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오는 11일 홍콩ELS 관련 배상안 발표 예정
‘선 배상-후 처벌 감경’ 당국에 은행권은 여전히 '난색'
현장검사 연장 등 압박에 은행권 선택도 관심 모아져

국회 정무위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복현 원장. / 사진=DB.
국회 정무위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복현 원장. / 사진=DB.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홍콩 항셍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 손실 이슈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사실상 은행권의 자율배상을 권고하면서 은행업계 내부에서도 적잖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직 불완전판매 등 위법‧불법의 소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권 자체 배상을 하는 것 자체가 배임 이슈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일단 은행권은 금융당국이 조만간 내놓을 홍콩ELS와 관련한 일종의 ‘배상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는 별도의 자율배상안을 내놓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복현금융감독원장이 ‘선(先) 배상, 후(後) 처벌 감경’ 기조를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은행권 내 기류에 변화가 있을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길성주 홍콩지수ELS피해자모임 위원장이 국회 소통관에서 홍콩지수 ELS 피해 해결 촉구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김민영 기자
길성주 홍콩지수ELS피해자모임 위원장이 국회 소통관에서 홍콩지수 ELS 피해 해결 촉구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김민영 기자

11일 배상안 발표하는 금융당국

5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과 2월에 걸쳐 진행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이하 홍콩ELS)’ 판매사에 대한 현장점검 결과를 토대로 오는 11일 배상안을 발표한다.

이 원장 또한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11일 정도에 책임기준안(배상안)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를 공식화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금융당국의 검사 결과가 결국 은행의 일부 불완전판매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미 일부 은행에서 설명의무 불이행 등 불완전판매의 근거가 당국의 검사 과정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핵심은 결국 당국의 소위 ‘배상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금융당국은 △적합성 원칙 위반 △내부통제 부실 △상품 위험성 등을 고려해 투자자 별 배상 비율을 차등적용 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표면적으로 금융당국과 은행업계는 이러한 홍콩ELS 손실에 따른 충격파를 최소화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이루는 모습이다. 관련 상품의 일시 판매 중지 조치는 이미 선행된 가운데, 일정 부분 투자자 손실 보전 차원에서 책임 여하에 따른 차등 배상 역시 긍정적으로 검토되는 분위기다.

다만 홍콩ELS 투자자들이 원하는 ‘투자금 100% 배상’ 요구는 사실상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과거 불완전판매 이슈에 휘말린 사모펀드와 달리 20년 이상 판매돼 온 상품인 데다 타 투자상품 대비 재가입률이 높아 투자자에게도 일부 책임을 지우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복현 원장 역시 이에 대해 “일괄 배상 방식으론 준비하고 있지 않다”며 “연령층, 투자 경험 및 투자 목적, 창구 설명 이행 여부 등을 고려해 0%에서 100%까지 차등 배상이 필요하다”라고 이를 뒷받침했다.

시중은행 관계자 또한 데일리임팩트에 “ELS상품의 경우, 재가입률이 80% 이상인 데다 20년 이상 시장에서 꾸준히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정도로 구조적으로는 결함이 없는 상품”이라며 “과거 100% 배상이 일부 이뤄졌던 사모펀드 사태와 달리, 이번 ELS사태에서 100% 원금 배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사진=금융감독원

금융당국, “선 배상-후 처벌 경감이 유리할 수도"

이같은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배상 방식에 대해서는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자율배상을 원하는 반면, 은행권은 이에 다소 신중한 입장 나아가 사실상의 거부 의사를 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금융당국은 당국의 배상안이 나오기 전,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투자자를 위한 배상안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사실상 권고하고 있다. 과거 사모펀드 사태와 마찬가지로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통한 해결도 가능하지만, 그 전에 은행이 자율적으로 투자자들과의 조율을 통해 배상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복현 금감원장 또한 최근 이와 관련해 “업권에서도 이번 ELS사태와 관련한 인적 제재 및 기관제재, 과징금‧과태료 등에 신경쓸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판매사가 적절하게 잘못과 책임을 시정하고 투자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면 이를 제재 또는 과징금 감경 요소로 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사실상 은행권을 향해 제재 감경을 전제로 한 자율배상을 권고한 셈이다.

특히, 과거 일부 금융사들은 불완전판매 사태에서 선제적으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피해보상에 나서기도 했다. 실제로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디스커버리펀드 판매사인 기업은행, 라임펀드를 판매한 신한은행 등은 지난 2020년 분조위 배상비율 확정 이전에 투자자들에게 후(後) 정산을 전제로 원금 50%를 선지급한 바 있다.

이밖에 분조위를 통한 해결에 나설 경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자율배상을 권고하는 이유로 거론된다.

과거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등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 당시, 분조위를 통한 결과 도출에까지 걸린 시간은 약 2년여에 달했다. 이마저도 이후 재조정, 개별 피해자 및 집단 소송 등은 한동안 지속됐고 분조위 결과 도출 이후에도 실제 배상 집행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된 바 있다.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배임 우려에…은행권 “자율배상 어려워”

다만, 은행권에서는 자율배상에 대해 사실상 난색을 보이고 있다. 아직 결론 나지 않은 불완전판매를 전제로 우선 배상한다는 것 자체가 자칫 배임 소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은행이 선 배상에 나설 경우 스스로 불완전판매를 자인하는 상황이 돼버리는데, 그런 상황에서 추후 불완전판매 혐의를 벗게 된다 해도 이미 지급한 배상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있겠나”라며 “주주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배임 우려가 있는 자율 배상, 즉 선(先) 배상에 나서는 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시중은행은 지난해 4분기에 홍콩ELS와 관련한 선제적 충당금 추가 적립을 고려했지만, 실제 적립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또한 추후 배임 또는 혹시 모를 법적 다툼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내부 공감대에 따른 결정이란 해석이다.

여기에 올해 실적에 자율배상 규모가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 연간 실적이 지난해 대비 다소 주춤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최대 수조원에 이르는 배상금이 실적 악화 나아가 자본 비율 하락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는 3월부터 6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H지수 판매 잔액은 7조4450억원인데, 이 중 80%에 달하는 6조1050억원이 은행권에서 공급됐다. 지난 1월과 2월 만기가 도래했던 잔액의 손실률(54%)을 대입하면 향후 4개월간 은행권 내 예상되는 손실 잔액은 약 3조3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 금감원이 지난주 종료가 예정됐던 은행권 대상 현장검사를 오는 8일까지 일주일 가량 연장하는 등 검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사실상의 압박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은행권 내부에서 오는 11일 이전 자율배상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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