타가 LG엔솔이 미국 미시간주에서 생산중인 파우치형 배터리를 북미 시장용 전기차에 탑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지난 12월 올리버 집세 BMW 회장과 한국에서 회동한데 이어 이번 CES 2023 행사장에서도 재차 만나며 협력을 공고히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SDI는  향후 BMW가 자체 개발 중인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에 자체개발한 6세대 원통형 배터리 셀을 탑재할 예정이다.

국내 배터리 3사의 배터리가 장착된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신차들 역시 출격을 대기 중이다.

이외에도 포드는 SK온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 픽업트럭 2023년형 F-150 라이트닝을, 제너럴모터스(GM)는 LG엔솔의 배터리를 탑재한 허머 EV와 실버라도 일렉트릭 등 주요 신차들을 출시할 예정이다. LG엔솔의 경우 애플과 협력해 ‘애플카’를 만들 수도 있다는 가능성 역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또한 폐배터리 시장의 경우 배터리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급부상하는 친환경 이슈는 물론 중국 코로나 대유행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 원자재 수급난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의 가치가 수직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폐배터리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 6조원에서 2040년 66조원으로, 2050년에는 최대 6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오는 2025년부터로 예상되는 폐배터리 대량 발생 시점에 맞춰 배터리 제조사가 생산 능력을 갖추고, 완성차 기업과 폐차 사업자 등 관련 업계 전반에서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꿈의 배터리로 일컬어지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 선점 역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일반적인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이 들어가는 전고체 배터리는 충격에 강하고 화재 가능성이 낮은 데다 높은 에너지 밀도로 주행거리가 획기적으로 상승한다. 충전 속도도 크게 개선된다.

삼성SDI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개발이 어느 정도까지 완료됐다 말하기는 어렵다”라며 “하지만 개발은 계속 진행 중이며 오는 2025년까지 중대형 기반 시제품을 만든 뒤 2027년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엔솔 관계자는 “우리 뿐 아니라 타사 역시 전고체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며 “시장에 얼만큼의 파급력을 불러일으킬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계속해서 기술 및 연구개발을 이어오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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