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장사 논란에도…역대급 실적에 1000억원대 성과급 잔치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도 지속 하락, “고통 분담 의지 의문”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급 실적을 거둔 국내 시중은행들에 대한 서민고통 분담 요구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실제로는 이와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시중은행들은 표면적으로는 취약 차주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이거나 금융취약계층의 금리인하 요구의 상당수를 거부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은행업계에서는 서민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과도한 사회적 책임 요구는 자칫 또 다른 관치금융의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역대급 실적 기록을 또 한번 경신한 가운데, 이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에는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스로 고통 분담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간 은행업계가 보여준 실제 행보는 이와 다르다는 것이다.

역대급 실적에 ‘사회적 책임’ 대두

이러한 비판이 나오는 근본적 이유는 은행업계가 거둔 막대한 실적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가계대출 폭증으로 역대급 이자수익을 기록하며 분기 및 반기, 연간 실적 기록을 갈아치운 은행업계의 실적 상승세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거둔 순이익 합계는 9조원에 육박(8조9662억원)했다. KB국민은행이 2조7566억원을 기록하며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도 신한(2조7208억원), 우리(1조7614억원), 하나(1조7274억원)가 뒤를 이었다.

이같은 실적 상승의 비결은 역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이자 수익이었다. 상반기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이자 이익은 15조336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2조6051억원) 대비 21.7%가량 증가한 수준이자, 반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순이익과 마찬가지로 KB국민은행이 4조4402억원을 기록하며 가장 많은 이자 이익을 달성했고 신한은행(3조8902억원)과 하나은행(3조5247억원), 우리은행(3조4810억원)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막대한 이자 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기준금리 인상이 가장 큰 요인으로 손꼽힌다. 기준금리가 본격적으로 인상하면서 예·적금 등 수신금리 인상속도보다 여신 금리 인상 속도가 더 가팔랐던데다, 전반적인 가계대출의 감소세를 기업대출이 상쇄하면서 역대급 이자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다만, 이처럼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역대급 실적을 거둔 후 금융당국을 포함한 외부에서는 은행권에 소위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실적 제고를 꾀하기 위한 자체적 노력보다는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대출 이자 증가라는 외부요인을 통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만큼, 이 중 일부는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최근 몇 년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이에 따른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한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라며 “하반기에도 긍정적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말로는 고통분담, 현실은 ‘역행?’

하지만 실제 행보는 이러한 고통분담, 사회적 책임이라는 단어와는 사뭇 다른 전개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에도 최근까지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펼친 데 이어, ‘취약차주’ 보호 정책 중 하나인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비율도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2020년부터 올해 5월까지 국내 4대 시중은행 소속 임원, 총 1047명이 받은 성과급은 108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우리은행 임원 455명이 총 347억4000만원의 성과급을 받으며 가장 큰 규모를 보였다. KB국민은행 임원 218명은 총 299억원을, 신한은행 임원 238명은 총 254억원을, 하나은행 임원 136명은 총 183억원의 성과급을 수령했다.

특히 이러한 성과급이 대부분 여신금리 인상에 따라 증가한 이자 이익에 기반해 발생했다는 점은 핵심 비판 요소로 거론된다.

해당 자료를 전달한 김종민 의원은 “서민들은 높아진 금리로 이자 상환도 어려운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은 이를 통해 성과급 잔치를 펼친 것”이라며 “여러 변수를 제외한다고 해도 연간 10억원이 넘는 성과급은 국민적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 처사”라고 말했다.

또 성실 상환 차주들의 과도한 이자 부담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금리인하요구권 역시 무늬만 지속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신용상태가 개선된 차주에 대해 기존 대출금리를 재심사, 금리를 인하해 이자 부담을 낮추는 제도다.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도입한 제도인데 실제 현장에서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공개된 주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난해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건수는 23만4652건으로 전체 접수건수(88만247건)의 26.6% 수준을 보였다. 이는 전년(28.2%) 대비 1.6%p 감소한 수치다. 특히 지금보다 비교적 여신금리가 낮았던 2018년(32.6%), 2019년(32.8%)과 비교하면 6%p 이상 차이가 벌어진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동일 계좌에 대한 중복 신청, 급속도로 늘어난 금리인하요구 신청건수를 감안하면 수용률은 더 높아진다”라며 “앞으로 대면‧비대면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금리인하요구권 행사를 적극 알려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경제금융 전문가들과의 간담회를 가진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경제금융 전문가들과의 간담회를 가진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업계는 ‘민간기업 역할도 중요’ 하소연

이러한 비판에 대해 은행권은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미 금융당국의 권고로 충당금을 추가 적립하고, 취약차주 지원을 위한 정부 차원의 각종 금융정책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일부 관계자들은 금융업계의 공적 책임만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탓에, 수익을 내고 주주와 실적을 공유하는 ‘민간기업’의 역할이 위축되고 있다며 하소연한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사회적 책임이라는 공적 역할과 이에 따른 부담이 전가되면서 사기업으로서의 기능이 일정부분 축소되는 상황”이라며 “당장, 금융사 경영의 자율성을 다소 침범하는 각종 정책이 시행을 앞두고 있어 우려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앞서 언급한 금리인하요구권 현황의 의무공시를 시행한다. 또 오는 22일에는 그간 은행권과 금융당국의 신경전이 이어졌던 예대금리차 의무공시 제도 또한 본격 시작된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현 상황의 시급성이 은행의 사적 기능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확실한 규제 완화로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면서도 “당장 취약차주에 대한 금융지원에 은행권 자체적으로도 나서주길 바란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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