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규모 놓고 양사 모두 불만 감지
LG엔솔, 집단행동…트럭시위 확대 예고
SK온, ‘IPO 후 주식 교환‘ 약속…조기 진환
“배터리 인력 쟁탈전 치열…CEO 결단 필요“

서울 여의도 일대를 돌아다니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성과급 체계 불만 시위용 트럭. /사진=유튜브 MBN 채널 갈무리
서울 여의도 일대를 돌아다니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성과급 체계 불만 시위용 트럭. /사진=유튜브 MBN 채널 갈무리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국내 최대의 배터리 행사인 인터배터리에서 시위를 벌인다. 잔칫상에 재를 뿌리는 행위와 다름없다는 비난을 받더라도 강행할 기세다.

이같은 집단 행동은 지난해 실적을 이유로 성과급을 대폭 줄인 게 도화선이 됐다. 노사 양측은 소통 창구를 열어둔 상태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적지 않아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9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일부 직원들은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인터배터리 2024 행사장에서 트럭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직원과 연구기술직 노조는 본사가 자리한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시위를 진행해왔는데, 판을 더 키우기로 한 것이다. 

이들이 이처럼 나선 이유는 성과급 때문이다. 이번에 책정된 성과급은 기본급의 340~380% 수준, 전년(870%)과 비교해 절반도 되지 않는다. 다만 성과급 규모보다 직원들의 반발을 부른 건 따로 있다. 성과 측정 기준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한 세액공제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힘들 때는 고통을 분담을 요구하면서 수혜는 나누려 하지 않는다, 느낄 수 있다”며 “보상은 민감한 문제라, 납득시키지 못하면 반감만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초 타운홀 미팅을 열고 △성과급 로직 개선 △경쟁사 대비 낮은 보상 경쟁력 강화 △소통 방안 확대 등을 약속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담은 안을 사측이 제시하지 못할 경우, 내부 불만을 쉽게 달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시장은 침체, 내부선 잡음…김동명 사장 ‘험난한 데뷔전’

직원들의 반발이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김동명 사장의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말 LG에너지솔루션 새 수장으로 낙점됐다.

김 사장의 선임과 함께 대외 환경은 부정적으로 흘러갔다. 지난해 4분기부터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내년으로 예정된 10조원대의 북미 배터리 설비를 비롯해 해외 시설 투자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IRA 세액공제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게 될 경우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직원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해주긴 어렵다. 사측은 새로운 성과급 기준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지난해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성과급 산정이 이뤄졌음을 설득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2021년, 2022년, 2023년까지 전부 동일한 산정 방식에 의해서 성과급이 지급됐다”며 ”세액공제를 실적으로 잡아 목표치에 반영한다해도 성과급이 더 나오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배터리업계가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김 사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상에 대한 불만족이 숙련된 고급 인력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타 업계에서도 배터리 인재 수급에 혈안이 돼 있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인재 유출을 막는 게 이득”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배터리 3사는 경력직 채용을 진행 중에 있다.

(왼쪽부터)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왼쪽부터)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SK온, 직원 ‘불만’ 있었지만…조기 수습 성공

업계 일각에서는 노사 갈등을 조기 봉합하기 위해선 LG에너지솔루션이 타 사의 정책을 벤치마킹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SK온 역시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감지되지만 현재는 잠잠하다. 지난해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대신 ‘밸류 셰어링(VS)’을 시행키로 한 게 결정적이었다.

밸류 셰어링은 일종의 가상 주식으로, △부여일 기준 3년 재직 △SK온의 IPO(기업공개) 성공 등의 조건을 만족시킬 경우 실물 주식으로 일대일 교환이 가능하다. 연봉의 30% 수준에서 개인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데, 2027년까지 SK온이 상장하지 못할 경우 권리가 소멸된다. 

SK온은 지난해 581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새로운 정책에 따른 성과 보상을 받으려면 IPO 성공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실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흑자 전환을 통해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입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도전의식을 고취시키고 장기 재직을 유도할 수 있다. 게다가 실현 불가능한 보상도 아니다. SK온은 투자자들에게 오는 2026년까지 기업 상장을 약속했다. 

이석희 사장의 솔선수범도 직원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데 영향을 끼쳤다. 이 사장은 흑자 달성까지 연봉의 20%를 자진반납하고, 임원들에게 오전 7시 출근을 권장하는 등 쇄신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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