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14조 늘어날 때 기업대출은 100조 이상 ‘급증’

기업대출 건전성 리스크 부각…은행권은 “대출 여력 충분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 DB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 DB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점차 둔화하거나 감소세로 전화했지만, 기업대출이 하반기 국내 경제의 강력한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계대출의 완만한 안정세 가운데서도 기업대출은 연초부터 최근까지 나홀로 급증하며 대출 규모와 비중을 키워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비중이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에 접어들면서 이자 수익의 감소를 우려하고 있는 은행권 역시, 이를 상쇄하기 위해 기업대출 증가를 하반기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는 모습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사실상의 코로나19 금융지원 재연장을 은행권 자체적으로 시행할 것을 권고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대한 우려도 다시금 커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볼 부문이다. 그런 까닭에 공격적인 기업대출 영업 못지않게 기업대출의 안정적 관리 또한 하반기 금융업계 실적을 가늠할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반적인 대출 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기업대출은 오히려 증가세를 지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이미 상반기 가계대출 감소분을 기업대출로 메꿔온 주요 시중은행들 또한 이러한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하반기에도 기업대출 강화에 대출 역량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언급했듯, 국내 은행권의 기업대출 규모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가계대출이 증가세와 감소세를 번갈아 가며 보이는 것과 달리, 기업대출은 연초부터 지금까지 증가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기업대출, 1년 새 100조원 이상 늘었다

실제로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8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말 대비 3000억원 늘어난 106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8월 기준 전월 대비 증가 폭(3000억원)은 관련 통계 속보치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2004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반면, 이같은 은행권 가계대출 감소 속에서도 기업대출은 오히려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상반기부터 이어진 은행권의 기업대출 영업 강화, 그리고 코로나19 금융지원 및 기업들의 운전자금 융통 수요 등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업대출은 전월 말 대비 8조7000억원 늘어난 1146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증가 폭은 다소 축소했지만 8개월 연속 증가세는 이어졌다. 특히 앞서 언급한 가계대출과 마찬가지로 8월 기준 증가 폭은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지난해 8월 말(1041조 3000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100조원 이상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폭(14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지는 증가세다.

이러한 기업대출의 증가세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 융통이 쉽지 않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영역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중소기업 대출은 전월 대비 5조8000억원 증가한 943조5000억원, 자영업자 대출(개인사업자 대출)은 2조2000억원 늘어난 441조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대적으로 자금 융통이 쉬운 대기업의 경우, 대출 규모는 전월 대비 2조9000억원 늘어난 202조6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이러한 기업대출 증가세는 대출 영업이 가장 활발히 발생하는 국내 대표 시중은행으로만 범위를 한정해도 유사하게 포착된다.

실제로 8월 말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5조7600여억원 늘어난 687조43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년 말 대비로는 51조8500여억원 증가했는데, 이미 지난해 연간 증가폭(48조66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중소기업의 운전자금 수요 증가와 더불어 대기업 대출의 소폭 증가, 가계대출 감소의 여파로 기업대출에 영업력을 집중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라며 “이러한 기조는 연말까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설명했다.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변화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변화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하반기 기업대출, 리스크 뇌관 될까

앞서 언급했듯 이러한 기업대출 증가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대출 규제 여파로 당분간 가계대출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업계가 기업대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업대출의 급격하면서도 지속적인 증가세가 자칫 건전성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시점인 이달 말을 기점으로 4분기에 부실 폭탄이 투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여기에 일련의 기업대출 리스크가 추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속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의 사실상 재연장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그간 금융사 건전성 리스크 해소를 위해 재연장 불가를 천명해온 당국이 한발 물러선 것이다.

실제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달 초 진행된 간담회에서 “중소기업 대출 지원과 관련해 한 번 더 연장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며 “그간의 논의를 참고해서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와 관련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재연장 가능성도) 배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재연장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4대 금융지주 BIS비율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4대 금융지주 BIS비율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실제로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2년 6월말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 BIS기준 자본비율 현황’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국내 은행의 BIS기준 총자본 비율은 15.29%로 1분기보다 0.23%p 하락했다.

BIS기준 자본비율은 은행의 재무구조 건전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비율이 높을수록 건전성이 좋다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 기준은 총자본비율 기준 10.5%다.

특히 이러한 자본비율 감소에는 기업대출 증가세에 따른 위험가중자산 증가가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위험가중자산 규모는 상반기에만 평균 5%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은행권도 당장 기업대출 관리를 위한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당장 기업대출 증가에 따른 리스크 우려는 없지만 무리한 영업보다는 ‘감당 가능한 수준’내에서 대출을 내주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 형태 서베이’에 따르면 대‧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국내 은행권의 대출행태지수는 지난해 3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전환한 ‘-6’을 기록했다.

대출행태지수는 대출태도, 신용위험 및 대출수요에 대한 지난 분기 동향 및 다음 분기 전망을 조사해 낸 결과다. 플러스(+)면 대출 영업 강화, 마이너스(-)면 대출 영업 약화 및 신규 대출 축소 전망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감소하면서 은행권 내 가계대출 영업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기업에 대한 대출은 대내외 경기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 여신 건전성 관리 필요성 등으로 다소 심리가 축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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