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동원·교보 신중하·현대 정경선
디지털·ESG 등 미래 책임질 중책 담당
"안정적 경영승계 위한 포석" 분석도

(왼쪽부터)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신중하 교보생명 그룹데이터전략 팀장, 정경선 현대해상 최고 지속가능 책임자(CSO)/사진=각 사 제공
(왼쪽부터)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신중하 교보생명 그룹데이터전략 팀장, 정경선 현대해상 최고 지속가능 책임자(CSO)/사진=각 사 제공

[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대형 보험사들이 1980년대생 오너 3세들을 경영 전면에 등장시키며 세대교체에 시동을 걸고 있다. 향후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금융권에서 가장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진 보험업계에 젊음을 통해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기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세대교체의 주인공들은 바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장남인 신중하 그룹데이터전략 팀장,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최고 지속가능 책임자(CSO)다. 

이들은 각각 1985년생, 1981년생, 1986년생으로 30대 중반~40대 초반의 젊은 나이다. 세 사람 모두 해외에서 대학 또는 대학원을 졸업한 해외파인데다 미래 산업으로 통하는 디지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의 전문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진=한화생명 제공
사진=한화생명 제공

앞서가는 김동원사장, 캐롯손보 설립·해외사업 성공 등 역량 입증

22일 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보험사 오너 3세 가운데 활동 반경이 가장 넓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 합류 시점, 높은 직급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신(新) 사업을 직접 이끌고 있기도 하다. 

미국 예일대를 졸업한 김 사장은 지난 2014년 한화생명에 디지털팀장으로 입사한 후 전사혁신실 부실장, 디지털혁신실 상무, 해외총괄 겸 미래혁신총괄,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 겸 전략부문장,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등을 거쳐 올해초 9년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사장은 한화생명에서 디지털, 글로벌 사업 등을 두루 경험하며 역량 쌓기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가장 돋보이는 행보는 국내 최초 디지털보험사 캐롯손해보험 설립을 주도한 것이다. 

그는 지난 2019년 캐롯손해보험 출범 당시부터 회사를 진두지휘해 이끌고 있다. 아직은 적자에 머물고 있지만 올해 캐롯 퍼마일자동차보험 누적 가입 150만건을 돌파하는 등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는 해외 사업 확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베트남 진출 성공에 이어 인도네시아 시장 안착까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2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상승했다. 김 사장은 지난 3월 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과 한화손해보험이 리포손해보험 지분 62.6%를 인수하며 인도네시아 보험 사업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생명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김 사장은 한화생명에서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아왔다“며 “머지않아 한화생명 지분을 확대해 보험사 가운데 가장 빠른 오너 3세 경영시대를 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진=교보생명 제공
사진=교보생명 제공

서서히 존재감 드러내는 신중하 교보생명 그룹데이터전략팀장

교보생명의 신중하 팀장은 다른 오너 기업의 후계자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승진 속도가 늦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서서히 회사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신 회장은 신 팀장을 그룹의 핵심 부서로 통하는 그룹데이터전략팀을 이끄는 중책을 맡겼다.

신 회장은 수년째 신년사에서 디지털을 강조할 만큼 보험의 디지털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교보생명은 올해 경영 방침을 ‘복합 불확실성(VUCA) 환경에 대비하며 디지털 시대 성장 동력을 가시화하자‘로 정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뉴욕대를 졸업한 신 팀장은 외국계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 서울지점에서 2년간 근무한 뒤 2015년 교보생명 자회사 KCA손해사정에 입사했다. 이후 2021년 교보생명 자회사인 교보정보통신으로 이동했다가 지난해 5월 교보생명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했다.

교보생명은 현재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신중하 팀장으로의 승계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업계 일각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차남인 신중현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 디지털혁신팀장 역시 형과 비슷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평소 신중한 스타일로 알려진 신 회장이 향후 두 아들의 경영 능력을 평가한 뒤 후계 구도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사진=현대해상 제공
사진=현대해상 제공

화려한 데뷔...정경선 현대해상 CSO, 국내 보험사 최초 설립 자리 앉아

현대해상의 정 CSO는 가장 최근인 지난 17일 회사에 얼굴을 알렸다. 국내 보험사가 부문급 임원 기구인 CSO를 신설한 것은 현대해상이 처음이다. 손해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보험사 최초로 신설된 자리에 장남을 앉혔다는 점은 향후 경영승계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고려대와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을 졸업한 정 CSO는 그간 비영리 단체와 임팩트 투자사를 설립해 사회문제를 혁신적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사업자를 지원해 왔다. 2021년에는 싱가포르에 임팩트·지속가능성·ESG 투자를 테마로 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실반캐피탈매니지먼트를 설립하기도 했다.

현대해상은 정 CSO가 국내외 ESG 분야에서 쌓아 온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이 현대해상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보험사 오너 3세들이 디지털, 해외사업, ESG 등 신사업 부문에서 경영수업을 받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향후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라며 “앞서 DB손해보험 김남호 회장, 코리안리 원종규 사장의 사례처럼 세 사람 역시 향후 회사의 경영을 승계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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