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돌파구 마련 위한 경영 혁신 집중
보험·카드사 '디지털 전환' 한 목소리
'투자'보다 '절감' 속 '허리띠 졸라매기'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 새해, 전 세계는 코로나19의 위협에서 조금씩 벗어나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국내 기업들에게도 새 도약을 위한 대전환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경제 침체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경제 전망 역시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깊은 침체기에 빠졌단 평가를 받고 있는 보험·여전사 등 제2금융권도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다양한 생존전략을 짜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업에서 벗어나 '생존'에 방점을 찍은 경영 혁신이 필요한 시기다.

올해 2금융권의 공통된 숙제는 '디지털 전환'이다. 비대면 시대를 넘어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 확대와 역량 강화 등 전략 마련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2금융권 수장들 역시 위기 극복을 위한 몸집 줄이기에 집중하면서도 빠르게 변해가는 산업에 맞추기 위해 '디지털화'에 힘을 쏟겠다는 뜻을 밝혔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보험사는 성장보단 생존에 초점을 맞추고 올 한해를 맞이했다. 보험을 해약하거나 보험료를 미납하는 사례가 늘면서 유동성 위험이 커졌고 퇴직연금 갱신과 저축보험 고금리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자금 유출도 늘었다.

채권을 팔고, 단기차입 한도를 늘리는 등 작년이 자금 확보에 치중했던 시기였다면 올해는 효과적인 경영을 통한 자금 지키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는 그간 해왔던 전통적인 보험 판매 방식보단 혁신을 통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혁신을 위한 저변 확대를 '디지털 전환'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전희수 생보협회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보험업 전 영역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규제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보험사들은 디지털 조직 정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1일 출범한 KB라이프생명은 디지털, 데이터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DT본부를 신설하며 디지털 전환(DX)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신한라이프도 최근 정보통신기술(ICT)과 디지털 경쟁력 극대화를 위해 DX그룹을 신설했고 교보생명 역시 작년 12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등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는 그룹데이터전략팀을 신설했다.

KB손해보험은 고객·상품·채널(CPC) 운영체계 실행력 강화를 위해 CPC디지털부문을 새롭게 만들었고 현대해상은 2019년 디지털기획파트를 만든 데 이어 인슈어테크 등 미래 먹거리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신성장파트를 신설했다. 삼성화재도 디지털 사업 추진력을 높이기 위한 조직개편을 일부 단행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디지털 전환이 보험업계 화두인 만큼 빠르게 조직을 재정비하고 관련 투자를 이어 나가는 게 업계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오픈페이' 등 디지털 전환으로 변화 모색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사 역시 '디지털'과 '데이터'를 생존 키워드로 잡고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카드업계에 큰 영향을 끼칠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카드사들은 '오픈페이' 등을 내놓으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픈페이는 신한·KB국민·롯데·하나·우리·NH농협·비씨카드 등 삼성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가 함께 만든 간편결제 서비스다.

또 '디지털 전환'을 넘어 데이터 산업으로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는 카드사들은 신성장동력이자 미래 수익원으로 '데이터' 사업을 지정하고 경쟁에 돌입했다.

최근 데이터 전문기관에 신한·삼성·BC카드 등 주요 카드 3사가 지정되면서 카드사들이 데이터 전문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데이터전문기관은 기업들의 신청에 따라 가명 처리된 데이터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결합해 주는 기관이다.

카드사들은 그간 쌓아온 데이터 분석 능력을 활용해 마케팅 등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도 도모할 예정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새로운 먹거리로 '데이터'를 선정하고 관련 업종과의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일부 카드사가 데이터 전문기관에 선정된 만큼 데이터 산업이 더욱 빠르게 자리를 잡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 역시 신년사를 통해 여신업계의 자금조달 경로 활성화는 물론 디지털 사업 정착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달 1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11회 여신금융포럼'. 사진. 여신금융협회.
지난달 1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11회 여신금융포럼'. 사진. 여신금융협회.

투자보다 '절감'이 키포인트

다만 일각에선 올해 위기 극복을 위해선 투자보단 '절감'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유동성 위험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자금 확보가 우선이라는 것.

2금융권 역시 이러한 지적에 공감하며 연초부터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단기차입 한도를 늘리고 조 단위 채권을 내다 파는 것은 물론 보험료·연회비 등을 낮추며 고객 잡기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월별 보험사 채권 순매도 규모는 9월 6317억원, 10월 2조2319억원, 11월 3조5534억원으로 석 달 새 약 7조원을 팔아 현금화했다.

단기차입 한도도 늘리고 있다. 롯데손보는 단기차입금 한도를 기존 15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삼성생명은 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증액했다. 푸본현대생명과 신한라이프 등도 잇따라 단기차입 한도를 늘렸다.

또 올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마진이 큰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하기 위해 보험료를 낮췄고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 등 전업 카드사들은 최근 개인 회원들을 상대로 이용 한도를 정기점검한 뒤 일부 회원들에게 한도 하향 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내 흐름 역시 이러한 경영 기조에 발을 맞추고 있다. 금융권 희망퇴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하나카드는 카드사 중 올해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앞서 우리카드도 지난달 부서장급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 2금융권에 희망퇴직이 이어지고 있다.

2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2금융권은 물론 금융권 전체적으로 경영환경이 좋지 않아 공격적인 경영보다는 절약이 강조되는 안정적 경영 기조 분위기"라며 "수익 다각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지만 예전만큼의 투자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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