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침해· 조직문화· 수수료 논란으로 국회 줄소환

상임위마다 네이버·카카오 호출…김범수 2곳· 한성숙 4곳

배민·야놀자 대표도 증인 채택…규제 예고에 출석 불가피

사진. 네이버, 카카오
사진. 네이버, 카카오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국내 주요 ICT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 10월은 가장 혹독한 가을이 될 전망이다. 카카오, 네이버, 우아한형제들, 쿠팡, 야놀자 등 주요 플랫폼기업 CEO들이 줄줄이 국회 국정감사에 불려 나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국정감사는 10월 1일부터 21일까지 3주간 열린다. 정치권은 여야 불문하고 이번 국감에서 플랫폼 기업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이라며 벼르고 있다. 

국회는 이번 국감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비롯해 한성숙 네이버 대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대표, 배보찬 야놀자 대표 등 플랫폼기업 주요 CEO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김범수 의장이나 한성숙 대표처럼 여론의 주목을 받는 경영자는 2곳 이상의 상임위원회에 출석해야 할 처지다. 심지어 ICT 플랫폼과 별다른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서도 네이버·카카오 경영진을 부르기로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증인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음에도 여아가 의기투합이라도 하듯 ‘플랫폼 국감’에을 타깃으로 삼은 모양새다. 

일단 해당기업 관계자들은 “출석 요구가 오면 잘 준비해서 성실히 임할 것”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과거에 재벌 총수 불러다놓고 의원들이 막무가내로 호통 치던 것과 뭐가 다르겠느냐”는 불만섞인 비판의 목소리가 새나오고 있다. 

연관성 적은 상임위까지 플랫폼 소환

29일 국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 중에서도 주요 공격대상은 카카오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카카오는 과도한 이용자 수수료,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자료 신고 누락, 경쟁 계열사 인수합병(M&A), 골목상권 침해 등 최근 갖가지 악재에 휘말리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여론의 이목이 집중된 만큼, 다수의 여야 의원들이 카카오 김범수 의장을 상대로 융단폭격같은 증인 심문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무위원회(정무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서는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방식과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수수료 정책, 입점업체 보호방안, 계열사 기업집단 현황 공시 등에 대해 각종 질의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 대표들도 줄줄이 국감장에 선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동물용 의약품 온라인 불법 거래와 관련해 농해수위 국감에 소환된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도 대리운전 사업 진출과 택시호출 등 이용자 요금 인상 문제로 산자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국감에 출석한다.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역시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국감에서 불공정 계약, 불법 웹콘텐츠 유통 문제에 대해 의원들의 질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한 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뭇매를 맞았던 네이버 또한 여러 상임위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산자위·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농해수위 국감에 증인으로 불려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동물용의약품 온라인 불법 거래, 전자고지서비스 위탁사업자 적격 여부, 임금 체불, 조직문화,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및 골목상권 침해 등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계획이어서 한성숙 대표는 10월 내내 국정감사와의 전쟁을 치러야할 형편이다. 

네이버 주요 경영진도 국감 출석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문체위, 손지윤 네이버 정책총괄이사는 복지위 증인으로 채택됐다. 

여야 정치권이 벼르는 것은 네이버·카카오만이 아니다. 규모에 관계없이 국내외 플랫폼 기업들이 줄줄이 국감장으로 불려나가야할 처지인 셈이다. 

쿠팡은 본사와 계열사 경영진이 국토위(강한승 대표)·과방위(박대준 대표)·정무위(강한승 대표)·행안위(엄성환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부사장) 국감에 증인으로 서야한다.

야놀자(배보찬 대표)는 과방위, 문체위 국장에 출석한다. 구글코리아(김경훈 대표)는 과방위·복지위 국감 증인으로 선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김재현 당근마켓 대표·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윤구 애플코리아 대표·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팀장(이상  방통위), 정명훈 여기어때 대표(문체위) 등이 국감에 증인으로 소환된다. 

선거 앞둔 정치권, 흥행몰이에 골몰

상임위가 플랫폼 기업 경영진을 증인으로 부른 이유는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구글 갑질 방지법에 따른 인앱결제 후속조치나 배달업계 종사자 안전 및 처우 개선, 가맹점주 대상 광고비 수수료의 적정성 여부 등은 업계의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 특히 플랫폼 기업이 수수료를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소상공인 혹은 전통 산업계와 상생하기 위해 제도적 개선방안을 놓고 논의를 이어갈 수도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플랫폼기업들은 내수의 비중이 크고, 기업가치가 늘어난 데 비해 소수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게다가 이들이 영위하는 사업은 민생과 연계된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에 입법부 입장에서도 참고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정치권의 관심이 정책 보다 여론몰이에 치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매년 국감 때마다 흥행과 인지도 상승을 노린 국회의원들이 경쟁적으로 대기업 경영인을 증인으로 부르는 행태가 반복돼왔다. 이에 국감에 증인으로 불려간 기업인은 연평균 52명(17대)에서 77명(18대), 124명(19대), 159명(20대)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올해 21대 국감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매우 중요한 행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선 내년에 나란히 치러질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층을 지지세력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이 투자·고용 활성화에 나서주길 바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욱 강해진 만큼 예전처럼 재계 주요그룹 경영진을 불러다 놓고 ‘윽박지르듯’ 보여주기식 질의에 매몰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게다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플랫폼 기업들의 서비스에 길들여진 이용자들은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며 이구동성으로 문제를 삼고 있다. 구글 을 옥죄는 것 처럼 전세계적으로 빅테크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명분도 있다. 공정·인권·환경 등에 민감한 젊은 20~40대 유권자를 공략하기에 매우 좋은 소재이기도 하다.  

“안 갈 수도 없고...” 플랫폼 업계 ‘속앓이’

플랫폼 업계에서는 국감을 통해 업계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는 데 대해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는 QR체크인·잔여백신 예약 시스템 등을 통해 정부의 코로나 방역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이들 기업이 사세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당국의 관리·감독이 치밀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윤관석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카카오의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하면서 76건 모두를 승인했다. 이 가운데 66건은 간이심사로 통과됐다. 독과점 구조를 키운 데에는 정부가 막후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임팩트에 “재계 주요그룹과 비교하면 규모가 훨씬 작은 플랫폼 기업을 부르거나 전문성이 없는 상임위에서까지 플랫폼 기업들을 경쟁적으로 부르는 것을 보면 기업의 애로사항을 확인하는 것보다 이슈몰이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고 꼬집으면서 “제도적 허점을 고치는 게 입법부의 역할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플랫폼기업 CEO 줄소환이 정부 기관의 정책을 평가·개선한다는 국감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경계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7~8개 상임위가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증인으로 신청했는데, 벌주듯 부르면 국회가 되레 비판 받을 수 있다”며 “위원장이 여야 원내 대표와 협의해 이들을 부를 상임위를 지정해 한두군데만 부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미 플랫폼 기업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특히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의지는 매우 강력해 보인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카카오가 공정과 상생을 무시하고 이윤만을 추구했던 과거 대기업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고,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업체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플랫폼 업계의 분위기는 태풍 전야다. 국감은 시작일 뿐, 각종 규제 입법이 예고돼 있어서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전자상거래법(전상법)·플랫폼 종사자법 등 국회에 계류된 규제법안만 8개다. 플랫폼 기업이 코로나19 수혜로 급성장했지만 사회적 역할에서 미흡했던 만큼,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논리다. 

이에 플랫폼기업 CEO들은 국감 출석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건강상의 문제나 업무상 일정을 들어 불참할 경우, 규제의 고삐를 강하게 죌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국감에 출석키로 가닥을 잡았고, 다른 플랫폼 기업 경영진도 출석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플랫폼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번 국감에는 불참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게 느껴진다”며 “국회에서 요구하면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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