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교보맨' 조대규부사장, CEO 내정
'제자리 걸음' 실적 개선이 최우선 과제
숙원 사업인 지주사 전환 완수도 중요

사진=교보생명 제공
사진=교보생명 제공

[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전통적으로 생명보험업계 빅3 그룹을 형성해온 교보생명이 최근 경쟁사들의 성장과 맹추격에 업계 3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표면적인 성적표는 나쁘지 않지만 지난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수익성이 떨어지는 보험 포트폴리오 등의 영향으로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실제 지난 2022년까지만 해도 교보생명은 한화생명과 업계 2위 자리를 두고 경쟁할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랐지만 지난해 IFRS17 도입 이후에는 한화생명과 격차는 벌어지고 신한라이프에게 3위 자리를 빼앗길까 우려할 정도의 상황에 내몰렸다.

이처럼 위기에 빠진 교보생명은 이달 초 수장 교체라는 결단을 내리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조대규 교보생명 신임 대표이사 후보자/사진=교보생명 제공
조대규 교보생명 신임 대표이사 후보자/사진=교보생명 제공

대표 교체한 교보생명...36년 '교보맨' 전면에

13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5일 이사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경영기획실장 겸 인력지원실장을 맡고 있는 조대규 부사장을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조 후보자는 오는 22일 정기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과 조 후보자의 2인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신 의장은 장기 전략과 기획, 자산운용을 담당하고 조 후보자는 편정범 대표 자리를 이어받아 보험사업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 후보자는 1989년 교보생명에 입사해 36년째 근무하고 있는 정통 '교보맨' 가운데 한 명이다. 영업 현장을 담당하는 FP본부장, 계성원장(연수원장), 영업교육팀장, 전략기획담당을 거쳐 2019년부터 경영기획실장 겸 인력지원실장을 맡고 있다. 영업과 전략기획, 인사 업무를 두루 거치며 일찌감치 차기 대표 후보로 거론돼 왔다.

취임 후 과제...수익성 극대화∙지주사 전환 완수

교보생명이 조 후보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수익성 극대화와 지주사 전환 완수.

우선 교보생명은 지난해 IFRS17 도입 이후 실적 측면에서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데다 특히 올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어 실적을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교보생명이 IPO 추진을 공식화한 것은 2018년이지만 재무적투자자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의 전격적인 풋옵션 행사로 주주 간 분쟁이 불거지면서 작업이 미뤄져왔다.

교보생명의 지난해 순이익은 4891억원으로 전년보다 46.3% 증가했지만 한화생명이 6163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1200억원 이상의 격차가 생겼다. 더욱 큰 문제는 신한라이프의 맹추격이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472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교보생명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업계에선 교보생명이 IFRS17 체제에서 힘을 못쓰는 이유를 보험 포트폴리오 문제에서 찾고 있다. 교보생명은 전체 일반계정 보험에서 저축성보험의 비중이 52.5%로 절반을 넘는다. 하지만 IFRS17에서는 만기 시점에 보험급을 지급해야 하는 저축성보험을 보험 영업수익으로 잡지 않기 때문에 실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반면 한화생명은 저축성보험 비중이 31.3%에 불과하고 신한라이프는 14.8% 밖에 되지 않는다. 조 후보자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교보생명의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지주사 전환 성공 역시 조 후보자의 중요한 과제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2월 지주사 설립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어피니티와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인적분할, 금융지주사 인가 승인 등 관련 이사회 결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교보생명은 기획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조 후보자가 어피니티와의 갈등을 봉합하고 지주사 전환을 성공시킬 적임자라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부사장은 그간 경영기획실 총괄을 맡으면서 지속경영기획실장 산하에 거버넌스관리 태스크포스(TF)를 두고 관리해왔다. 

해당 TF는 지주사 전환을 위한 다양한 전략과 함께 어피니티와의 협상안 제시 업무를 맡고 있다. 조 부사장은 이밖에도 IPO와 인수합병(M&A) 추진, 어피니티 재무투자자(FI)와의 협상 등 굵직한 업무를 담당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조 후보자는) 보험사업에서 다양한 경험과 함께 경영기획실장으로서 디지털 전환을 비롯한 회사의 미래 전략사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며 "적극적인 소통 역량과 공감 리더십, 혁신 실행력 등 최고경영자로서 품성과 자질을 모두 갖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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