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과기부 1년 넘게 주도권 다툼 벌여...온플법 연내 통과 무산

소상공인단체, "온플법에 플랫폼 갑질 방지 위한 필수법안" 주장

IT업계·학계·법조계, "누구를 위한 법안인지 불명확" 논란만 증폭

온라인 플랫폼 관련 이미지. 사진. 이미지투데이
온라인 플랫폼 관련 이미지.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최문정 기자] 온라인 플랫폼의 갑질을 막기 위해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하 온플법)’이 끝내 올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온플법은 1년 가까이 논의를 계속해 왔지만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소관 다툼에 휘말렸고, 온플법을 둘러싼 실효성에도 의문부호가 찍히고 있다.


온플법이 뭐길래?

온플법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입점업체와의 계약에서 우월한 지위를 남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추진된 법안이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비대면 경제 비중이 높아지며 소상공인들에게 배달이나 이커머스 등의 플랫폼이 필수로 떠오른 점이 법안의 추진에 영향을 미쳤다.

소관 부서인 공정위와 방통위는 1년 가까이 각자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안을 두고 경쟁해왔다. 공정위는 올해 2월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 (이하 공정화법)을 추진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에 관한 법’ (이하 이용자보호법)을 지지했다. 두 법안 모두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한다는 목적은 같지만, 법적 권한은 각각 공정위와 방통위에게 돌아간다는 차이점이 있다.

공정위의 공정화법은 플랫폼과 입점업체라는 두 사업체 사이의 불공정 행위에 집중한 법안이다. 플랫폼 사업자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입점업체에 불리한 계약이나 조건을 강제할 경우, 이에 대해 법 위반액의 2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방통위의 이용자보호법은 입점업체를 넘어 소비자까지 플랫폼의 불공정행위로부터 보호한다는 점에서 더욱 포괄적이다. 또한 이용자보호법은 ‘대규모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와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를 구분해 차등규제를 도입했다. 즉,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거래 규모가 큰 플랫폼에는 보다 촘촘한 규제를 적용하고, 스타트업 수준의 기업들에는 규제를 완화해 성장을 돕는다는 의미이다.

비슷한 목적의 법안을 두고 1년 가까이 경쟁해 온 공정위와 방통위는 지난달 22일 간신히 공정화법과 이용자보호법의 요소를 모두 갖춘 협의안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도출했다.

온플법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플랫폼 사업자들은 입점업체와 계약할 때 수수료 부가 기준, 제품 노출 순서 등 필수 기재사항을 포함한 표준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또한 플랫폼 사업자의 일방적인 계약 혜지를 막기 위해, 서비스 제한·중지 또는 계약해지·변경 시 입점업체에 사전에 통지해야 할 의무를 부여했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온플법을 위반할 경우 시정명령, 과징금 등이 부과될 수 있는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조항도 갖춰 입점업체에 대한 보복행위나 시정명령 불이행 등의 행위가 적발될 경우, 검찰 고발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온플법 적용 대상 기업은 차등 적용을 받는다. 기준은 매출 규모 1000억원 이상이거나, 중개거래액 규모가 1조원 이상으로 마련됐다. 이는 원안인 매출 규모 100억원, 중개거래액 1000억원에 비해 각각 10배씩 늘어난 기준이다. 이에 따라 네이버, 카카오, 구글, 애플 등 19개사가 온플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온플법은 지난달 24일과 25일 국회 정무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각각 법안심사소위를 받았지만, 처리되지 못했다. 온플법과 관련한 보다 신중하고,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수렴됐기 때문이다.

또한 온플법의 협의 대상에 기존의 공정위와 과방위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포함된다는 협의안의 내용도 문제가 됐다. 소관부처가 2개에서 3개로 늘어나며 이중규제를 넘어 다중규제의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온플법 연내 통과 무산에 소상공인 분노

연내 온플법 통과가 무산되자 소상공인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실망감을 드러내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일방적으로 수수료와 약관 등을 책정해 소상공인 입점업체들은 속수무책으로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담합행위, 독과점 지위 남용 등도 문제가 됐다.

소상공인연합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의 중소상인 단체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온플법의 조속한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배달플랫폼이나 온라인 상거래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만큼 제도적인 보호조치가 필수적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배재홍 전국유통상인협회 본부장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통해 “플랫폼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기존 유통시장의 질서가 흔들리면서 피해는 중소상인 자영업자의 몫이 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양흥모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집행의원도 “자영업자들은 플랫폼사에 종속돼 끌려가고 있다. 플랫폼 업체가 공존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생존을 위해 (온플법) 제정을 막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온라인 플랫폼 입점업체 실태조사’를 통해, 오픈 마켓 입점 업체의 98.8%, 배달앱 입점업체 68.4%가 온플법 제정에 찬성했다고 근거를 댔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재 각 사의 개별 계약 방식으로 플랫폼 입점이 이뤄진다. 표준계약서 역시 전혀 없다”라며 “현재 업종과 매출에 따라 다양한 구간으로 계약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업 상 강자의 위치에 있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견제하고,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법안의 취지에 맞게 온플법 적용 범위 역시 수정이 필요하다”라며 “적어도 원안인 매출액 100억원, 중개거래액 1000억원 규모의 플랫폼 기업은 법안의 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IT업계·학계, 온플법 실효성 ‘갸우뚱’

그러나 IT업계를 비롯해 법조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온플법의 실효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온플법의 논의를 처음부터 되짚어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 법을 왜 시행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법안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가 명확하지가 않다”라며 실효성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온플법의 적용을 받는 기업들은 같은 행위에 대해 사실상 6개(이용자보호법, 전기통신사업법, 공정화법, 전자상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법)의 법안과 3개의 정부부처의 규제를 받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온플법이 서로 다른 성격의 플랫폼을 하나의 법안으로 묶어 통제한다는 점 역시 비판점이다. 실제로 현재 쿠팡과 같은 직매입 플랫폼 기업은 대규모유통업법,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같은 중개거래사업자는 전자상거래법의 규제를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기협 관계자는 “온플법의 통과로 실질적인 혜택을 보는 것은 결국 공정위와 방통위 두 기관 밖에 없다”라며 “이미 규제 근거 법안이 있는 상황이고, 적절히 기능하고 있어 필요하다면 이를 각각 개정하면 될 일이지 온플법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온플법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 기업의 관계자도 데일리임팩트에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수천개 이상의 사업파트너들과 계약을 맺고 거래를 중계한다”라며 “이들과 일일이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약관을 통한 약식 동의 방식은 현행 방식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플랫폼에서는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는 사업자와 호텔 숙박권 판매업자를 같이 중계하는 등 서로 업종이나 판매 물품이 다른 경우가 대다수”라며 “이렇듯 다양한 계약을 표준거래계약서로 규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왼쪽부터) 강태욱 변호사, 선지원 교수, 심우민 교수, 김용희 교수가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8일 자판기에서 나온 온플법 온라인 좌담회에 참석해 온플법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간담회 화면 캡쳐
(왼쪽부터) 강태욱 변호사, 선지원 교수, 심우민 교수, 김용희 교수가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8일 자판기에서 나온 온플법 온라인 좌담회에 참석해 온플법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간담회 화면 캡쳐

산정 기준 역시 문제가 됐다. 온라인 플랫폼은 말 그대로 거래를 중개하는 곳이기 때문에 매출액과 거래규모가 바로 영업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선지원 광운대 교수는 지난 8일 “플랫폼 기업에게 전통적 산업처럼 시장을 정하고, 매출액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을 판단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라며 “플랫폼은 하나의 상품을 취급하는 기업이 아닌 만큼 매출을 기준으로만 (법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명품거래 중개 플랫폼인 ‘발란’이라는 스타트업은 총 직원 숫자가 38명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명품이라는 거래 품목의 특성상 두 달 간 거래액이 1000억원을 넘겼다. 이 회사의 2022년 거래 목표액은 1조원이다. 목표가 달성될 경우, 바로 온플법에 따른 규제를 받게 된다. 발란의 사례처럼 명품이나 중고차 등 단가가 높은 품목을 거래할 경우, 사업 규모에 관계없이 온플법 적용 대상이 된다.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스타트업을 육성한다는 온플법의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산업 전반의 혁신을 막을 수 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의 진입장벽은 상당히 낮고, 라이브커머스 스튜디오를 제공하는 등 소상공인과의 상생 역시 고려하는 부분이 있다”라며 “그러나 온플법이 시행되면, 각각 입점업체의 관리 책임이 플랫폼 기업에 맡겨지는 만큼, 진입장벽을 높여 위험 부담을 낮추는 전략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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